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폭염이 한반도 남녘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장마가 그치면서 시작된 자연현상이다. 이 열기는 줄잡아 20여일이 지나면 수그러든다. 몸도 마음도 이미 체득한대로 순응하기 마련이다. 좀 참고 견뎌내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 폭염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달구는 이상한 현상이 이 계절에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서둘러 정한 최저임금인상 때문에 빚어지는, 일찍이 예상했던 ‘사고현장’이 그것이다.

임금 올려준다는데 마다할 수급자자 있겠는가. 그런데 임금인상을 달갑잖게 여기는 이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용자측에서는 품값을 더 주고는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면서 집단강경투쟁에 나설 낌새다. 이미 지난 인상이후 80만 명이상이 생계유지수단으로 두 세 사람이 겨우 꾸려나가던 업체의 불이 꺼진 것이다.

지난해 파격적으로 16.4% 인상이후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거의 없다는 평가를 했다가 지탄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겨우 기억에서 가물가물되자 또 내년도 인상액을 내어놓은 것이다. 내년부터는 올해보다 10.9%을 더 올리겠다고 한 것이다.

사용자측에서는 영세업소는 물론이고 중소기업 등이 존폐기로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거푸 고율의 임금인상은 언어도단이라면서 집단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른다. 반대로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단체 등은 인상폭이 적다면서 최저임금법 재개정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산업계의 전통적 적폐인 노사갈등처럼 보인다. 게다가 시간당 몇 천 원 정도를 놓고 벌이는 작디작은 판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권출범과 함께 태동된 이번 사안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마디로 태생적 모순에서 비롯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문제해결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정부의 경제철학인 소득주도 성장론의 첫 번째 과업혁파가 바로 최저임금을 왕창 인상하는 것이었다.

촛불혁명이 낳은 정권이 바로 임금인상을 통한 경제발전도 모색한 것이 바로 최저임금인상이라는 해석이다. 임금을 올려 소득이 커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도 잘 돌아가고, 경제 활성화가 필연적이라고 여겼다.

도식처럼 경제가 연동작용을 할 것이라는 꿈은 정말 꿈에 불과하다는 것은 그간의 경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집권자들은 사실마저도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들의 설계대로 경제는 곧 잘 돌아갈 것이라고 우겼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도 우기고 싶었다. 노동개혁이 우리경제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도 그들은 안다. 그런데도 개혁의 당위마저도 입 밖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겨우 자리바꿈만 하는 시늉뿐이다. 그 사이 경제병통만 키웠다. 이번 소동도 땜질수준에서 대충 마무리할 속셈인 성싶다. 전 정부가 모아놓고 간 세금 3조원을 풀어 우선 무마해보겠다는 것이다.

문 닫겠는 영세업체의 땜빵용으로, 최저임금 1만원을 당장 시행하라고 을러대는 노조원들 입도 막아야 할 것이다. 청년실업문제도, 이러저러한 사회문제도 돈으로 막으면 변통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머잖아 터질 댐을 진흙으로 대충대충 막아놓고 보는 모양새다. 지켜보는 국민의 눈이 그렇다는 것이다. 불안하다는 말이다.

모르거나 서툴면 정직이 힘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세금이 국민의 돈이 아닌 권력의 돈이라고 여기거나 속이는 정부가 아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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