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참 듣기 싫은 소리만 골라서 한다. 이제 뭘 좀 제대로 해볼까했더니 벌떼처럼 일어나 하지 말라고 아우성이다. 거둬둔 돈 좀 풀어 어려운 사람들 돕겠다는데도 극구반대목소리만 크다. 제돈 갖다 쓰는 것도 아닌 데도 저 야단이다.

생각 같아서는 펑펑 써대고, 왕창왕창 퍼주고, 쏙쏙 뽑아먹으면 좋으련만 반대하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적폐세력 쪽에서 나는 소리가 더 크다. 그들만 없다면 이 나라가 크게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는 것도 사실이란다. 과거 수십 년간 야당 편에서 정치를 오래했다는 사람이 솔직한 고백이라며 들려준 얘기다.

명년도 예산규모가 과거와 달리 왕창 늘어난다는 보도(470.5조 원-2018년 대비 9.7% 증가)를 보면서 그는 ‘이제 우리도 쓸 만큼은 써야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부가 잘하는 일이라고 추임새까지 한다.

특히 복지예산이 올해보다 14.6%가 증가한 72조3758억 원이라면서 ‘아쉽지만…’이라는 말을 깔아놓고는 언제 알았는지 세계 각국의 복지실태를 한 자락 읊어대기까지 한다. 참 유식하다.

취업을 못해도, 일자리를 잃어도, 장사가 시원찮아도, 늙은이도, 산모도, 신생아도, 학생도, 환자도 온통 나라에서 돈을 주겠다는 거다. 뭐든지 다해주겠다는 거나 다르지 않다.

먹고사는 게 나라정치의 기본이니, 정부가 참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국민이 정작 그렇게 보이는지는 의문이다. 정말 정부가 개인의 삶을 주관하고 관장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다.

어느 나라가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형편에 걸 맞는 국가주도형사회복지를 아니, 시혜를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무슨 주도형경제를 한다더니 그 결실이 가져다준 소득을 퍼주는지는 모른다. 미래가치소득을 미리 향유케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되는지는 받아먹어 좋아할 서민도 안다. 당장 받아먹다가 말라비틀어진 나라 국민의 몰골을 익히 알고 있다. 남미, 구라파, 아프리카 등등 도처에 그런 나라들이 널려있다. 잘나가던 나라들이 세금 풀어 표 얻는 정상배들의 푸닥거리에 거지가 된 예를 잘 안다. 그런 국민들이 후회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이미 때늦은 후회라는 것도 그들이 잘 안다는 것도 우리는 안다.

시장을 정부가 지배하는 나라치고 잘된 나라가 단 한 나라도 없다. 민심 얻겠다고 세금보따리 풀어제키는 나라의 고관들도 모를 턱이 없다. 서민들에게 세금 거둬 밥 먹이면 그게 소득평등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고 치자. 그렇게 된다면 누가 시장에 나가 땀 흘려 일하고, 경쟁하고, 노력해서 밥을 먹겠는가. 나라가 주는 밥 먹고 놀면서 살아도 되는 세상이 아니랴.

시장은 그 자체로 필요 없는 무용지물이 된다. 쌓일 물건이 없어도 된다. 나라가 준다니까. 공무원만 많으면 그만인 나라가 된다. 국민을 먹여 살리려면 많은 손이 필요해서 그렇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나라이야기다.

민주국가의 모습이 망가지면 그렇게 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경제를 잘못 다루면 나라는 형편이 바뀌기 십상이다. 투자나 생산은 자본주의나라에서 정부가 하는 게 아니다. 온전히 자본가가 하는 거다. 온갖 규제와 맞지 않는 법을 만들어놓고 강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실업을 줄이는 일은 정부가 잔소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세금 나눠줘서 될 일은 더 아니다. 경제하는 사람치고 소득위주를 외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문 활짝 열어놓고 어서 와서 맘껏 투자해서 공장 쉽게 짓고, 세금 덜 걷고, 잔소리하지 않으면 누가 오지 않겠는가.

예산 왕창 부풀려 엄청 큰 정부 만들어 위세 등등해 지면, 반대로 시장의 크기는 작아진다. 자연현상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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