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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리 창작우화]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52 알 수 없는 사람 속 (2)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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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14  13: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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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알 수 없는 사람 속 (2)    
 
- 사람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다음 편이 궁금했습니다. 
- 그래. 이렇게 써놓고 기다리고 있었지. 어디까지 했더라. 
- 첫째 멀리 두고 충성심을 살펴라. 둘째 가까이 두고 공경심을 살펴라. 셋째 번거로운 일을 맡겨서 능력을 살펴라. 넷째 갑작스런 질문으로 지혜를 파악해라. 다섯째 급작스럽게 불러내서 신뢰가 있는지를 살펴라. 
- 옳아. 이어서 계속하겠네. 여섯 번째, 재물을 맡겨서 그의 씀씀이를 살핀다(委之以財而觀其仁).
- 성실히 관리하는지를 보라는 말이 아닌 것 같네요. 어질 인(仁)을 쓰다니요. 
- 그렇지 재물을 맡겨서 얼마나 어진 사람인가를 보라는 말이야. 여기서 재물이라는 것은 재테크나 재산관리를 의미하는 게 아니지. 군자에게 한 말이니 재물관리는 국가의 재무를 어떻게 쓰는가를 보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지.
- 어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 국가에 재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연간 돈의 용처를 스스로 정하여 지출을 담당하네. 허투루 쓰지 않도록 알뜰하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의 순서, 선후를 정하는 것도 그의 일이지. 어떤 사람은 별로 필요치도 않은 토목공사나 자기 업적을 남기기 위한 과시적인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겠지만, 어진 재상이라면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과시적인 사업에는 지출을 최소화하겠지. 이러한 태도를 보면 그가 재물을 가치있게 쓰는 사람인가, 얼마나 정직하게 쓰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지 않겠나.
- 그의 철학이 드러나겠군요. 아무래도 중요한 일에는 업적을 중시하는 사람보다는 사람이 생명을 중시하는 사람을 써야 하겠죠. 
- 그렇지. 어린애들에게도 용돈을 주고 그 씀씀이를 보면 그가 어떤 싹수를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겠지. 자기 쾌락만을 위해 쓰는가, 앞날을 위해 저축하는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쓰는가. 
-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무조건 선(善)입니까? 
- 그런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무조건 베푸는 것만이 좋은 일은 아니야. 
- 마음은 있는데 베풀지는 않겠다, 그런 태도가 좋다는 것입니까? 
- 그 얘기는 뒤에 이어서 하기로 하지. 여기선 우선은 돈 쓰는 걸 보면 그가 얼마나 어진 사람인지, 더 큰 것을 맡겨도 될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핵심일세. 
- 알겠습니다. 아직 세 가지가 더 남았네요. 
- 일곱 번째, 위태로움을 말해주고 절의를 살핀다(告之以危而觀其節).
- 위험한 상황에서 달아나지 않고 같이 고비를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인가. 
- 그렇지. 실질적으로는 이게 의리를 묻는 거야. 내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았을 때 나와 운명을 같이 할 수 있는가, 혼자 살겠다고 달아날 사람인가. 
- 그게 중요한 건 알겠는데, 일방적인 시험이어선 안 되겠죠? 부하들은 회사의 위기에 자신을 희생하며 함께 할 생각이 있는데 경영자는 부하들을 버리고 혼자서 탈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 옛날로 치면 이런 질문은 왕이 신하에게 할 수 있어도 신하가 왕에게 ‘저와의 의리를 지키겠습니까’라고는 감히 물을 수 없었지. 
- 오홋, 허를 찌르는 질문이로군요. 그러고 보면 현대의 기업이라는 것은 상호 이해관계로 모인 집단이니, ‘위기에서 운명을 함께’와 같은 것으로 의리를 따진다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너무 고전적인 질문 같아요.
- 기업에서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러나 기업 말고도 많은 집단들이 있지 않나. 정치적 집단, 국가, 또 가족집단, 각종 사회단체 등등. 
- 요즘은 정치집단이나 사회단체들도 상호 이해관계에 너무 충실한 것 같습니다. 위험을 함께 할 수 있는 집단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가족이 아닌 담에는. 
- 가족들조차도 그너므 이해관계 때문에 쉽사리 무너지고 분열되지 않던가? 
- 맞아요. 슬픈 노릇이죠. 부모의 유산이 많은 집안 치고 다툼 없이 형제의 우애를 잘 지키는 경우는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관계의 종류 문제보다도 개인의 인성이 문제인가 봅니다. 
- 여덟 번째는 술을 먹여보고 얼마나 법도를 잘 지키는지 살피라고 했네(醉之以酒而觀其則). 
- 사람을 파악하려면 술을 먹여보라는 말도 들어본 말입니다. 함께 여행을 해보라고도 했고요. 
- 그래. 같이 술을 먹으면 대화를 나눠볼 기회도 될 테고, 또 술에 취해서 가식적인 꾸밈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는 그의 본성이 드러나기도 하니, 무의식중에서도 스스로 자신을 절제할 수 있고 예의를 크게 잃지 않을 수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게 되지.
- 술만 먹으면 개가 되는 사람도 있어요. 아무에게나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고, 위아래도 못 알아보고, 여자가 보이면 상대를 못 가리고 추근거리는 남자도 있고요.  
- 끔찍하군. 
- 대략 난감이죠. 다시 상대하기 싫어지는 사람입니다. 혼자 우는 사람, 곯아떨어져서 자는 사람은 그래도 양반이에요. 마지막은 무엇입니까?
- 아홉 번째, 남녀가 함께 어울리게 하면서 호색한 사람이 아닌가를 알아볼 수 있다고 했네(雜之以處而觀其色). 
- 오오. 이 아홉 가지 과정이 만일 신입사원을 뽑는 심층면접이라면, 아홉 번째 관문은 은근히 고난도 관문이겠네요. 호색남녀는 대개 드러나겠는걸요. 
- 그렇지. 다 잘 넘어가다가 여기서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꽤 많을 거야.  
- 장자님 같으면 이 아홉 가지 관문 어디에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아요. 
- 하하하. 그럴까? 지금이야 그렇겠지. 어차피 인간의 몸으로 살고 있지도 않으니. 
- 이승에 살아있을 때는 달랐습니까? 
- 나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었지. 
- 그래도 남긴 말씀은 다 완벽한데…. 
- 나이 들어서야 그 쯤 되었던 거라네. 
- 젊은 시절에는 장자님도 걸려 넘어질 일이 좀 있었다는 말 같군요. 어느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까? 재물? 지식? 의리? 색? 술? 
- 하하하. 어느 것 한 가진들 어렵지 않았겠나. 밤새 책을 읽으면서도 내 자신의 무지와 우둔함에 괴로워하던 때도 있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 구차하고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고, 우정과 의리를 따라 죽지 못하는 것이 괴롭던 때도 있었고, 용맹을 떨치지 못함이 아쉬울 때도 있었고, 색정을 명쾌하게 떨쳐버리지 못해서 자책할 때도 있었지. 그것이 부질없을을 겨우 깨달은 것은 이미 머리에 흰서리가 내린 뒤였다네. 
- 그 뒤에 책을 쓰신 거군요. 
- 하하하. 늘 뭔가 끄적거리긴 했지만, 젊어서 쓴 것들은 거의 남길만한 게 없었다네.   (계속) 


巧者勞而知者憂(교자로이지자우) 
- 기술이 많은 사람은 할 일이 많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걱정이 많다.  
(<莊子> 32. 열어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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