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국가 중(20위권)에서 바닥권에 속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항상 심각하다고 단정한다. 금년현재 자급률(47%)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국민은 식량이 부족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쌀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언제인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쌀이 남아돈다는 소리는 어언 당연한 일로 알고 있는 것이다.‘쌀은 곧 식량의 전부’ 쌀만 부족하지 않으면 식량자급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국민들에게 식량에 대한 인식을 이렇게 각인시킨 주체는 바로 역대 정부인 셈이다. 작황을 설명하면서 여느 작물보다 쌀 수확량에 초점을 맞춰 성과인 냥 홍보하기 일쑤였으니까. 주식이 쌀인 국민들에게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긴 해도 편중된 목표의식이 불러온 결과가 된 것이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쌀도 넉넉한 것 가운데 하나로 치부되었다. 풍요의시대가 가동된 것이다. 식량자급률은 거의 안중에도 없게 되었다. 사다 먹을 만 한 돈이 있는데 그깟 걱정을 왜 사서하느냐는 생각이다.

60대 이상의 고령층은 잘 안다. 거의 70년대까지도 이 나라에는 빈곤이 일상적인 화두가운데 하나였다. 봄철이면 나라전체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안간힘이 처참할 지경이었다. 해마다 농번기에는 어린학생들까지 동원된 일손 돕기 작업이 벌어졌다. 가뭄에는 물대기, 홍수 철에는 쓰러진 곡식세우기 작업이 학교생활의 일부였다. 시골학교는 정해진 퇴비생산량을 채우기 위한 작업에 땀을 흘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먹고살기 위한 치열한 세월이 가고 어느새 쌀 걱정하지 않는 나라가 된 것이다. 국민이 허리띠 졸라매고 이룩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다. 농협창고에 쌀이 쌓여있어 걱정이라는 소리 소문이 해마다 전국각지에서 들리던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던 나라에 쌀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부 들어서면서 부터였다. 괴이쩍다는 여론이 돌았지만 그래도 창고어디인가에는 쌓여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남아돈다던 쌀이 갈 곳이라고는 없어 보였기에 그랬다.

소문이 사실로 들러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부터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값이 오르면서부터 소문은 사실화 된 것이다. 쌀이 없다는 것이다. 상인들이 팔기위해 구매할 쌀이 귀해졌다. 희귀한 현상이라는 말이 상인들 입에서 입으로 퍼지기 비롯된 것이다.

십 수년째 남아돈다던 쌀이 시장에서 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횡횡해 지면서 값이 뛰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그의 7,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맘때는 쌀값이 바닥권에 이를 시점이지만 여전히 쌀값이 오르고 있다.

쌀값오름세에 대한 당국의 해명은‘모든 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눙치지만 시장사람들은 그 말을 액면그대로 믿지 않는다. 남아돈다던 쌀이 이렇게 폭등하는 것에 불안감과 함께 불만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쌀값은 계속 올라 지난 2016년 80kg에 산지가격 12만9천원에서 18만원까지 급등했다. 정부가 뒤늦게 22만 톤을 풀었지만 상승세를 잡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근거없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쌀이 없는 까닭은 북한에 쌀을 퍼줘서 그렇다는 거다. 오를 이유가 없는 쌀값이 올라도 너무 급하게 치솟으니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를두고 시장사람들은 쌀이 남아돌던 나라에서, 쌀 부족국가로 전락했다는 자조어린 소리를 한다. 실업자 증가에 공장가동률 저하, 자영업자 몰락에 알바생 취업난시대 등등에 이어 이제는 쌀이 동나기 일보직전이라는 불안이 시장을 불안에 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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