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기 산업부 기자.
최홍기 산업부 기자.

유통업계의 ‘황금알’로 불렸던 면세점이 휘청거리다 못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 직면했다. 불안정한 외부요인이 지속되는데다 정부규제의 칼날이 예년보다 더 예리해지고 있는 탓이다.

면세점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방한 외국인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다.

실제 2008년 이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경기 침체가 계속된 가운데 면세점 매출액이 해마다 성장하다보니 유수의 기업들이 ‘불황 탈출구’로 인식했다.

국내 1위 면세점으로 불리는 롯데면세점 소공점만 하더라도 연매출이 1조원 가량을 훨씬 상회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더욱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고공행진은 정부의 규제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공기가 바뀌었다.

2012년까지 정부는 시내면세점의 신규특허를 불허했는데 이에따라 기존 면세점을 운영하던 기업들은 반사적으로 큰 이익을 취했다.

심지어 면세점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2개 사업자가 차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따라 2012년 출범한 국회에서는 이를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특혜’로 보고 강력하게 규제하는 입법조치로써 관세법개정이 이뤄지게 됐다.

여기에는 일정 비율 이상의 특허금지와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일정 비율 이상의 면세점 특허 의무화, 보세판매장 특허기간의 5년 제한 및 중소, 특허수수료 인상 등이 포함됐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면세점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개정안까지 발의되면서 면세점들의 상황은 극도로 악화됐다.

관광객이 증가했다며 정부방침으로 신규면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안그래도 휘청이던 면세점들에게는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가 실제로 이뤄지면 손실액만 연간 4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연히 면세점 사업자들은 면세점만의 고유특성을 모르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규제에 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없으며, 계속되는 규제는 외국인 관광객 쇼핑편의 제고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현재 운영중인 면세점들 가운데 적자를 기록하고 매장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는 곳도 생겨나는 판에 업계 자체를 고사(枯死)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단순히 규제한다는 말만 가져다 비난할 생각은 없다. 면세점을 운영할 자격이 없는 불합리한 정경유착 기업들의 아우성을 옹호할 생각도 없다.

면세점을 살리려고 골목 상권등 다른 업계를 사장시키거나 비리를 눈감야줘야 한다는 마음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다. 면세산업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통산업과는 다른 독특한 이해관계를 적용시켜야한다는 것이다.

업 특성과 맞물린 제대로 된 시장조사와 면세점 사업자들과 관계당국간의 충분한 상호협의와 의견공유 등이 전무한 상태에서 단순히 ‘안된다’는 마구잡이식 규제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애초부터 면세산업을 죽이려고 덤비려는 것이 아니라면 대답은 단순하다.

규제의 방향을 ‘다같이 살자’에 방점을 두지않고 ‘다같이 죽자’로 둔다면 면세점의 미래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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