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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45 큰 지혜, 작은 지혜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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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6  0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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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큰 지혜, 작은 지혜    

- 요즘은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가. 
장자가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산 듯하다. 며칠 동안 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아니, 벌써 몇 주가 지나버렸나. 
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그것조차 잊어버렸다. 
아, 생각났다. 세상이 갑자기 바뀌었으니 ‘이게 뭔가?’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또 생각이 났다. 나는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세기적 충격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온 세상이 멈춰버린 것 아닌가. 이대로 멈춰버리는 것인가. 놀랍기도 불쾌하기도 아쉽기도 한 기분이었다. 어쩌면 ‘올 것이 왔다’는 기분도 들었다. 
21세기로 접어들었을 때 인류의 문명은 최고조에 이른 듯했다. 물론 아직도 우리로 치면 60년대 이전의 농경사회에 가까운, 고전적 삶에 여전히 묶여 있는 나라들도 있긴 하지만, 지구상 절반 이상의 나라에서 사람들은 예전에 없던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돈만 있으면 마음대로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그 이면의 삶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나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들조차도 기본적으로 쌀밥을 먹고 생선이나 육류를 하루 한번은 먹을 수 있는 풍요를 누렸다. 해마다 한 번씩은 비행기를 타고 낯선 곳을 여행하는 재미를 맛보았고, 그럴 형편이 못되더라도 최소한 컬러TV를 통해 세계 각지의 풍광과 소식을 보고 들으며, 최고의 엔터네이너들이 꾸미는 쇼를 즐길 수는 있었지 않은가. 맛있는 음식이 어디에 있는지 정보를 주고받으며 시간이 나면 줄지어 몰려다녔다. 또 정치적 자유. 많은 나라에서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치적 권리가 다수의 시민들에게 보장되었다. 
이것은 인류사 이래 없는 풍요였다. 그것만은 인정하자. 50년 전만 해도 꿈꾸기 어려운 미래였다. 아마 1백 년 전의 형편에서 본다면 거의 공상소설에나 나올법한 미래가 아니던가. 그것이 모두 실제가 되었다. 1천 년 전 같으면 왕족이나 영주들만이 누리던 부귀영화를,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리는 지상천국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던’ 인류 문명에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초미세먼지보다 작은 세포 쪼가리들 때문에, 온 인류가 발이 묶인 것이다. 사람들을 세계 구석구석으로 실어 나르던 수만 대의 항공기들 가운데 여전히 하늘을 나는 것은 수천대도 안 된다. 대다수 비행기들은 이제 네바다사막 같은 곳으로 보내져 모래먼지 뒤집어쓰며 재기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기약도 없이. 
지금 이것은 무엇인가. 느낌이 싸하다. 
“좋던 시절 다 갔다.”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하다. “다시는 이전의 질서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나타났다. 나름으로 통찰을 가진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 우울해질 만도 하군.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장자가 말했다. 
-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요? 스승답게, 이제 뭔가 힌트라도 좀 줘보세요.
내가 볼멘소리로 대꾸하자 장자는 껄껄 웃었다. 
- 웃어서 미안하네. 하지만 이제야 그대가 장자에게 도움을 청하는군. 언제나 상상을 스스로 잘 하더니 말이야. 내 도움이 정말 필요한가? 
- 가르쳐주기 싫으세요? 
- 싫다기 보다, 가르쳐줄 게 없네. 
- 그게 그거죠. 지금 이 사태의 의미는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모르는 게 아닐 텐데? 
- 하긴. 
인간은 이제 좀 솔직해져야 한다. 우리가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인류에게 생존여부가 달린 어떤 날이 조만간 닥치리라는 걸 인류가 진정 몰랐단 말인가. 
- 맞아요. 실은 다 예측하고 있었죠. 경고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 그래. 이제 자네 생각을 한번 솔직하게 털어놓아 보게.
- 말기 암(癌)이 발견된 거라고 봅니다. 
- 발견이라? 
- 사실, 암은 발생하자마자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죠. 자기 몸에서 암 덩어리가, 더구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중대한 종양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발생된 지 이미 오래 된 거예요. 
- 맞아. 그러니 발생이라는 말보다는 발견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구만. 
- 그동안 여러 예비증상, 전조증상들이 있었어도 모두 부정하려고만 했죠. 설마설마 하면서. 지구가 심각히 병에 걸렸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어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병원에 가보자는 권유조차 거절했지요. 
- 멀쩡한데 왜 병원에 가야 하느냐는 식으로. 
- 맞아요. 그러다가 이제 중증이 되어서 더 이상은,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고 속일래야 속일 수가 없는 말기증상이 나타나게 된 거에요. 통증 때문에 감출 수가 없고, 죽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외면할 수가 없어요.   
- 속일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겠지. 
- 그동안 왜 출산률이 떨어지고, 기후는 날로 뜨거워지고, 겨울은 사라지고, 바다에선 해파리가 늘어나고 북극에선 빙하가 무너지는지, 그 많은 징조들을 보고도 정직하게 해석하기를 기피해 온 거예요.  
- 허허. 
-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지구가 더 이상 감추거나 부정할 수 없는 중증 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 과제겠군. 아직도 ‘이러다 말겠지’ 하는 사람이 대다수이니 말이야. 
- 대다수라고요? 
- 내가 볼 때는 그렇네. 
장자는 지구상의 사람들이 보이고 있는 다양한 반응들을 내게 말해주었다. 그는 전 세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천상에 살고 있으니, 그럴 수 있다.
-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난립하고 있는 것 같네.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인류세대가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 ‘인류에게 2050년이 있을까?’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학자들도 있고 말이야.
- 극단적이군요. 그들의 말이 맞을까요?
- 들어봐. 그런가 하면, 언제나처럼 한 바탕 소동이 지나간 뒤에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어. 미국의 트럼프를 보라구.
- 그렇군요. 견고한 믿음. 
- 그게 믿음이나 관념만으로 될 일인가? 
- 미국은 여전히 기후협약 같은 건 거들떠보지 않을 거에요. 패권유지에만 정신이 팔려 있죠. 무기 개발과. 그런데 과연 어떻게 될까요. 코로나19 이후 인류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십시오.  (계속)   
 
** 達大命者隨 達小命者遭 달대명자수 달소명자조 
천명에 통달한 자는 자연을 따라 자유롭고, 자기 운명에나 통달한 자는 운명에 끌려다닌다. (<莊子> 32 열어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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