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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42 존재의 기본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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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21  16: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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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존재의 기본 

- 코로나19가 깨우쳐주는 것이 많더군요. 
- 그래? 무슨 일에서든 깨닫고 배우는 것이 있다면 좋은 일이지. 그래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무엇인가, 그대가 깨달은 것은?
- 꼭 뭐 내 혼자서만 깨달았다는 것은 아니고요.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깨달음을 말하고 있죠. 
- 예를 들면? 
- 첫째는 인간의 오만을 깨우쳐주었답니다. 인간의 이익과 편의만을 위해서 지구환경을 마음대로 개발하고 파괴하고 함부로 오염시켰다는 거죠. 
- 자연의 반격? 
- 맞습니다. 그런 시각이 많더군요. 
- 그럴 듯하다. 심은대로 거두는 것이니, 인간은 자연환경을 멋대로 학대하고 파괴한 댓가를 치르는 것일 수도 있지.
- 그래서 말인데, 둘째는 인간이 간섭만 안 해도 지구자연은 곧장 회복이 시작된다는 것이랍니다. 
- 야생동물이 거니는 도로나 공원들이 늘었다더군. 단 한두 달 만에.   
- 셋째는 만인의 평등을 깨우쳐주었답니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부유한 국가나 빈곤한 국가나, 인종이 다르거나 국적이 다르거나 구분 없이 무서운 전염병 앞에서는 너나없이 똑같은 공포를 겪었다는 거에요. 
- 옳거니.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 
- 보통은 인간의 질병에도 빈곤형 질병, 부자형 질병이 있다는데요. 
- 그래? 
- 예를 들면 북한의 김정은이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설이 돌 때 아주 그럴듯한 설명이 붙어 다녔어요. 정말 심장병이었다면 그 흔한 스텐트(stent) 시술 하나 제대로 못해서 사람이 죽을 수 있겠느냐. 그런데 북한에는 동맥경화 같이 영양과잉으로 생기는 질병이 거의 없어 익숙한 의사도 없을 것이다. 
- 아하. 그러네. 빈곤한 나라에서 흔한 질병은 아니겠군. 
- 영양과잉으로 배 나올 사람이 별로 없죠. 대신 빈곤형 질병이 많을 겁니다. 영양결핍에서 오는 질병이라든지 기생충감염이나 위생환경이 부족해서 생기는 전염병들.
- 그렇겠지. 그런데 코로나19는 평등했다는 것인가? 
-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대응하지 않는 나라에선 엄청난 사망자가 나왔죠. 미국이나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들이 그렇게나 심각하게 당하리라고 초기에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맞네. 대개 부유한 국가들은 의료장비나 자원, 인력이 충분해서 피해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들 생각했을 텐데. 
- 그게 네 번째 깨달음이에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진리.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놓고 초기에는 많은 OECD국가들이 한국의 대응보다 일본의 대응을 참고하는 경향이 있었지요. 그래서 일본처럼 무대응 기조로 나가다가 어이없이 많은 사망자를 내고서야 부랴부랴 한국 따라하기로 바꾼 유럽 국가들이 많답니다. 
- 하하. 일본은 이제 모범국가가 아니라는 걸 몰랐나보군. 
- 한국이 아무리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해도 아무러면 2백년 선진국 일본보다 낫겠느냐 하는 심리가 있었을 겁니다. 한국이 OECD 가입한 건 이제 겨우 30년인데, 일본은 200년 전부터 동양의 유일한 개화국가로 행세했으니.
- 근거 없는 말은 아니지. 그러나 일본이 얼마나 문명적으로 퇴보하고 있는가 최근의 실상을 몰랐던 게로군. 어디 일본뿐인가. 이탈리아도 미국도 시신처리조차 제대로 못할 만큼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게 드러나질 않았나.
- 맞습니다. 위기에 닥쳐봐야 좋은 신하, 좋은 아내, 좋은 친구를 알아볼 수 있다는 옛말이 틀림이 없었네요. 재난은 평소에 국가/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 한 가정으로 봐도 그래. 평소 가족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가족들은 위기가 닥치면 불화는 더욱 심각해지지. 평소 관계가 원활했던 가족들은 위기를 무난히 잘 넘기는데 반해…. 그러니까 사회적 재난은 그 사회의 잠재역량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네. 평소에 잘 해야지.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맞는 말이야. 
- 네 번째 깨달음은 바로 일상의 소중함이랍니다. 우리가 지루해하던 일상. 친구를 만나고 공원산책이나 외식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한잔 술을 기울이고, 도서관에 가고, 데이트도 하고, 종교집회에 참석하거나 극장이나 공연장, 미술관에도 다니고,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이런 평범한 일상들이 모두 차단되었잖아요. 가끔 노래방 한 번씩 가던 것도 그동안은 불안해서 못 갔거든요. 동네 아이들은 오죽하면 학교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어요. 
- 오호, 아이들이 학교를 그리워할 정도였다고? 
- 신선이라 좋으시겠습니다. 코로나19 하나에 인간은 얼마나 벌벌 떨며 외롭게 지내야 했는지 이해가 안 되시나 봅니다. 
- 왜 모르겠나.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엘 가고 싶어 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야. 허허. 앞으로는 교사나 학생 모두 학교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겠군.
- 얼마나 가겠습니까만. 직장인들도 자신들이 다니던 평범한 일터의 소중함을 많이 깨달았을 겁니다. 감원도 많았지만 재택근무도 많았거든요. 그 소소한 일상들, 인간관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행복이 무엇인지. 
- 또 다른 깨달음이 있나? 
- 이건 좀 상반되는 얘긴데요. 매일 아침 꼬박꼬박 시간 맞춰 가고 와야 했던 학교와 직장. 그렇게 안 해도 살아지는구나 하는 깨달음도 있었죠. 그런 일상이 그립긴 하지만, 너무 신성불가침의 제도에 얽매여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종교집회 빠지면 죽는 줄로 알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잖습니까? 근데 그걸 온라인 집회로 바꾸어도 자기 신앙에 큰 지장이 생기는 건 아이라는 걸 이번에 경험했을 걸요. 
- 좋은 경험이로다. 무엇보다 인간이 우선이지. 예수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인간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가, 안식일이 인간을 위해 있는가. 인간이나 생명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제도보다 소중하지. 삶이 중요한 거야. 
- 자연의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는 어떤 것일까요.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어떤 변화를 추구하는데. 인간이 발전을 멈출 수 있을까요? 
- 허허. 글쎄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그럴 수 있겠나? 
-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불안하죠. 하지만 평온할 것 같기도 해요. 먹을 것과 잠잘 곳만 보장이 된다면. 
- 자연은 먹을 것을 충분히 주고 있지. 사과나무 한 그루에서 사과가 몇 알이나 열리는지, 고추 두어 포기면 한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도 있어. 그런데 것으로 돈을 만들어야 하니, 빽빽하게 심어서 기르려 하고, 그러니 병이 생기고, 그 병을 고치겠다고 약을 뿌리고, 그래서 자연도 병들고 인간도 병이 들었지.  
- 인류가 너무 번창한 것이 화근이었나 보군요.  (계속)

* 夫虛靜恬淡寂漠無爲者(부허정념담적막무위자) 
天地之本而道德之至(천지지본이도덕지지)
텅 비고 고요하며 적막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하늘과 땅의 기준이며 도덕의 본질이다. (장자 天道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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