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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연금 갈지(之) 행보, 사고의 유연함으로 이해해야
김영 기자  |  divazero@fi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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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5  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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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 금융팀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국민연금이 이상하다” 한 금융사 관계자가 주주총회 직후 국민연금의 결정이 예상 밖이었다며 진심 반 농담 반에서 던진 말이다.

“일관성이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국민연금 입장이 지난해와 달라졌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3월 말로 접어들며 주요 기업 주총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국내 증시 가장 큰 손이자 상당수 기업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은 기업은행이 반대했던 백복인 KT&G 사장 연임에 중립 입장을 밝혔다.

KEB하나은행 노조가 반대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3연임에 대해선 찬성을, KB국민은행 노조가 추천한 권순원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같은 선택 모두 업계 예상을 크게 빗나간 결과들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개별 기업 경영활동에 크게 관여치 않았다. 유가 증권 보유 목적을 투자로 국한, 주가 및 배당에 더 신경썼다.

주주로서 국민연금 행보 또한 자연스레 친기업적 경향을 자주 보였다. 경영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외국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는 기업에 대해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기업 친화적이라 평가 받던 국민연금이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선택을 했음에도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정권 교체와 연관이 깊다.

전 정권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주주로서 공정치 못한 결정을 내리는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일조했다는 의심을 샀다. 그로인해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혁신을 모토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과거 극복 차원에서 금융권 전반에 걸친 공공성 확대를 언급했고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자에게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요구했다. 국민연금 주주가 국민이라고 볼 때 국민을 위한 기금운영을 해달라는 당부였다. 

금융계를 포함한 재계는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두고 “향후 국민연금이 개별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 및 간섭을 늘려 나갈 것이며, 현 경영진 감시 및 견제 차원의 노조 활동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 전망했다.

여당 지지자 중심으로 ‘이전 정부들이 친기업을 표방하며 이들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했던 게 결국 특정 개인 및 집단만을 이롭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고, 이들의 지지를 받는 현 정부 또한 친노조 성향을 보일 것이라 판단한 탓이다.

지난해 말 열린 KB금융 주총 당시 국민연금이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찬성표를 던지자 당초 전망은 맞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노조 및 진보성향 시민단체 내에서는 “국민연금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난을 쏟아내고도 있다.

다만 금융계 내에선 “주주가치 제고란 대의를 고려할 때 이해할 만 선택이다”란 평가 또한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주주이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 노조 및 시민단체 의견과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게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백복인 사장과 김정태 회장 모두 그동안 경영실적에 대해선 합격점을 받은 인물들로, 해외 의결권 자문기구 또한 이들의 연임에 찬성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물산 합병건 당시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자 집단과 다른 결정을 내렸고 그로인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는 점 또한 주지할 부분으로 꼽힌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 시즌 중 친기업적 선택만 했던 것도 아니다.

얼마 전 열린 삼성물산 주총 때는 최치훈 대표이사 포함 현 경영진 연임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최 대표 재임 중 삼성물산이 무리한 합병을 강행했고, 그로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실적으로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최근 선택이 실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부분이나, 노조 친화적인 또는 그 반대의 선택이 주주에게 도움이 된다면 국민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어느 때든 유연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전 정부 시절 경험했던 것처럼 이념적 편향성이야 말로 큰 문제지, 사고의 유연함 속 나오는  ‘이상하다’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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