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정부는 출범과 함께 나라경제라는 텃밭에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가꿨다. 1년이 흘렀다. 경제가 생물학적 개념과는 달리 파종과 수확이라는 방법으로 결과를 계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시작과 끝을 과학적 방법으로 예측해서 결과를 미리 도출해 내기 마련이다. 경제가 과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서민은 과학적이지 못한, 지극히 추상적이거나 광고문안 같은 정권의 경제선전술에 익숙해져 있다. 이를테면 경제민주화라는 실체가 모호한 구호에서부터 오늘날 소득주도성장에 이르기까지 뜬구름 잡듯 모호한 사이비 경제용어로 해서 헷갈린다.

단어대로라면 이상할 것도 없다. 소득을 더 많이 올리는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뜻인데 시비의 여지가 있을 까닭이 없어서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잡히는 게 없다. 허상이라는 생각과 함께 배신감마저 든다. 결과가 그렇다는 말이다. 지난 1년간 갈고 닦은 텃밭에서 나온 소득이 알곡은 찾기 어렵고 속빈 쭉정이 뿐이어 서다.

우선 지난달 초, OECD는 우리경제에 대해 ‘외환위기 직후 상황과 같다’고 경고했다. 그간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 겸 경고다. 이어 일본의 상장사들이 석 달간 28%의 순익을 낼 때 국내회사들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적자에 허덕이거나 줄줄이 문을 닫자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내년까지 세무조사를 안 한다는 대책도 내놓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상·하위 10% 임금격차가 4.3배로 더 커졌다. 이는 OECD국가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다.

결국 빈부격차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단다. 고용쇼크가 저소득층에만 덮쳤다는 해석이다. 자고나면 무섭게 오르는 물가도 이 정부가 빚어낸 재앙이라고 꼽는다. 특히 아파트값 상승은 정부의 경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소득 없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소득격차만 더 벌린 ‘소득주도 성장’이 되고 말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정부가 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가장 모질게 비난했던 가계 빚 증가속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1500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그동안 세금으로 가구당 51만원을 지원했지만 실직으로 인해 근로소득 감소가 오히려 더 커진 것이다. 특히 서민들은 세금 떼고 나면 막상 쓸 돈이 없다는 불평을 하고 있다.

고용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분배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최저임금이 소득주도성장 엔진을 통째로 못쓰게 한 것이다. 소득주도경제성장 정책의 결과다. 우리경제를 옥죄는 주범이라고 지탄받고 있다. 당장 폐기하라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에 대한 대답이 나왔다. 바로 이 엔진을 설계한 당사자의 대답이다.

“고용과 분배 악화는 소득주도 성장의 포기가 아닌 더 강화하라는 신호”라고 한다. 기다렸던 대답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 그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포기한다면 과거로 환원하라는 말이냐고 되묻는다. 의지가 바위 같다. 청와대도, 여당도 같은 자세다. 당내외의 우려도 깔아뭉갠다. 금과옥조라는 위세다.

소득주도성장은 임금증가가 소비와 수요를 늘이고 나아가 생산과 소득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지만 실체가 입증되지 않는다. 허구적인 이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의 그들은 기약 없는 실험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다.

그들은 일찍이 민중의 의견을 끔찍하게 여겼다. 다중의 소리라면 벼락같이 따른다고 했다. 그래서 잡은 정권이다. 그들이 뿌린 씨에 대한 수확량이 드러났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결과를 외면한다. 다중의 볼멘소리가 그들의 귀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귀뚜라미의 아우성쯤으로 들리는가 보다. 괴이쩍은 외면이 무엇을 말하는지 서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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