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현 금융부 기자
임대현 금융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올해 보험업계의 화두는 '제판분리'다. 제판분리란 보험사는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을 전담하고 상품 판매는 자회사인 법인보험대리점(GA)이 맡는 형태를 뜻한다.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이 전속영업조직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미래에셋생명이 전속 설계사 3천300여명을 자회사형 GA로 보내고 판매 채널을 분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제판분리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업계 2위 한화생명도 같은 달 임시 이사회를 통해 개인영업본부 산하 보험 모집 및 지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한화생명 개인영업본부 산하 임직원 1천400여명과 전속 보험설계사 2만여명이 새 회사로 이동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올해 4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판분리가 이뤄지는 배경으로는 설계사 이탈방지, 비용 절감 등의 이유가 있다. 최근 보험업계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분위기가 변하면서 판매자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한 회사의 보험상품만 판매하는 전속 설계사보다 모든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GA업계가 크게 성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 

또한 오는 7월부터 보험설계사에게 적용되는 고용보험에 대한 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원수사는 보험 판매에 드는 비용 부담을 덜고 신상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두 회사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보험업계의 자회사형 GA 설립과 제판분리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12월 18일 임시 이사회를 연 당일 한화생명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판분리 추진을 반대했다. 노조는 제판분리 계획에 직원들의 고용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제판분리 이후 구조조정이 실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 보험사들의 경우 이미 조직 운영효율성에 기초해 판매자회사 설립, 독립채널 인수, 전속조직 고능률화 등 다양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첫 시도인 만큼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제판분리를 추진 중인 보험사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영업관리 인력을 그대로 이동시키고 근로조건도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이라는 ‘3저(低)’ 사회적 현상에 직면한 보험업계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노조 양측 모두 귀를 열고 서로의 의견을 수렴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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