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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37. 사기사건의 사악한 결말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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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9  1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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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사기사건의 사악한 결말         

- 왕을 따라서 대신들도 모두 ’선량한 사람만 볼 수 있는 비단옷‘을 맞춰 입었다… 까지 얘기했던가요? 
- 그래. 그 다음이 궁금해서 내 손수 뒷얘기를 쓰고 싶을 지경이었네. 
- 하하. 장자님도 너스레가 보통 아니십니다. 
- 군소리 그만 두고 어디 다음 얘기를 해보게. 
- 이 나라는 좀 특이했어요. 왕이 하면 대신과 귀족들이 따라 하고, 뒤를 이어 백성들 중에서도 부자들이 금방 그것을 따라 했어요. 
- 충성심이 깊은 백성들이군.
- 그렇다기보다…
- 그래, 그래. 자꾸 옆길로 새지 말게.  
 
대신들이 선량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비단옷을 입고 나다니기 시작하자 백성들도… 약삭빠른 부자들과 고관들과 학자들로부터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이 재단사들에게 거금을 치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단옷을 사 입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침내 상류사회 사람들은 거의 다 속옷바람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들은 부끄러워서 함부로 점잖은 자리에 드나들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가짜를 등치는 가짜도 있는 법이다. 보이지 않는 비단옷이 부러웠으나 너무 비싼 값에 차마 사 입을 수가 없던 어떤 사업가가 있었다. 하루는 동업자들의 파티에 초대를 받았는데, 드레스 코드가 '보이지 않는 비단옷'으로 적혀 있었던 것이다. 
사업가는 용기를 내어 재단사의 양복점에 가서 가격을 물어본 뒤, 입이 떡벌어진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매우 중요한 파티였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벌거벗고 갈 수도 없고….' 그는 집안에서 속옷차림의 몸을 조심스럽게 거울에 비쳐보면서, '보이지 않는 비단옷을 입은 사람들과 외견상은 다를 게 없는데 말이야'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매우 큰 모험이었지만, 사업가는 옷을 입지 않은 채 파티에 참석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옷을 입지 못한 대신 속옷만은 (아껴두었던) 새 것으로 갈아입었다. 
처음에는 혹시 자기 거짓(보이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벗고 있다는 진실)이 드러나지 않을까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춤도 추지 못하고 구석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여흥을 지켜보기만 했다. 마치 화려한 속옷파티를 보는 것 같았다. '저 사람들과 내가 지금 다른 게 뭐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이거 봐 친구. 자네는 왜 구석에서 그러고 있나? 자네도 멋진 옷을 해입었군 그래. 그러고 있지 말고 나와서 옷자랑이라도 해보게.” 
그제야 사업가는 조심스럽게 걸어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었다. 
속옷이라도 새것으로 갈아입고 나온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도 다음에는 좀 더 화려한 속옷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제사 깨달은 사실이지만, 선량한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비단옷이 유입된 이후 이 나라에서는 패셔너블한 속옷이 함께 유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 멋진 걸. 이런 무지갯빛 무늬라니. 대담한 색깔이야. 음 대단해. 이건 얼마나 주었나?” 
누군가 이렇게 물었기 때문에, 사업가는 재단사의 양복점에서 들은 여러 단계의 옷값들 가운데 두번째 등급에 해당하는 옷값을 기억해서 말해주었다. 
“금화 10냥짜리도 있었지만 내게 좀 과한 것 같아 여덟냥짜리로 맞췄다네. 그래봤자 수수한 거야.” 
이후 사업가는 더욱 용기를 내어 자주 옷을 벗고 다니기 시작했다. 매우 값비싼 비단옷과 같은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일수록 더욱 신경써서 겉옷을 벗고 나갔다. 어느 날은 속옷까지 몽땅, 값 비싼 '보이지 않는 비단'으로 맞춰 입은 것으로 '간주하고'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미 놀란 표정을 들킨 사람들은 마치 너무나 멋진 옷이기 때문에 놀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더욱 장황하게 사업가의 겉옷을 칭찬하였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추석인지 설인지 하는 어느 명절 때의 일이었다. 모처럼 모인 형제들 앞에서 사업가는 곤경에 처했다.  
“형님은 한 벌에 열 냥도 넘는 비단옷을 입고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렇게 옷으로 사치하는 양반이 어째서 부모님께는 용돈 한 푼 드리지 않는 거유? 지금 어머님 집은 지붕에 비가 샌다고 하는데, 수리비 드리는 것도 아까워서 돈이 없다고 했다며? 근데 그런 옷은 어떻게 입고 다니슈? 형은 대체 누구 자식이유? 어머니한테 돼지고기 한 근이라도 사보낸 적 있수? 고무신 한 켤레라도 사드린 적 있수?” 
닥달하는 형제들 앞에서 딱한 사업가는 자신의 ’가짜 비단옷‘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혈육 사이에 비밀을 굳게 지켜주기를 당부하면서.  
그러나 보이지 않는 옷을 사 입는 대신 벗고 다니기에 성공한 사업가의 노하우는 그의 형제를 통해 친구들에게 은밀히 전파되었고, 그 친구들 역시 자신들의 가장 가까운 친족과 친구들에게만 은밀히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아주 믿을만한 사람에게만 은밀하게 귀띔했을 뿐인데도, 일 년이 안 되어 옷값을 치르지 않고 가짜 비단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숫자는 오십만 인구 중에 사십오만도 넘게 되었다. 

- 푸하하하. 벌거숭이 나라가 됐군 그래. 문명 이전으로 돌아간 건가?
- 천만에요. 한번 진행된 문명이 스스로 정지하거나 되돌아가는 일을 보신 적이 있나요? 
- 하긴. 인간이 탐욕을 스스로 되돌린 일은 역사에 한 번도 없었어. 그러면 그 사태는 어떻게 끝이 났는가?
- 귀족들에 의해 끝이 났답니다. 
- 짝퉁 일제 단속이라도 나섰던 것인가? 
- 처음에는 자신들이 열 냥씩이나 주고 맞춰 입은 옷을, 일 년도 안 되어 개나 소나 다 입고 다닌다는 사실에 무척 당황했죠. 그래서 차라리 눈에 보이는 보통 옷으로 바꿔 입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혹시 재단사들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탈세를 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덤핑판매를 함으로써 귀족들만의 유행을 모독스럽게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하면서 재무대신에게 재단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도록 압력을 넣었어요.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재단사들이 야반도주를 해버린 겁니다. 
- 이런! 그걸 어떻게 눈치채고? 
- 본래 거짓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두는 편이죠. 그들이 달아난 뒤의 얘기지만, 알고보니 재무대신의 젊은 보좌관에게 정기적으로 용돈 꽤나 집어주고 있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답니다.  
- 정말 사악한 결말이네 그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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