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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39. 종교 외전(宗敎外傳)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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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9  10: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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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종교 외전(宗敎外傳)

생명수의 샘을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 지친 사람이 마시면 힘을 얻고, 병든 사람이 마시면 병이 낫는 신비로운 샘물이었다. 
그는 갖고 있던 그릇에 물을 받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 그릇씩 나누어주었다. 목마른 나그네들이 그 물을 마시고 힘을 얻었다. 그곳을 지나갔던 어떤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말했다. 
“내가 속병이 좀 있었는데, 이 물을 마시고 나서는 깨끗해졌어요. 다시 한 그릇 얻어가려고 왔습니다.”
“얼마든지. 물이 떨어지면 다시 오시오.”라고 그 사람은 말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병든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병이든 낫는 물이라더라.” 소문은 부풀었고, 그릇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났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으므로, 먼저 마시고 병 나은 사람들이 일을 돕기 시작했다. 처음 물을 발견했던 사람은 자신을 돕는 사람들에게 샘을 맡기고 떠나갔다.
“나는 이제 가족들을 돌봐야 하므로 떠나가야 한다. 이제는 그대들이 서로 도와가면서 이 일을 해줘야겠다.” 그러면서 말했다. “이 물은 본래 아무 값도 없이 저절로 솟아난 것이니 앞으로도 값을 매기지 말아야 한다. 물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면 그게 누구든 원하는 만큼 주어라. 절대로 물을 사거나 팔아서는 안 된다.”
남아있던 사람들은 스승의 당부를 지키기 위해 샘물 관리위원회를 만들었다. 담당 순서를 정해서 물 떠주는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자신들의 수고에 대해 약간의 값을 받고 싶어 했다. 
“이 일을 하느라 가족들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므로.”
그들은 단지 노동의 댓가만 받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물을 사고팔지 말라’는 스승의 당부가 있었으므로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물 값을 받지 않는 대신 물을 담아주는 그릇 값을 받기로 했다.
자기 그릇을 가져오는 사람들은 무상으로 물을 받아갈 수 있었지만, 그릇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물그릇 값을 내고 물을 받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릇 값 받는 것만으로는 마진이 너무 적어 위원회의 재정을 감당할 수가 없어요.”하고 위원회의 한 사람이 걱정을 했다. 머리를 맞댄 위원 한 사람이 말했다. 그는 평소 사업수완이 좋아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었다. “좋은 수가 있어요. 저기 그릇을 가지고 온 사람들을 잘 보세요.”
그릇을 준비해오는 사람들 중에는 귀한 그릇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꽤 많았다. 생명수가 아주 귀한 물이었기 때문에, 기왕이면 도자기나 백동그릇 같은 귀한 그릇에 담아가려고 했던 것이다. 
“값싼 그릇은 마진이 적어 남는 게 별로 없지만, 저 부자들이 가져온 것처럼 고급품의 물그릇을 사용한다면 좀 더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어요. 우리 샘물관리위원회의 심벌을 새기면 디자인사용료나 상표사용료를 붙여서 더 많이 남길 수 있을 겁니다.” 
샘물관리위원회의 재정은 넉넉해졌다. 관리자들도 수고비를 넉넉히 나눠가질 수 있었고, 그들은 점점 부자가 되었다. 
그 중에 한 사람은 물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위원회가 쓰는 것과 똑같은 그릇을 따로 주문해서 집에 쌓아놓고 자기 집 우물물을 담아 팔기 시작했다. 그래도 꽤 잘 팔렸다. 
“생명수 샘까지 찾아가는 일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죠. 한 나절은 걸어가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그 물이 그 물 아니겠어요? 이 바쁜 시대에 이렇게 성 안에서 편히 살 수 있다는 게 중요하죠.” 
사람들은 생명수의 효능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해석했다.
“어차피 생명수라는 것도 심리적인 효과일 거야. 이번에는 물그릇에 금도금까지 했더라고. 기분상으로는 훨씬 더 효험이 있는 것 같아.”
저명한 박사들이 나와서 ‘금그릇의 건강효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는 그럴싸한 소식들까지 더해져서 ‘금그릇 생명수’는 (물론 생명수는 가짜였지만)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실망하고 있었다. 실제로는 그 물이 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한나절을 걸어 샘에 가서 물을 길어왔다. 길어온 물을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팔면서 말했다. 
“내가 물을 길어온 수고비 정도는 주시오. 누가 당신을 위해서 샘까지 고된 길을 다녀와 주겠소. 이래 뵈도 이 물은 정통 생명수라오.”
정통 생명수가 인기를 끌자 다른 사람들 중에도 샘까지 걸어가서 물을 길어다 파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은 경쟁자를 헐뜯으며 말했다. 
“저 가게는 가지 마시오. 샘까지 걸어가는 척하고는 가는 중간에서 낮잠을 자다가 가까운 우물에서 아무 물이나 퍼온 것에 불과하다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가짜가 아닌가. 나는 그래도 생명수 샘의 땅속 물줄기가 어디로 흐르는지를 가늠해서 우물을 파가지고 떠온 물이거든.” 
“오호, 그 물줄기가 생명수 샘과 같은 물줄기인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땅속을 투시하기라도 한다는 것이야? 오컬트로군.”
자신들의 물이 정통 생명수에 가깝다는 걸 알리기 위해 "거룩한 진짜標" "더 거룩한 標" "새 거룩한 標" "참 거룩한 標" "혁신된 거룩標" "개혁 거룩標" "개혁과 축복의 거룩표” "유사품 주의 진짜 거룩표" 등등의 상표가 등장했다.
생명수 샘 근처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샘과 우물을 파는 바람에 나중에는 어느 것이 처음이 샘이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 가게는 처음에 샘물관리위원회에서 일하던 사람의 직계 자손의 가게이며, 저 가게는 샘물관리위원회가 공인한 물그릇을 사용하고 있소. 그 밖의 가게들은 모두 샘물관리위원회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니 사이비요.” 

- 흐음. 그래서 정통 샘물과 사이비 샘물의 차이가 확연해졌나? 
듣고 있던 장자가 물었다.
- 웬걸요. 정통 샘물과 웬걸요. 정통 샘물과 사이비 샘물 모두 손님이 다 떨어졌죠. 둘 다 효험이 없었거든요.  
- 곳곳에 성업 중인 샘물백화점들이 수두룩하지 않나? 외제차도 굴리던걸. 
- 하하, 거긴 간판만 샘물이지 사실은 다른 걸 팔아요. 감미료를 넣은 천연탄산수, 정력제를 가미한 종합건강탕, 요즘은 전립선에 좋다는 수입음료와 알코올음료들이 인기죠. 더 이상 샘물을 자처하지도 않는답니다. 사업파트너나 배우자를 찾기 위해 모이는 사람도 있고, 혼자서는 외롭기 때문에 사람 구경을 위해 모이는 노인들도 많죠. 물값? 그건 입장료 내는 셈 치는 거죠. 
- 아하, 내가 순진했군. 생명수가 가짜인 걸 알고도 사는 사람들은 나름으로 영악한 이용자라 할 수 있겠네. 
- 진짜 생명수라고 믿고 마시는 십사만사천명도 있잖아요.
- 아, 그런가? 믿는 사람들만 불쌍하군. 그래도 그들이 천국에 갈 거야. 
- 어째서죠? 
- 어린아이 같이 순진해야 천국을 볼 수 있다는 말 못 들었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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