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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리 창작우화] 장자(莊子)와 채팅을 나누다#61 브레인 샤워
황이리  |  kj.lee@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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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30  09: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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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브레인 샤워

 

어허, 하늘이 맑구나. 이런 날은 햇빛을 허비하지 말고 밖으로 나오게.

밖으로요?

그래. 이런 하늘이 얼마만인가. 나오라구.

어디로요?

햇볕 좋은 곳으로 나와. 방구석에 앉아서 자판이나 두들길 게 아니라 밖에서 보자구. 그, 자주 가는 공원이 있지 않나? 햇볕 잘 들고 바람 잘 부는…

아, 거기요? 좋아요. 그러면 잠깐 준비를 좀

준비는 제기럴… 아무도 볼 사람 없으니 그냥 그대로 나오게나.

 

이리하여 햇빛 좋고 공기 맑은 어느날, 모년 모월 모시에 나는 모모한 장소에서 드디어 장자 어르신을 뵙게 되었던 것이다.

난생 처음 그를 뵙던 순간을 잠깐 묘사해볼까. 우선 그는 홀연히 나타났다.

그곳은 남한강변의 어느 수변공원이었는데, 나무와 풀숲이 제법 무성하고 인공으로 조성한 길이나마 고즈넉한 운치를 지닌 오솔길이 가지런한 참나무 가로수 사이로 끝이 보이지 않게 구불구불 이어진 조용한 곳이었다. 오래된 나무가 쓰러져 가로 누운 곳에 이르자 웬 남자가 나무 등걸 위에 등을 보이고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에는 벙거지 같은 모자를 하나 쓰고 야전잠바 비슷한 류의 검정색 상의를 걸친 모습이었는데, 나는 그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돌아보기를 기다리자니 남자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오른 손을 가만히 들어 손가락을 펴서 까딱거려보였다. 다가오라는 신호 같았다.

곁으로 조심조심 다가서자 남자는 손으로 자기 옆자리를 가리켰다.

- 햇빛이 비타민이라는 말 들어보았나?

주춤주춤 다가서자 그가 말했다. 뭐랄까. 맑고 둔탁하며, 날렵하고 묵직하며, 조용하고도 우렁우렁한… 표현해보니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뭐 이런 목소리였다. 바람소리 같고 종소리 같고 천둥소리 같은?

좋아. 하여튼 좋아. 하여튼, 날마다 비추는 이 햇빛을 하루도 놓치지 말게나. 매일 먹는 종합비타민 같은 것 무슨 소용이야. 햇빛을 쬐지 않고 바람을 쐬지 않으니 몸에 기운이 빠지고 탈이 생겨서 먹는 게 약이지. 하루라도 빼놓지 않고 햇볕을 몸에 받으며 자연 상태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땅에서 나는 오곡백과를 양식으로 삼아 충분히 먹고 마신다면 인간은 오백년 천년이라도 거뜬히 살 수 있을 걸세.

그러나 맑은 날이 좀 드뭅니다. 코로나 이후에 좀 나아졌다 했는데, 날이 추워지면서 이제 하루건너 하루에요. 예전보단 낫지만…

그렇더군. 위에서 내려다보기 좀 안타까웠네.
태양이 얼마나 큰 에너지인가. 저걸 잘 이용할 수만 있어도 인간은 훨씬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뭐, 그러지 못하더라도 아침 햇빛만이라도 놓치지 말도록 하게. 지상의 모든 자연을 골고루 길러내는 에너지 아닌가.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단 하나의 태양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요.
그런데 햇빛이 잘 나는 날은, 사람 몸에도 기운이 도는 것 같아요. 진한 스모그로 햇빛을 볼 수 없는 날은 까닭 없이 몸도 지칩니다.

까닭 없는 것이 아니라네. 지상의 모든 생물과 사물은 태양의 에너지로 살아가게 되어 있어. 그것이 제대로 비쳐지지 않으면 기운이 처지는 것 당연하지. 햇빛이 없어보게. 백년 나무라도 곧 시들고 말 걸세.

머리까지 맑아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잘 봤네. 먼지가 많으면 머릿속이 흐려지지. 자연도 그렇네. 먼지가 많아서 빛이 스며들지 못하면 다 시들시들하게 되어 있어. 장티푸스 콜레라 페스트도 기본적인 문제는 햇빛이야. 햇빛이 맑게 비쳐야 머리도 맑아지고 질병도 사라지지. 그리고 바람.

바람요.

고추밭에 괴저병이 왜 생기는가 살펴보았나? 하나라도 더 따겠다고 밀식을 하니까 고추사이에 햇볕도 들지 못하고 바람도 통하지 못하네. 거기서 부패가 시작되지.

바이러스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괴저 바이러스.

그러나 바람이 통하고 햇빛이 잘 스며든다면 바이러스는 자라나지 못하지.

아주 없어지는 건 아니고요?

바이러스가 아주 없어질 수야 있나. 생육환경이 나빠지면 어디서고 번식하는 거야. 바이러스를 괴멸시키겠다고 독한 약을 치면 뭣하나. 인간에게도 그것은 독이 되는데.

넉넉한 간격을 두어야겠군요.

맞아. 왜 촘촘히 심겠는가. 하나라도 더 따겠다고. 왜 하나라도 더 따야 하는가. 먹기 위해서? 아니야. 팔기 위해서지. 한 가족이 한 철 먹는 데는 고추묘 몇 그루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 돈을 만들어야 하니까, 한 포기 자랄 곳에 세 포기 네 포기를 심어야 하지. 그래서 병이 생기니까 농약을 쳐야 돼. 지력이 딸리니까 비료도 뿌려야 하고. 그래서 그 독은 인간에게로 흘러가.

잠깐만요. 바이러스 얘길 하시니까 문득! 인간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들도 그러면 같은 이치입니까?

탐욕이 가져온 결과지.

인간들도 도시에 몰려들어 촘촘히 살고 있죠. 그게 바이러스 원인이 되는 걸까요?

말해 무엇하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곳의 특징은?

사람이 모여드는 곳.

- 하하하…

- 고추밭에 괴저병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였군요.

그게 전부는 아닐세만

무관하진 않다? 결국은 탐욕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후유증으로 남는 브레인 포그. 이건 뭡니까? 코로나에 걸리고 나은 사람들은 머리가 멍해지는 후유증이 남는답니다. 지능지수(IQ)로 치면 거의 10 정도 낮아지는 거라나요. 왜 이런 후유증이 남는 거예요?

매연으로 가득 찬 대기가 흐리멍텅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나? 해도 달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 전망이 흐릿하지. 사람 머릿속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야.

자연 대기의 현상이 사람 머릿속으로 이전되는 거나 같은 효과겠군요. 어떻게 나을 수 있을까요?

하늘에 스모그가 자욱해서 전망이 흐릿해지면 어떻게 해야 하지?

비라도 내린다면….

인간세계에도 소낙비처럼 브레인 샤워가 일어나길 바라네.

브레인 샤워? 멋진 말이네요. 탐진치에 찌든 정신을 죄다, 씻어내라는 말 같아요.

멋으로 하는 말장난이 아니야.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일세. 너무 늦기 전에.

너무 늦기 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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