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대응하느라 인수합병 신경 못 써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첫 소환 조사 이후 32일 만이며, 같은 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로는 25일 만이다.<사진=연합>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첫 소환 조사 이후 32일 만이며, 같은 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로는 25일 만이다.<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특검에 소환된 가운데 세계 최대 전장업체인 ‘하만’ 인수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오는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합병 건을 비롯한 총 4건의 안건을 상정한다.

며칠 남지 않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전자의 신경은 온통 이 부회장의 소환에 쏠려있기에 하만 인수합병 진행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하만의 일부 주주들이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합병을 반대하며 집단 소송을 걸었다.

삼성전자가 하만 이사회와 합의한 인수가격(주당 112달러)은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28%, 30일간의 평균 종가보다 37%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지만 일부 주주들은 하만의 성장 가능성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작년 12월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형 M&A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도 삼성전자로서는 크나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하만 이사진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라며 “저희 입장은 변화가 없다. 미국 쪽에서 주주 행동 등의 결론을 봐야 할 것 같다”라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삼성-하만 인수합병 안건은 주주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가결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도 해당 지분을 매도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계획대로 합병안이 가결되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3분기까지는 인수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만은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전장 사업 진출을 발표한 뒤, 지난 해 하만을 인수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장사업의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입장에선 처음부터 시작하기 보다는 전장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하만 인수합병(M&A)에 공을 들여왔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안, OTA(Over The Air, 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매출 중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했다.

만일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게 되면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와 네트워크에 삼성의 정보기술(IT)과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이 결합돼 커넥티드카 분야의 플랫폼을 주도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있어서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특검에 대응하느라 하만 인수에 신경을 못 쓰고 있다. 이번 소환 조사에서 오해가 풀려 경영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검은 법원이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후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전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차장(사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 삼성 수뇌부를 상대로 보강조사를 벌여왔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를 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