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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34회 비와 하모니카, 결혼사진이 있는 풍경③
버스 정류장에 우산을 들고 서 있는 50대 초반 남자의 모습이 내려다보였다. 그의 뒤로 멀리 뿌옇게 흐르는 비안개에 반쯤 잠긴 마을이 보였다. 버스가 도착하고, 여고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내렸다. 아마도 그 아이가 딸인 듯, 남자가 꽃무늬 우산을 펴서
이군산   2018-11-14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33회 비와 하모니카, 결혼사진이 있는 풍경②
말을 마친 은영이 탈진한 듯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댔다.나는 생수병 뚜껑을 따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가 물을 몇 모금 마시고 크리넥스로 얼굴을 닦았다.트램폴린의 계집애는 계속 허공으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힘에의 의지’ 그 자체가 생명이라던 니체의
이군산   2018-11-08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32회 비와 하모니카, 결혼사진이 있는 풍경①
정선의 여관이었고, 아침이었다. 나는 나쁜 꿈에서 깨어났다. 내용은 기억나지는 않지만 흉흉한 꿈인 것만은 분명했다. 방 안에, 그리고 내 몸 안에 나쁜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의 건강한 체온이 필요하다. 나는 은영을 안으려고 팔을
이군산   2018-11-01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31회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③
커튼을 젖히자 창문 한쪽으로 멀리 바다가 보였다. 우리는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황혼이 내려앉기 시작했다.모듬회와 꽃게매운탕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캔맥주와 찐 오징어를 사들고 밤바다로 나갔다. 낮 동안
이군산   2018-10-25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30회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②
……꿈인가…… 꿈인가…… 꿈인가……옛날 신라시대, 조신(調信)이라는 중이 태수 김흔공(金昕公)의 딸을 깊이 연모하여 틈만 나면 낙산사 관음보살 앞에 가
이군산   2018-10-17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9회 여름밤은 깊어만 가고①
“아, 좋다. 결혼식도 마쳤으니 이제 신혼여행 가야겠네?”흐뭇한 얼굴로 액자와 사진이며 필름이 든 봉투를 가슴에 안고, 내 칠 월의 신부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세상은 어느덧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상쾌한 저녁바람이 기분 좋게 살갗을 스치고 지나갔
이군산   2018-10-04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8회 칠 월의 신부④
통화를 마친 주인이 카메라를 챙기는 동안 은영이 세수를 해야겠다면서 가방을 들고 쪽문 안쪽에 있는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줍게 웃으며 돌아왔다. 힐긋 보니 연분홍 립스틱 바른 입술이 손바닥 안에 숨겨져 있었다.
이군산   2018-09-19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7회 칠 월의 신부③
내 말이 그 말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고생해서 돌아가면 한밑천 잡는 것이다. 중국에 갔을 때 민공(民工: 농촌 출신 노동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 혼났었다. 한국인들 몰인정하다고 욕하면서 돌아간 중국 노동자들이󰠏󰠏b
이군산   2018-09-12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6회 칠 월의 신부②
이제 이십여 년 동안 다른 환경 속에서 남남으로 살던 두 사람은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으로 한 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살게 될 것이다.때때로 남편은 반찬투정을 할 것이고 아내는 가사분담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리라. 그러면서 날들이 흘러가겠지.
이군산   2018-08-29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5회 칠 월의 신부①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자동차는 영주 봉화 간 지방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미 휴가가 끝났지만 나는 회사에 전화하지 않고 있었다. 나도 이미 어떤 지점을 넘어서버린 것이었다. 우리는 계속 이동했다. 답답해 숨이 막힐 것 같아 한곳에 오래
이군산   2018-08-22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4회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④
내가 아는 사랑은 그런 것이었다. 그 사람이 웃을 때 함께 웃어주고 그 사람이 눈물 흘릴 때 그 눈물을 말려주는 것. 앓아 누웠을 때 가만히 이마를 손으로 짚어주는 것, 목말라 할 때 물 한 잔 내밀어주는 것, 혼자 있고 싶다고 할 때는 잠시 자리를
이군산   2018-08-14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3회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③
모든 것이 다 스러질 것이라는 얘기는 그녀에게 아무 위안도 되지 않는다. 그녀도 알고 있다. 모든 것은 다 소멸된다는 것을. 삶은 안개처럼 왔다가 가는 더없이 ‘짧은 순간’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러나, 그렇게 빨리 스러지지
이군산   2018-07-25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2회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②
“내가 훔쳤으니까.”“그게 무슨 말이야? 언제? 어디서?”“이십일 년 전 교회에서 여주로 수련회 간 적 있었지? 거기서 훔쳤어.”“……맞아. 거기서 잃어버렸어. 믿어지지 않아. 그럼 그때 날 봤단 말이야?”“응.”“왜 훔쳤어?
이군산   2018-07-18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1회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①
깨어나보니 방 안에 햇빛이 가득했다. 나는 물을 몇 모금 마시고 창문을 열었다. 풍경이 어제와 달랐다. 똑같은 물건이,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풍경이 문득 다른 질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별안간 낯설어지는 것이다. 나는 반쯤 죽음의 세계에 발을 담근
이군산   2018-06-14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20회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비창⑤
너무 놀라운 경험이 감정기능을 마비시킨 건지, 아니면 이미 모든 결정을 내려서인지, 은영은 씻고 자리에 눕자마자 금방 색색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그녀는 모든 게 정리되었을 테지만 나는 아직 아니었다. 망치로 맞아 머릿속의 코일이 몇 가닥 엉킨 것처
이군산   2018-06-07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19회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비창④
보성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였다. 배가 고파지고 있었다. 천천히 시가지를 돌며 적당한 식당을 찾는데 문득 바지 주머니가 허전하게 느껴졌다. 손을 넣어보자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휴대폰이 없어진 것이었다. 아무래도 해남의 식당에 놓고
이군산   2018-05-30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18회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비창③
“내 동생 그렇게 한심한 애 아냐. 밤새 싸웠어. 얼마나 힘들게 설득시켰는지 몰라. 때리기도 하고 울면서 빌기도 하고, 그러자고 했다가 또다시 그럴 수 없다고 하고, 결국 아침에 또 번복하면 너 죽고 나 죽고 우리 가족 모두 죽는 거라고 다짐시키고 헤
이군산   2018-05-16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17회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비창②
“아버지 친구가?”“나중에 알아보니 아빠 사고 당하시기 전에 서로 사이가 안 좋았대. 연락처 아는 사람도 없었고……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그렇게 힘든 일이 있었는데 왜 날 안 불렀어. 남을 도울
이군산   2018-04-25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16회 바다가 보이는 휴게소, 비창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부을 듯 날이 흐렸다. 해남이었다. 주택가의 구불구불 이어진 야트막한 돌담들이 예쁜 소도시. 남쪽, 따뜻한 곳, 달마산, 어란, 땅끝…… 해남에는 치과를 개업한 친구가 살고 있다. 아내와 자식들도 함께 내
이군산   2018-04-18
[오피니언] [연재소설] <한 천사를 사랑했네> 15회 들에 핀 백합을 보라③
그 날 오후 진안에 도착했다. 우리는 마이산으로 향했다.멀리서 보니 우뚝 솟은 두 암봉(岩峰)이 얼핏 일부러 만든 인공 구조물처럼 보였다. 아무리 봐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1억 년 전까지만 해도 호수였던 곳, 그러나 4천만 년에 걸친 지각변동으로 서서
이군산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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