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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황이리 창작우화 :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44 포스트 코로나19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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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3  14: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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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포스트 코로나19   

- 요즘은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관심들이 많습니다. 과연 어떤 세상이 올까요.
- 관심? 그렇게 보나? 내가 보기엔 돈에 관한 관심뿐인 듯하더라만!
- 아니, 정말 모두 그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포스트 코비드!
- 그건 자네 생각이고. 검색해보게. ‘코로나19 이후’. 죄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면 어떤 주식이 오를까, 부동산에는 어떤 영향이 올까, 코로나 이후 유망직종 사양직종….
- 하하하. 그 얘기시군요. 주로 돈에 관한 얘기이긴 하죠. 
- 웃을 일인가 이게? 이런 대 사변을 만났어도 잘 먹고 잘 살 궁리뿐이라니. 인간은 언제나 철이 들려고 그러나. 
- 죽기 직전에요? 
- 허허. 유구무언이로다. 
- 그러면 이제 인간은 무엇을 고민해야 합니까? 
- ‘어떤 세상이 올까요’라고 묻지 않았나? 
- 아, 맞습니다. 그게 고민이에요. 
- 그런데, 그런 고민을 왜 하는가? 돌아가는대로 살면 되지. 어떤 세상이 올지 알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말일세. 누구들처럼 유망 투자종목을 고르기 위해서인가? 죽어야 좋을지 살아야 좋을지 결정이 필요해서인가? 
- 매서우시군요. 그러면 가만히 앉아서 역병에 치이고 지진에 치이고 전쟁에 치이면서 맥없이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나요? 뭔가 알아야….
- 좋아. ‘자네는 왜 사는가’라고 캐묻는 건 실례인 것 같네. 어차피 그걸 알아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이니. 공자는 이렇게 말했네. “해는 동쪽에서 나와 서쪽으로 들어가는데, 만물이 모두 이에 따라서 할 바를 정한다(日出東方而入於西極 萬物莫不比方). 사람들은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일도 그친다. 만물도 그렇게 한다(是出則存 是入則亡 萬物亦然).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여 때가 되면 죽고 때가 되면 태어나는 것이니, 세상에 태어난 이상 순리를 바꾸려 말고 되어가는대로 맡겨야 한다.”
- 해가 뜨면 살고 해가 지면 죽는 것인가요?
- 죽는다는 건 무슨 뜻인가. 공자의 말을 더 들어보게. “변화는 낮이나 밤이나 쉬지 않는 것이므로, 그것이 끝나는 때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만물이 다 같이 형체를 타고났지만, 운명을 미리 알아 그 앞날을 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나날이 자연의 변화를 따라갈 뿐이다.”라고 하셨네. 
- 오, 이것이 궁극의 가르침입니까? ‘나날이 자연의 변화를 따라갈 뿐이다.’
- 어찌 궁극이 있겠나. 공자는 제자 안회에게 이렇게 가르쳤지만, 그 자신은 스승 노자(老子)에게서 배운 것이었지. 
- 노자가 공자의 스승이었다고요? 
- 아닌가? 
- 하하하….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20대에 낙양에 가서 노자로부터 가르침을 받았으니, 스승이라 말해도 되겠습니다. 
- 그래. 하나라도 가르침을 얻은 게 있다면 그는 스승이지. 더구나 더 이상 배울 게 없을 만큼 책을 많이 읽었던 청년 공자에게 노자처럼 눈이 번쩍 열릴만함 깨우침을 준 사람도 별로 없었지 않은가. 
- <장자>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공자는 노자에게서 ‘만물이 태어나던 처음의 경지에서 노닌다’는 것에 대하여 물었죠. 
- 그래. 이번에는 자네가 말해보게. 자네가 읽었던 대목에 대해. 
- 공자가 노담 선생(노자)을 만나러 갔을 때 마침 선생은 머리를 감고 나서 흐트러진 머리를 바람에 말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아, 헤어드라이어는 없고 머리카락은 길고, 그런 시대니까 바람에 말릴 수밖에 없었겠군요. 바람 지나가는 마당에 앉아. 
- 그래서? 
- 그런데 꿈쩍도 않고 앉아 있는 그 모습은,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고목나무 같이 보였지요.  공자가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제 눈이 이상해진 것인지요. 선생님의 앉아계신 모습이 마치 이 세상과 무관하게 홀로 우뚝 서신 듯 보였습니다.”그러자 노자가 대답했죠. 
- 오 유심물어지초(吾遊心於物之初). 
- 예. “나는 만물이 태어나던 처음의 경지에서 노닐고 있었소.” 캬아~~ ! 
- 이해가 되었는가? 
- 물어지초라는 것은 초심보다 더한 것 아니겠습니까? 태초의 세상과 같은 경지. 공자가 그 경지는 무엇이며 노닌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를 물었습니다. 노자가 대답했죠. 
- 말로 설명하기는 피곤한 일이지만!
- 예. 그렇게 서두를 떼면서, 그래도 공자니까 굳이 대답을 하셨습니다. 
- 물어지초!
- “지극한 음기는 고요하고 양기는 바지런한 것인데, 고요함은 하늘로부터 나오고 움직임은 땅으로부터 나온다. 이 두가지 기운이 서로 통하여 조화를 이룸으로써 만물이 생성되었다. 만물은 생겨나고 사라지며, 가득 차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밝아지고 어두워지며 해는 다시 뜨고 달은 차고 기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변화는 지속되지만 그 힘이 어디서 오는 지는 알 수 없다. 만물의 시작과 끝이 한없이 반복되는데, 그 끝을 누가 알 수 있으랴.”
- 옳거니. 그렇게 보면, 21세기 지금 이 시간도 천지창조의 연장선이겠구나. 
- 아, 그런가요? 아하. 그런 의미도 되겠군요. 
- 좋아. 그런데 그 경지에서 노닌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우리 생명의 배경이라 치고, 대체 어떻게 살아야 ‘노니는’ 경지가 되겠는가.
- 공자의 두 번째 질문에 노자는 또 대답합니다. ‘그런 경지에 들어가면 지극히 아름다고 지극히 즐겁다(至美至樂). 풀을 먹는 짐승들은 풀밭이 바뀌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고, 물에 사는 벌레들은 물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작은 변화일 뿐 큰 법도를 잃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쁨이나 노여움, 슬픔 즐거움 같은 감정들이 가슴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것이다.’
- 지극하다. 풀잎이 이슬방울을 머금어 아름답지만, 이슬과 어울린 것은 풀잎의 표면일 뿐, 속까지 젖어들지는 않는다. 
- 속까지 스며들면 죽게 되지요. 
- 맞아. 천변만화하는 세상도, 천지의 큰 창조의 이치 안에서는 작은 변화(小變)에 지나지 않는 것이네. 그런 변화에 따라 희로애락을 느낄지라도, 그 감정이 뼛속까지 스며들게 하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것도 놀랄 것도 없네. 그것이 지인(至人)의 삶이라 했지.
- 코로나 이후에 대해서도.
- 그래. 코로나19 이후에 대해서도. 

草食之獸不疾易藪(초식지수 부질역수) 
水生之蟲不疾易水(수생지충 부질역수) 초식동물은 초원이 바뀌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고
물벌레들은 물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장자> 田子方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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