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알 수 없는 사람 속 (2) - 사람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다음 편이 궁금했습니다. - 그래. 이렇게 써놓고 기다리고 있었지. 어디까지 했더라. - 첫째 멀리 두고 충성심을 살펴라. 둘째 가까이 두고 공경심을 살펴라. 셋째 번거로운 일을 맡겨서 능력을 살펴라. 넷째 갑작스런 질문으로 지혜를 파악해라. 다섯째 급작스럽게 불러내서 신뢰가 있는지를 살펴라. - 옳아. 이어서 계속하겠네. 여섯 번째, 재물을 맡겨서 그의 씀씀이를 살핀다(委之以財而觀其仁).- 성실히 관리하는지를 보라는 말이 아닌 것 같네요. 어질 인(仁)
#51 알 수 없는 사람 속 (1)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뽑아 쓸 때는 가장 믿을만한 사람을 고르느라 골라 쓰는 것이겠지만, 자기 손으로 골라 쓴 사람이 기대를 벗어나거나 내 뒤를 때린다면 대략 난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을 골라 쓴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일의 성패는 무엇보다 사람을 잘 고르는가 여하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을 잘 골라 맡겼을 때는 사업이 생각보다 성공할 수도 있고, 잘못 골랐을 때는 잘 되던 사업이 빠르게 곤두박질할 수도 있다. ‘인사(人
#50 정의란 무엇인가. - ‘도는 보이질 않고, 하늘은 가르쳐주질 않는구나’ (道無形象 天無言語) !- 퇴계가 서문에 쓴 글 아닌가. 하늘이 가르쳐주지 않으니 스스로 파고 파서! 스스로 깨달아가야 한다. 이것이 학문이다. - 선조 임금에게 만들어준 책이죠. - 이제 성학십도 얘기를 해보려는가? - 웬걸요. 그저 이 말이 가슴에 와 박힌다는 거죠. 대체 진리가 무엇인지, 하늘의 뜻은 무엇인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건지, 인간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궁금한 건 많은데 진리는 스스로를
#49 선량하게 살면 억울하다? - 모든 생명의 존재는 평등하다고 합니다. - 그렇지. 귀하고 귀하지 않음이 따로 있겠나. 모두 하늘과 땅이 낳은 대등한 존재들인데. - 그러면 모두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요? - 열 손가락 가운데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는가. 모두 중요한 것이지. -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는 수레를 끌고 밭에서 쟁기를 끄는 소 한 마리와 그 소의 콧잔등에 앉아 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쇠파리 한 마리의 가치는 어떤가요? 같은 생명이니, 대등한 가치가 있나요? - 어허? - 이런 게 문제란 말이에요. 나
#48 지난 1백년을 돌아보라 - 지금은 인류가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일까요? - 왜 그런 말을 하나? - 뭔가 우울의 기운이 편만합니다. 코로나의 충격이 이대로 가시지 않을 것만 같은. - 좀 기다리면 백신이든 치료제든 나올 거라고 하지 않나? 그러면 원상으로 돌아가겠지. -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예전 같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은 둘로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어놓았으므로’라고 말
#47 감자밭 스캔들 - 내가 웃긴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지. - 웃긴 이야기 좋죠. 안 그래도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요즘입니다. 얼렁 해보세요. - 어떤 젊은 사람들이 시장바닥에 서서 대자보를 붙여놓고 이렇게 외쳤다네. “당신의 감자를 하나씩만 기부하세요. 세상에 억울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하여 감자밭을 일구려 합니다. 하나씩만 기부해주시면 이 분들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거에요.”곁에는 그 시대에 정말 가련한 여인들이 앉아 있었다네. 아무도 돌보지 않고 억울한 일을 신원해주지도 않는 여인들이었지. 국가도 돌보지 않고 귀기울여주지
#46 ‘분노의 단계’가 온다. 오랜 숙고 끝에, 나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지구촌의 현실을 비쳐볼 하나의 기준을 얻게 되었다. 이 상황은 마치 평생을 열심히, 성실히 살면서 가난과 질병 등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의 절정기를 맞은 사람이 갑자기 말기 암의 진단을 받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일을 비유로 생각할 때에는, 실제 현실과 비교된 현실이 명확히 똑같지는 않다는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비유해 본다면, 지금 이 생명체가 중병에 걸렸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이 명백하
#45 큰 지혜, 작은 지혜 - 요즘은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가. 장자가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산 듯하다. 며칠 동안 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아니, 벌써 몇 주가 지나버렸나. 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그것조차 잊어버렸다. 아, 생각났다. 세상이 갑자기 바뀌었으니 ‘이게 뭔가?’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또 생각이 났다. 나는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세기적 충격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온 세상이
#44 포스트 코로나19 - 요즘은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관심들이 많습니다. 과연 어떤 세상이 올까요.- 관심? 그렇게 보나? 내가 보기엔 돈에 관한 관심뿐인 듯하더라만!- 아니, 정말 모두 그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포스트 코비드!- 그건 자네 생각이고. 검색해보게. ‘코로나19 이후’. 죄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면 어떤 주식이 오를까, 부동산에는 어떤 영향이 올까, 코로나 이후 유망직종 사양직종….- 하하하. 그 얘기시군요. 주로 돈에 관한 얘기이긴 하죠. - 웃을 일인가 이게? 이런 대 사변을 만났어도 잘 먹고
#43. 무용지용(無用之用)을 모르면 각박해진다 인간의 번창. 그래서 생존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많은 것을 독차지하고 뒤진 사람은 최소한의 것도 가지지 못한다. 인간은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 할까. 생존경쟁에서 이기는 사람만 존귀하고 뒤떨어진 사람들은 그만큼 존재가치가 떨어지는 것일까. - 그것은 엘리트주의자들의 착각이지. 1등만 존중받고 승자만 대접받는….- ‘더러운 세상’ 그런 말이 있어요. - 그건 코미디 프로에서 유행하던 말 아니냐? - ㅋㅋ.. 사실은 그렇습니다. - 이런 말 들어보았나?
#42 존재의 기본 - 코로나19가 깨우쳐주는 것이 많더군요. - 그래? 무슨 일에서든 깨닫고 배우는 것이 있다면 좋은 일이지. 그래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무엇인가, 그대가 깨달은 것은?- 꼭 뭐 내 혼자서만 깨달았다는 것은 아니고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깨달음을 말하고 있죠. - 예를 들면? - 첫째는 인간의 오만을 깨우쳐주었답니다. 인간의 이익과 편의만을 위해서 지구환경을 마음대로 개발하고 파괴하고 함부로 오염시켰다는 거죠. - 자연의 반격? - 맞습니다. 그런 시각이 많더군요. - 그럴 듯하다.
#41. 울음 관찰기 엉엉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며, 소리를 죽이고 흐느껴 우는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할 거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하소연해도 들어줄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단정 지은 사람은 울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는 웃어도 무표정으로 웃고 울어도 무표정으로 울 뿐이다.웃지도 울지도 않는 사람은 마음에 병이 든 것이로군요.딱히 그렇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마음의 병마개가 굳게 닫혀있는 건 사실이지.마음의 병마개를 닫은 상태가 건강한 건 아니
#40. 웃음 관찰기 - 마음에 짐이 있는 사람은 우스운 말을 들어도 크게 웃지 않고, 슬픔이 있는 사람은 웃음소리가 울음소리와 비슷하며, 기쁨이 있는 사람은 남이 보든 안 보든 얼굴에서 참을 수 없는 미소가 저절로 배어나온다. 쥐어짜듯 웃는 사람은 깊은 우울을 이겨내려 애쓰는 것이며, 미간을 찌푸리고 웃는 사람은 상대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마음으로부터 의심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웃음학인가요? - 학(學)? 아무 데나 ‘학’자를 끌어다 붙이지 마라. 제일 골치 아픈 게 공부 아닌가. 나는 공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네. -
#39. 종교 외전(宗敎外傳)생명수의 샘을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 지친 사람이 마시면 힘을 얻고, 병든 사람이 마시면 병이 낫는 신비로운 샘물이었다. 그는 갖고 있던 그릇에 물을 받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 그릇씩 나누어주었다. 목마른 나그네들이 그 물을 마시고 힘을 얻었다. 그곳을 지나갔던 어떤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말했다. “내가 속병이 좀 있었는데, 이 물을 마시고 나서는 깨끗해졌어요. 다시 한 그릇 얻어가려고 왔습니다.”“얼마든지. 물이 떨어지면 다시 오시오.”라고 그 사람은 말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병든 사람들이 몰려오기
#38. 스스로 돕는 자라야 도울 수 있다- 오늘은 시장에 좀 나가보고 왔네. 일종의 민정시찰이지. -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까? - 시절이 뒤숭숭하니, 인간들이 어떻게 이 시절을 견디고 있는지 둘러보아야 했네. 우리 원탁회의에서 몇몇 영혼들이 지역을 나누어 시찰을 나왔지. - 아, 그런 일도 하시는군요. 제발 인류를 좀 구해주세요. 바이러스인지 뭔지. 그거 은근히 걸쩍지근해요. - 그런데 말이야. 내가 누구를 도우려 해도 그 자신이 스스로를 도우려 하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도와줄 수 있겠나. 물에 빠지려고 용을 쓰는 사람을 곁에
#37. 사기사건의 사악한 결말 - 왕을 따라서 대신들도 모두 ’선량한 사람만 볼 수 있는 비단옷‘을 맞춰 입었다… 까지 얘기했던가요? - 그래. 그 다음이 궁금해서 내 손수 뒷얘기를 쓰고 싶을 지경이었네. - 하하. 장자님도 너스레가 보통 아니십니다. - 군소리 그만 두고 어디 다음 얘기를 해보게. - 이 나라는 좀 특이했어요. 왕이 하면 대신과 귀족들이 따라 하고, 뒤를 이어 백성들 중에서도 부자들이 금방 그것을 따라 했어요. - 충성심이 깊은 백성들이군.- 그렇다기보다…- 그래, 그래. 자꾸 옆길로 새
#36. 벌거벗은 임금님 속편 - 자, 이제 제가 지은 우화입니다. - 좋아. 이제야 비로소 다음 주가 기다려지기 시작하는군. - 다행이군요. 옛날 어느 나라에 낯선 사람 둘이 나타났답니다.- 좋아. - 그들은 임금님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단으로 옷을 짓는 재단사들이랍니다. 임금님을 위하여 옷을 지어드리겠어요.’그러자 임금님이 물었죠. ‘눈에 보이지 않는 옷감이라고?’ ‘아, 정확히 말하자면, 마음이 나쁜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요. 그러나 선량한 사람들의 눈에는 물론 보통의 옷감처럼 잘 보입
도적들은 대개 산채(山寨)로 모여든다. 이목을 피해 마을과 떨어진 산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오가는 사람들을 노린다. 그들은 양민의 생명을 위협해서 금품을 빼앗아 연명하는 것이 직업이다. 일을 하지 않는 날은 마시고 노는 짓을 한다.물론 옛날이야기다. 그렇다고 그런 비슷한 짓을 하는 직업군이 오늘날이라고 없는 것은 아니다. 옛날식 산채와는 외양만 달라졌을 뿐 기능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분화되고, 전문화되고, 더 탐욕스러워졌을 뿐이다.첨단지식으로 무장한 자본주의시장도 하나의 산채와 비슷하다. 그러나 시장은 시민에게 대가(代價)를 지불한다
#35. 비유로 말하는 이유 장자님은 우언(寓言)을 즐기셨죠? ‘내 글에서 열에 아홉은 우언이다’하셨는데.그랬지. 그래. 내가 뭐라 했더라?내 글에는 열에 아홉이 우언이고, 열에 일곱은 중언(重言)이며, 일상적으로 쓰는 치언(巵言)으로 대세에 맞춘다.아, 좀 쉽게 말해보게. 우언이 뭐고 중언은 무엇인가. 또 치언은 무엇이고.장자님이 못 알아듣는 건 아니시겠죠?읽는 사람들 생각해서 묻는 거네. 그렇게 문자를 써서 알아듣지 못하게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알아듣지 못하게 하는 말은 단지 ‘나 잘났소’하는 사치품에 지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금융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자신있게 외치던 정부가 모든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뒤늦게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하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에 이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기금 등의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하지만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한발 늦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지난 공매도 금지 발표 때는 이미 공매도 세력이 1조원 이상의 주식을 팔고 나간 후에에 뒤늦게 나온 대책이라는 이유로 뭇매를 맞았다. 또한 부랴부랴 공매도 금지 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