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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49 선량하게 살면 억울하다?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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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3  15: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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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선량하게 살면 억울하다?     

- 모든 생명의 존재는 평등하다고 합니다. 
- 그렇지. 귀하고 귀하지 않음이 따로 있겠나. 모두 하늘과 땅이 낳은 대등한 존재들인데. 
- 그러면 모두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요? 
- 열 손가락 가운데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는가. 모두 중요한 것이지. 
-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는 수레를 끌고 밭에서 쟁기를 끄는 소 한 마리와 그 소의 콧잔등에 앉아 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쇠파리 한 마리의 가치는 어떤가요? 같은 생명이니, 대등한 가치가 있나요? 
- 어허? 
- 이런 게 문제란 말이에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와 나라의 독립을 위해 개인과 가족까지 희생하는 애국지사의 목숨도 대등하게 소중한 것인지. 수십명의 인명을 해친 자와 수백명이 목숨을 구한 사람의 목숨도 대등한 것인지.
- 하아…. 이런 대비는 정말 문제로군. 
- 극단적인 평등주의는 이 모든 생명이 똑같이 소중하다고 본다는 말입니다. 
- 하하. 그런데 자넨 정말 그 차이를 모르겠나? 
- 솔직히 말해서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죠. 마음에서는 같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평등의 원칙이라는 법과 도덕의 선언을 전제하고서는 명확하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지. ‘사람은 단 한번 죽는데,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人固有一死 或重于泰山 或輕于鴻毛). 기억나는가? 
-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도 보았네요. 
- 그밖에도 여러 곳에서 인용되고 있지.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어떤 죽음이 태산처럼 무겁고 어떤 죽음이 새의 깃털처럼 가볍겠는가. 
- 가치 있는 생명의 죽음과 가치 없는 생명의 죽음?
- 예를 들면?
- 방금 말한 게 그거에요. 자기 부귀영달을 위해 동지나 조국을 팔아먹는 일명 ‘매국노’ 같은 인간과 독립투사의 죽음. 가치의 차이가 있지 않나요? 
- 잘 생각해 보게. 그게 왜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것인지. 예를 들어, 보통 사람의 목숨 값이 1백원이라고 가정해 보세. 그에 비하면 나라를 팔아먹은 자의 목숨은 얼마쯤 되리라고 보는가. 1백원, 똑같은 가치를 가지겠나? 그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겠나? 
- 같다고 친다면 공평하지 않죠. 그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 그럼 보통 사람보다는 값이 낮아지는 것인가? 
- 낮은 정도겠습니까? 엄청난 마이너스죠.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는 것이니. 
- 그러면 독립투사는? 그의 목숨은 최소한 1백 원은 보장되겠구만? 
- 역시 그 정도가 아니죠. 그의 투쟁은 수천만 동족들의 행복을 되찾기 위한 것이니 수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끼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직접 보상을 받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동족에게 끼친 이익만큼의 가치는 올라간다고 봅니다. 
- 소와 쇠파리의 가치는 어떻겠는가? 
- 하아…. 잠깐만요. 뭔가 계산 공식이 좀 서는 것 같기도 하네요. 흠. 소는 밭을 갈아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 식량재배에 기여하고 수레를 끌어 식량을 운반해주기도 하네요. 소 한 마리 덕에 먹고 사는 사람이 많으니 그만큼의 가치를 본래 소 한 마리의 목숨 값 위에 더해도 되지 않을까요. 반면 쇠파리는 제 하나 먹고 살자고 소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이니 당연히 마이너스가 되겠고요. 
- 음. 잘했네.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네. 그러니까 귀한 목숨이 있고 하찮은 목숨이 있으며, 그 각각의 가치는 같을 수가 없다고 봐야지. 
- 그런데 ‘평등’이란 이념은 그 모두의 가치를 같다고 전제하고 있지 않나요?
- 그 말도 맞아. 이승에서 똑같이 생명체로 살아가고 있는 한 우열은 있을 수 없지. 
- 뭐에요?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요, 없다는 것인가요?  
- 하하하. 진정하게나. 자네가 그리 묻는 이유를 알겠네. 사람을 가볍게 죽인 살인마나 n번방 사건처럼 많은 어린이들을 학대한 파렴치범들의 목숨을 자네 같은 보통사람들과 똑같이 귀한 생명으로 존중하라는 법조문이 못마땅한 거겠지? 
- 그 뿐인가요. 세상에 같은 인간이라고 불리는 것조차 수치스러운 존재들이 버젓이 인두껍을 쓰고 ‘소중한 목숨’의 대열에서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단 말이에요. 그 뻔뻔한 것들을 장자님도 보시지 않았어요? 
- 내가 같다고 하는 것은 하늘에서 보는 관점이네. 
- 실정법의 관점이겠죠? 
- 아니야. 실정법은 엄연히 차등을 하지 않는가. 범죄자에게는 벌을 주고 벌금을 물리지. 하지만 그런 죄를 짓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을 주거나 벌금을 물리지 않지 않는가. 엄연한 차등대우지. 
- 아, 그러면 하늘에서 보는 관점은 같다는 것인가요? 
- 하늘은 소에게도 하나의 생명을 주었고, 쇠파리에게도 하나의 생명을 주었지. 소에게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고, 쇠파리는 그저 자기 목숨과 새끼들의 목숨만 걸려 있어. 그러니 그들이 지고 있는 가치는 서로 다를지라도, 하늘이 내려준 권리는 똑같이 하나라는 거야. 
- 1인 1표? 
- 그래. 열심히 살아가는 소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껴지겠지만, 하늘이 준 권리는 1인 1표일 뿐이야. 
- 민주주의 국가의 투표권처럼. 
- 잘 비유했네. 민주 체제의 시민권이 다 그렇게 똑같지. 현명한 사람이나 철이 없는 사람이나, 선량한 시민이나 범죄자나. 세상을 넓게 보고 많이 아는 사람이나 우물 안 개구리나….
- 남을 이용하는 사람이나 남에게 조종당하는 사람도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깜도 안 되는 인간들이 나라의 지도자로 뽑히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 아까운 인재들은 눈에 띄지도 않는 곳에서 썩기도 하고요. 
- 플라톤의 불평을 하고 있군 그래. 1인1표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옳은가하고.
- 맞아요. 1인1표의 우중(愚衆)민주주의 덕분에 소크라테스 같은 현자가 다수결 투표에 의해 사형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 ㅉㅉ. 그 억울함을 이해하겠네. 그런데, 자네는 언제나 그 억울함을 넘어서려는가. 언제까지 시비곡직을 두고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춤추거나 곤두박질  치기를 거듭하려나. 옳은 것이 있으면 옳지 않은 것이 있고, 옳지 않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옳은 것도 있게 마련이네(因是因非 因非因是). 그래서 성인은 상대적인 시시비비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눈으로 오직 하늘의 뜻에 비추어 본다는 것이네. 그 때에야 대립이 멈추게 되지. 이것이 도추(道樞)라네. 

** 道惡乎隱而有眞僞(도악호은이유진위)  
도는 왜 가리어져 참과 거짓이 발생하게 되고 
言惡乎隱而有是非(언악호은이유시비)  
참된 말은 어디에 가리어져 시비 다툼이 생기는 것일까? 
(장자 제물론(齊物論)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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