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건설·종합화학 불법·부당행위 이어 계열사 대표까지 비리 혐의 연루

최태원 회장
최태원 회장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장기 부재 속에 총체적 난국을 맞이했다. 그룹은 ‘행복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계열사는 불법·위법을 반복하면서 그룹 이미지와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불법 보조금(지원금) 지급 혐의와 관련해 SK텔레콤에 대한 영업정지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제재 대상과는 무관한 유통점이나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해당 통신사에 확실한 제재 효과가 있게끔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3월 관련 혐의로 SK텔레콤에 7일간의 영업정지를 부과한 바 있다.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과 담당관은 “통신사에 대한 단독 조사나 단독 제재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심각한 메시지를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시장지배력을 지닌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 인해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경쟁이 미흡하고 시장지배력 행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위 사업자인 SKT는 10년 이상 국내시장 과반 가량을 점유(가입자 45.4%)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법 보조금을 뿌려 차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시장 과열을 주도하고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했다.

통신공공성포럼 등 시민단체는 SK텔레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알뜰폰 시장과 유선인터넷, 케이블방송 시장에서 불공정·부당행위를 한다며 차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열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직원의 뇌물·비자금 의혹 사건으로 인해 경찰 수사 중에 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지난 19일 SK인천석유화학 선박 안전관리 담당 부서 부장인 A(55)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선박대리점 등과 계약을 맺고 예선과 도선사, 줄잡이 등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들로부터 매달 2천만원씩 총 2억6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24일 계양경찰서는 뇌물·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인천지방경찰청과 함께 전담수사팀을 꾸리는 등 수사를 확대하며 수사 범위를 '윗선'으로 넓혀가고 있다.

SK건설은 하청업체를 이용해 공사 발주처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SK건설의 하청업체가 2010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기지 건설현장에서 건설 사무실과 숙소 등을 지으며 10억원을 빼돌려 미군에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2008년 미 육군 공병단 극동지구가 발주한 경기도 평택시 미군기지 부지조성과 공용 기반시설 건설공사를 4천600억원에 수주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에 있는 SK건설 본사와 공사 현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방산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26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와 관련해 정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정 대표는 EWTS 사업에 참여한 SK C&C에서 공공금융사업부문장(사장)과 IT서비스사업총괄 사장을 맡았다.

지난해말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 및 주요 사업부문의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주력 계열사 사장단을 대거 교체하며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 당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김창근 의장을 재추대하고,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C&C 등 주력 관계사의 CEO를 모두 교체하는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하지만 SK텔레콤, SK건설, SK종합화학의 연이은 불법·부당행위에 이어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대표까지 방신비리 혐의에 연루돼 조사를 받으면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장기공백 속에 그룹이 구심점을 잃으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소소하게 걸려있는 것들이 있는데 모든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있는 일이지 그룹 위기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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