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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41. 울음 관찰기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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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3  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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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울음 관찰기

 

엉엉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며, 소리를 죽이고 흐느껴 우는 사람은 앞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할 거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하소연해도 들어줄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단정 지은 사람은 울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는 웃어도 무표정으로 웃고 울어도 무표정으로 울 뿐이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사람은 마음에 병이 든 것이로군요.

딱히 그렇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마음의 병마개가 굳게 닫혀있는 건 사실이지.

마음의 병마개를 닫은 상태가 건강한 건 아니겠지요.

물론 그래.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그래서 견고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건강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지.

반드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은 것인가요? 무슨 이유로?

사람의 감정은 어떤 생각이나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 아닌가. 뇌에서 어떤 생각이 일어났을 때 그에 상응하는 오장육부에서는 생리적 화학적 반응이 일어난다네. 감정의 표현은 이러한 반응을 발산하기 위한 것인데, 감정이 표출되지 않는다면 오장육부의 반응으로 일어나는 부산물이 몸 안에 쌓이고 만단 말일세. 그러니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참아두는 것은 몸을 위해 좋지 않고, 표출되지 않는다는 자체도 건강한 상태는 아닌 걸세. 몸은 필요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려고 하는 것인데, 정신적 의지가 이러한 자연스런 표출을 강하게 억제하고 있는 셈이니까.

오오, 좀 과학적인 설명 같은데요. 2천 년 전에도 이런 생리화학에 대한 지식이 있었습니까?

있다마다. 표현방식이나 기호가 다를 뿐이지, 그때도 지금이나 다름없이 알아야 할 것은 다 알고 있었다네. 이(理)다 기(氣)다 하면서 토론하고 논쟁도 하고 연구하며 책도 쓰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지금만큼 정밀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건 아니었겠죠?

글쎄 지금은 얼마나 정확해졌나? 글자기호가 늘어났으니 정밀하다는 말은 동의하겠지만, 지금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모르고, 그 옛날에도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나 할까.

‘오장육부의 반응으로 일어나는 부산물’이라고 하셨는데, 몸 안에 독소 같은 것을 말하는 건가요?

맞아. 감정작용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생리-화학적 부산물. 그 종류에 따라 정밀하게 화학식 같은 걸 붙이지는 않았지만, 지금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것을 그때도 이미 알고 있었지. 단지 독소(毒素)라고 불렀을 뿐이야.

독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렇지. 그래서 현대 과학자들의 화학기호는 유용한 것 같네.
하지만 현대 과학자들도 고대 학자들이 알고 있던 것을 다 아는 것 같지는 않아. 고대 과학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라, 고대 언어로 설명한 것을 이용하여 발전시킨다면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걸.
이를테면 사람이 울 때 나오는 눈물도 성분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을 고대 과학자들은 알고 있었지. 그때는 철학자가 곧 과학자였지만.

맛으로 분별한다고요?

어떤 눈물은 짠 맛이 강하고 어떤 눈물은 쓴맛이, 어떤 눈물은 달콤하고 어떤 눈물은 신맛을 띄고 있지. 같은 눈물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 눈물 맛을 보면 어떤 감정의 눈물인지를 알 수 있다는 말이야. 안도의 눈물도 있고 분노의 눈물, 안타까움의 눈물, 기쁨의 눈물 등 동기가 다양한데, 그 원인에 따라 맛이 다르게 나오거든. 반드시 독소만 있는 게 아니야.

오오, 흥미롭군요. 왜 그렇게 되는지는 알고 있었나요?

현대 과학자들에게 연구를 시키면 아마 수십개의 시험관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화학식으로 그 성분을 분류하겠지? 고대 식으로 말하자면, 그 눈물의 동기가 어떤 감정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몸안에서 작동한 장기의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거야. 더 설명해줄까?

뭐, 알아듣기 어려우니 조금만요.

간단히 예를 들지. 분노할 때는 몸속의 간이 격동되므로 신맛이 느껴질 거야. 기뻐 날뛸 때의 눈물은 심장에서 나와 쓴 맛을 지니게 되고, 근심걱정으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폐에서 나오는 매운 맛을 지닐 거고, 두려워 긴장할 때의 눈물은 신장에서 나오는 짠 맛을 지닐 것이야.

단맛은 언제 나오나요? 기쁠 때 쓴맛이라니.

가장 안정된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네. 희로애락의 감정이 조절되어 가장 안정된 상태, 그것은 평화롭고 사랑이 솟아나는 감정인데, 비로소 단맛을 내지. 사랑의 감동으로 흘리는 눈물이 있다면 필시 단맛이 느껴질 걸세.

오, 그 말이 다 맞다면, 일종의 과학이네요.

허허. 고대에도 과학이 있었다니까.

그렇다고 치죠. 사람이 죽었을 때 옛날 사람들은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했지 않습니까? 그때의 감정은 어떤 감정인가요?

상갓집에서 통곡하는 사람들의 감정이 모두 같을 거 같지 않다.
어떤 사람은 가족이 죽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진심으로 슬프게 생각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 않겠나? 나이 많을 때까지 즐겁게 살다가 잠깐 앓고 가는 부모를 보내는 사람은 이제 노인이 평안한 상태로 갔으니 호상(好喪)이라 여길 것이고, 아직 어린 자식을 잃은 사람은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과 아쉬움을 느낄 테지. 그 죽음이 어떤 죽음이냐에 따라 보내는 사람의 감정이 달라지는 건 자연스럽지 않겠나?

그럴 것 같습니다. 눈물 맛도 다르겠군요.

그럴 것이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일반적 감정을 너무 중시하는 나머지, 가족이 죽었을 때는 반드시 호곡하면서 슬픔을 나타내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는 전통이 있으니, 속으로는 웃으면서 겉으로 호곡하고, 슬픔을 겉으로 드러낼수록 더 진실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있지.

다소 위선적인 경향도 있군요.

뻔한 얘기 아니냐. 어떤 나라에서는 죽은 사람을 위해 춤추고 노래하면서 장례를 즐겁게 치르기도 한다던데.

웃으면서 보내드릴 수 있는 죽음이면 좋겠어요. 누구든. 그 죽음이 슬프거나 안타깝지 않고 웃음과 노래로 작별할 수 있는 평안한 죽음이면.

옳거니. 반드시 호곡을 하면서 슬픔을 드러내야만 효자로 치는 보여주기 장례는 이제 그만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죽음이 슬퍼요.

굶주려 죽는 자, 전쟁이나 테러를 당해 죽는 자,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하고 아쉽게 떠나는 자…. 아쉽고 안타까운 죽음이 많지.
그런데 어쩌다 울음 얘기가 죽음 얘기로 넘어갔지?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눈물은 슬픔이나 죽음과 가까운가 봅니다.

울음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네. 울음은 반드시 슬픈 감정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기쁨의 눈물 감동의 눈물 참회의 눈물도 있다네. 감정은 표현해야지. 웃음이든 울음이든, 가식 없는 표현을 나는 지지하네. 그게 건강에도 좋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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