……꿈인가…… 꿈인가…… 꿈인가……옛날 신라시대, 조신(調信)이라는 중이 태수 김흔공(金昕公)의 딸을 깊이 연모하여 틈만 나면 낙산사 관음보살 앞에 가서 그 여자와 맺어주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러기를 수년, 여자에게 다른 배필이 생겼다. 조신은 법당에 들어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저물도록 슬피 울다 깜박 졸았다.그런데 그때 뜻밖에도 여자가 조용히 문을 열고 나타나 환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주저하던 금리인상이 며칠 후면 단행될 예정이다. 참사라고 까지 일컫는 고용악화 그리고 좀처럼 멎을 줄 모르는 경기침체를 놓고 보면 금리인상은 어불성설이다.금리를 그대로 붙들어 두면 외국투자가들이 빠져나갈게 명약관화하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외환유출을 막아낸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리인상이 당면과제로 꼽힌 지 오래되었다.우리경제의 총체적 부진은 문재인정부출범과 맥을 같이한다. 파격적인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등 개혁을 표방한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오직 진보성향의 강단학자들 그리고 경제정책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국가 중(20위권)에서 바닥권에 속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항상 심각하다고 단정한다. 금년현재 자급률(47%)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런데도 우리국민은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쌀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언제인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이다.쌀이 남아돈다는 소리는 어언 당연한 일로 알고 있는 것이다.‘쌀은 곧 식량의 전부’ 쌀만 부족하지 않으면 식량자급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추석직전, 어느 일간지에 난 기사가 시장사람들의 분통을 터뜨리게 한 도화선이 되었다. 국민들은 굶는데…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고급 스테이크’라는 제하의 기사였다. 국민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대다수가 굶주리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 호화로운 식사를 하고 있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베네수엘라는 한때 산유국으로 남미에서는 손꼽히는 부국으로 세계적인 각광을 받았던 나라였다. 그러던 나라가 대통령 잘못 뽑으면서 원래 지지리 못살던 나라로 접어들었다. 거의 순식간에 일어난 현상이다.실업자들에게는 먹고사는데 필
“아, 좋다. 결혼식도 마쳤으니 이제 신혼여행 가야겠네?”흐뭇한 얼굴로 액자와 사진이며 필름이 든 봉투를 가슴에 안고, 내 칠 월의 신부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세상은 어느덧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상쾌한 저녁바람이 기분 좋게 살갗을 스치고 지나갔다.밤이 깊어갔다. 자동차가 36번 국도를 타고 백두대간을 넘어 울진으로 향했다. 빛의 띠처럼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이어져 산모퉁이 저쪽으로 사라지는 자동차의 미등들. 피크는 아니지만 바다로 향하는 많은 차량들이 줄을 잇고 있어, 운전하는 데 심심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면 여기저기에서
풍성한 가을에 빚 이야기는 썰렁하다. 올해 국민 한 사람당 빚이 3000만원을 넘길 거란다. 2분기 빚이 2천890만원이니 그렇다는 전망이다. 게다가 은행잔액기준 대출금리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이자 막기가 점점 벅차다는 얘기다.이 통계도 믿고 싶지 않겠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가계부체증가세를 고려해서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단다. 하지만 대내외여건이 여의치 않아 쉽게 결정을 못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추석이 코앞이다. 가족이 모여앉아 즐거운 명절이야기를 나눌 형편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식구마다 빚
통화를 마친 주인이 카메라를 챙기는 동안 은영이 세수를 해야겠다면서 가방을 들고 쪽문 안쪽에 있는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줍게 웃으며 돌아왔다. 힐긋 보니 연분홍 립스틱 바른 입술이 손바닥 안에 숨겨져 있었다.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넘겨 곱창 밴드로 묶어 올린 상태였다.“자기도 세수하고 와.” 하고 그녀가 로션을 내밀며 속삭였다.나도 쪽문 안으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자리로 돌아오자 사진관 주인이 빙긋 웃으며 헤어젤을 내밀었다.거울 앞에서 헤어젤을 바르고 있는데 30대 초
계절풍처럼 또 부동사파동이 몰아치고 있다. 한반도 남녘에는 거의 주기적이다 싶게 부동산 병이 창궐한다. 말이 부동산이지 근자에는 집값이 치솟는 현상을 통칭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도시의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것을 두고 말한다. 최근의 경우는 서울, 그것도 강남일대의 아파트시세가 날이 새면 치솟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이 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난치병으로 분류된다. 정권마다 이 병에 시달려보지 않은 적이 없다. 하긴 스스로 불러들여 짐짓 민심을 희롱하고 표를 긁어드린 정권도 없지 않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얘기다.그 후
내 말이 그 말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고생해서 돌아가면 한밑천 잡는 것이다. 중국에 갔을 때 민공(民工: 농촌 출신 노동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 혼났었다. 한국인들 몰인정하다고 욕하면서 돌아간 중국 노동자들이조선족이든 한족이든같은 중국 인민인 민공들을 사람 취급 안 하는 모습을 나는 많이 보았다. 중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정도 거의 엇비슷하다. 나는 그들이 한국에서 벌어간 돈으로 제 이웃들에게 ‘행세’할 거라는 생각에 도와주고 싶
참 듣기 싫은 소리만 골라서 한다. 이제 뭘 좀 제대로 해볼까했더니 벌떼처럼 일어나 하지 말라고 아우성이다. 거둬둔 돈 좀 풀어 어려운 사람들 돕겠다는데도 극구반대목소리만 크다. 제돈 갖다 쓰는 것도 아닌 데도 저 야단이다.생각 같아서는 펑펑 써대고, 왕창왕창 퍼주고, 쏙쏙 뽑아먹으면 좋으련만 반대하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적폐세력 쪽에서 나는 소리가 더 크다. 그들만 없다면 이 나라가 크게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는 것도 사실이란다. 과거 수십 년간 야당 편에서 정치를 오래했다는 사람이 솔직한 고백이라며 들려준 얘기다.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나라경제라는 텃밭에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가꿨다. 1년이 흘렀다. 경제가 생물학적 개념과는 달리 파종과 수확이라는 방법으로 결과를 계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시작과 끝을 과학적 방법으로 예측해서 결과를 미리 도출해 내기 마련이다. 경제가 과학이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서민은 과학적이지 못한, 지극히 추상적이거나 광고문안 같은 정권의 경제선전술에 익숙해져 있다. 이를테면 경제민주화라는 실체가 모호한 구호에서부터 오늘날 소득주도성장에 이르기까지 뜬구름 잡듯 모호한 사이비 경제용어로 해서
이제 이십여 년 동안 다른 환경 속에서 남남으로 살던 두 사람은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으로 한 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살게 될 것이다.때때로 남편은 반찬투정을 할 것이고 아내는 가사분담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리라. 그러면서 날들이 흘러가겠지. 일요일에는 자동차를 타고 가까운 물가나 혹은 유원지로 놀러가고, 명절이면 서로 우리 집에 가자고 티격태격 다투기도 할 것이다. 그러한 어느 날 그들 사이에 아이가 생길 것이고,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면서 상대에게 약간씩은 소홀해질 것이다. 그러면서 날들은 흘러가겠지. 아이는 무럭무럭 자
경제는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그래서 잘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머잖아 정말 좋아진다는 말이다.이 정부가 경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 말일 것이다. 라디오에 출연한 어느 게스트가 하는 말이다. 웃고자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냉소였다. 정부가 하는 작금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전망을 나열하면서 한 말이다.시장에 대한 그의 리뷰는 신랄했다. 해외시장에 대한 견해는 한마디로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 2년여 간 해외시장은 과거와 달리 호황국면이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자동차는 영주 봉화 간 지방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미 휴가가 끝났지만 나는 회사에 전화하지 않고 있었다. 나도 이미 어떤 지점을 넘어서버린 것이었다. 우리는 계속 이동했다. 답답해 숨이 막힐 것 같아 한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다른 곳에 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무언가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막연한 기대로 계속 이동했다. 목적지가 따로 없었으므로 한번도 네비게이션을 찍은 적은 없었다.맑은 하늘, 푸른 들, 풍경을 감상하며 뒷차들이 추월하든 말든 느리게 달렸다.빠아아
3대 거짓말이 있다. 처녀가 죽어도 시집 안 가겠다는 말과 노인이 죽고 싶다는 말 그리고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이 그것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웃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잣대로 견줘보면 모두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다.처녀가 시집안가겠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기 십상이다. ‘내 삶은 내가 살겠다’고 당차게 나대는 처자들이 요즘엔 한둘이 아니다. 부모라고 마구잡이로 막지 못하는 세태가 된 것이다. 죽고 싶다는 노인의 독백이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더불어 살고 있는 이웃에 고독사라는 이름으로 죽어가는 노
내가 아는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그 사람이 웃을 때 함께 웃어주고 그 사람이 눈물 흘릴 때 그 눈물을 말려주는 것. 앓아 누웠을 때 가만히 이마를 손으로 짚어주는 것, 목말라 할 때 물 한 잔 내밀어주는 것, 혼자 있고 싶다고 할 때는 잠시 자리를 피해주는 것.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 사람이 거절한다 해도 끝끝내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그랬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그 사람 곁이어야 했다.물론 내 인생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두려움도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이
숨 막히는 불볕더위가 연일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들리는 소식도 더위만큼이나 답답하기 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월초부터는 최저임금인상 강행으로 나라가 들썩였다.급기야 과묵한 대통령도 선거공약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며 사과했다. 최저임금인상은 문재인정권이 내건 중요한 대선공약의 하나였다. 인건비를 올려 소득을 높이는 것이 경제정책의 골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권출번과 더불어 이 공약부터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잠작대로 대통령의 지지도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노조의 전폭적인 지지가 낳은 결과라는 해석에 이의가 없었다.문제는 두 번째
모든 것이 다 스러질 것이라는 얘기는 그녀에게 아무 위안도 되지 않는다. 그녀도 알고 있다. 모든 것은 다 소멸된다는 것을. 삶은 안개처럼 왔다가 가는 더없이 ‘짧은 순간’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러나, 그렇게 빨리 스러지지는 않는다.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어린아이에게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른다. 반면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 노인에게 시간은 쏟아진다. 그녀에게도 아마, 지금, 치밀히 계산된 폭파공법에 의해 낡은 아파트가 무너져 내리듯, 시간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나 어때, 이뻐?”
폭염이 한반도 남녘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장마가 그치면서 시작된 자연현상이다. 이 열기는 줄잡아 20여일이 지나면 수그러든다. 몸도 마음도 이미 체득한대로 순응하기 마련이다. 좀 참고 견뎌내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그런데 이 폭염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달구는 이상한 현상이 이 계절에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둘러 정한 최저임금인상 때문에 빚어지는, 일찍이 예상했던 ‘사고현장’이 그것이다.임금 올려준다는데 마다할 수급자자 있겠는가. 그런데 임금인상을 달갑잖게 여기는 이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용자측에서는 품
“내가 훔쳤으니까.”“그게 무슨 말이야? 언제? 어디서?”“이십일 년 전 교회에서 여주로 수련회 간 적 있었지? 거기서 훔쳤어.”“……맞아. 거기서 잃어버렸어. 믿어지지 않아. 그럼 그때 날 봤단 말이야?”“응.”“왜 훔쳤어?”은영은 아직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뻔하지. 네가 이뻐서 어떻게 해보려고. 선녀와 나무꾼 얘기도 있잖아.”“누구였는데? 우리 교회 다녔어?”“아니. 친구들하고 거기 캠핑 갔다가 우연히 널 봤어. 그때 하천에 텐트 치고 놀던 고등학생들 기억 안 나?”“몰라. 기억 안 나.”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