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배제고보 시절과 도일 4 개벽사(開闢社) 편집실 밖 호두나무를 감고 올라간 담쟁이 잎들이 불만스런 몸짓처럼 바람에 나부꼈다.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참새 대여섯 마리가 하얀 배를 드러내며 포르르 날았다. 정식은 방금 나빈이 한 말을 머릿속에서 곱새기고 있었다.“왜 자네 시를 남이 고친단 말인가. 자넨 당당한 시인일세. 그뿐인가 휘황한 장래가 약속된 시인 아닌가.”나빈만이 아니었다. 개벽사 주간 이돈화(李敦化)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정식이 직접 가져온 시와 김억이 고친 시를 견주어 보고 불만이 드러나도록 고개를 갸우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