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홍미경 기자 |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고금리와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 지역 분양 단지마다 수만명이 몰려들면서 시장의 견조한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15개 단지의 1순위 청약에는 총 27만5766명이 몰렸다. 전국 1순위 청약자(62만여명)의 44.4%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의 6·27부동산대책 발표 이후에도 청약 열기는 식지 않았다.
청약 경쟁률도 기록적이다. 11월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5만4000여명이 몰리며 237대 1을 기록했다. 9월 송파구 ‘잠실 르엘’은 6만9000여명이 지원해 평균 63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청약 시장 활황은 거래량에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의 분양·입주권 거래 건수는 1101건으로, 전년 동기(755건)보다 45.8%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높은 집값이 오히려 분양시장 활황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시세 급등으로 기존 아파트 매매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분양가격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성동구 ‘오티에르 포레’의 전용 84㎡ 분양가는 24억~24억8000만원 수준으로 인근 시세보다 최대 15억원 낮았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서울 신축은 공급 절벽과 희소성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며 “고금리 국면에서도 현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층이 중심을 잡고, 장기적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움직임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청약시장의 과열은 정책적 변수와 심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등이 맞물리며 재건축·재개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졌고, 시장에 ‘공급 기대심리’가 확산됐다. 다만 실제 입주 물량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단지는 15곳(1만여 가구)에 불과하며, 이는 2020년(약 30곳)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꾸준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특정 지역, 특히 강남·강동권 재건축 단지로 집중되는 ‘공급 왜곡 현상’을 우려한다.
A씨는 “서울의 분양시장은 소수 인기 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구조로 변하고 있어, 청약 과열이 집값 재상승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수요 중심의 공급 물량 확대와 금융정책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말을 앞두고도 서울 내 주요 단지 분양이 예정돼 있다. GS건설은 강남구 역삼동에서 ‘역삼센트럴자이’(237가구)를, 포스코이앤씨는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251가구)와 영등포구 문래동 ‘더샵 르프리베’(324가구)를 각각 12월에 공급한다.
업계는 연말 분양이 사실상 ‘내년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서울 핵심 입지 분양은 흥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이미 금리와 정책 환경에 적응한 만큼, 내년에도 강남·도심권 분양 단지의 경쟁률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외곽 지역은 청약 수요가 뚜렷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