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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용 칼럼] 시장과 산채이야기
권희용  |  nw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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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6  09: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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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장

도적들은 대개 산채(山寨)로 모여든다. 이목을 피해 마을과 떨어진 산속에 거처를 마련하고 오가는 사람들을 노린다. 그들은 양민의 생명을 위협해서 금품을 빼앗아 연명하는 것이 직업이다. 일을 하지 않는 날은 마시고 노는 짓을 한다.

물론 옛날이야기다. 그렇다고 그런 비슷한 짓을 하는 직업군이 오늘날이라고 없는 것은 아니다. 옛날식 산채와는 외양만 달라졌을 뿐 기능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분화되고, 전문화되고, 더 탐욕스러워졌을 뿐이다.

첨단지식으로 무장한 자본주의시장도 하나의 산채와 비슷하다. 그러나 시장은 시민에게 대가(代價)를 지불한다. 그것도 양질의 대가다. 값이 부실하거나 양적으로 미흡할 경우 현대적 산채는 소멸된다. 시장 기능에 대한 하나의 비유로써 그렇다.

그보다는 직업군 혹은 권력이 작동하는 틈새에서 생기는 부정적기능이 옛날식 산채나 별반 다르지 않다. 일테면 언론계의 산채라거나, 각 산업계의 그것, 전문 직종에도 산채는 존재한다. 학계라고 예외는 없다.

선거철이 되면 그들은 산채에서 의연히 나온다. 본진으로의 진출을 위해 활동에 나선다. 본진은 그들의 신변을 보장해 주는 크나큰 산채여서 그렇다. 소속해있던 산채에서의 자잘한 전과쯤은 본채에서는 예사로 넘어갈 수 있어서다.

그들은 그때부터 마을사람 위해 온갖 일들을 하겠노라고 입을 놀린다. 나라 돈을 끌어들여 우리 마을만을 위해 쓰겠노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동네곳곳을 돌아다닌다. 양가집 아들딸인성 싶다. 그들은 배운 지식과 양심을 팔아 그렇게 위장술을 펼친다.

산채사람들을 시장에서 만나기는 선거판이 갖는 큰 장점이다. 자유시장만이 갖는 특유의 장점이라는 말이다. 이런 시장이 없었다면 산채사람들이 시장에 나올 턱이 없다.

북쪽나라가 그렇다. 도둑놈 두목 얼굴 한번보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어쩌다 두목 얼굴 본 사람은 특급대우를 누린다. 가문의 영광이라고 으스댄단다. 그리고 자잘한 과오쯤은 봐주는 특권도 누린단다.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안달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 이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우리와 호흡하고 있다. 슬픈 일이다. 아찔한 노릇이다. 이런 자들이 제 산채에서 나와 시장을 누비고 있다.

전과자라고 모조리 국회진출을 막을 일은 아니다. 개과천선한 이가 대오각성 했다면 다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마을 산채에서 노략질하는 자들과 무리지어 다니면서 지난여름에 한일을 사람들은 익히 안다. 부녀자 성추행하던 자, 사기질로 시장사람들 돈 후리던 자, 음주운전 일삼던 자. 걸핏하면 상대편에 삿대질하고 쌍욕 해대던 자 등등... 그들의 온갖 추행이 디지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것을 시장사람들은 알고 있다.

산채가 크거나 작거나 문제가 아니다. 산채가 다 나쁜 것도 아니다. 간혹 좋은 일 한다는 산채도 있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공염불로 끼리끼리 모여들어 쿠데다모의만 아니했어도 용서할만하다. 시장은 그만한 일로 거래를 단절하는 곳이 아니다. 표용할 줄 아는 심성이 있어서다.

시장의 이런 넉넉한 품안에서 커온 우리다. 나라다. 그런 시장을 온전히 지켜 내야만이 이 나라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그렇다. 부나방 같은 산채떨거지들이 나대는 시장판에서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 시장은 우리네 삶의 터전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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