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특검 공소장·파견검사 소송 행위 위법"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달 26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달 26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재판이 9일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측은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이날 자리에 출석하지 않은 이 부회장을 대신해 변호인은 특검 측이 과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까지 공소장에 포함해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굳히게 했다며 공소장 자체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특검은 공소장 각주에 이 부회장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SDI 신주인수권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등과 수사 받은 사실을 기재했다"며 "마치 일찍부터 이 부회장과 삼성이 조직적, 불법적으로 경영권 승계 계획이 있었다는 것처럼 재판부가 예단하도록 기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이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지 않는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되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그 밖에 사건에 관해 법원에 예단을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검 측은 변호인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주장에 대해 반박 의견을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변호인은 특검이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오갔다는 대화 내용을 직접 인용 부호를 써서 공소장에 기재한 것과 특검이 공소장에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문건이나 이메일 등을 직접 기재한 것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변호인은 "이 부회장은 대화 내용을 인정한 적이 없고 박 대통령 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둘 사이 대화를 직접 인용 형태로 기재했는지 의문"이라고 한 뒤, 문건이나 이메일 기재와 관련해선 "전체 내용 중 일부만 잘라서 제시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변호인은 또한 "특검법에 파견검사의 공소유지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는 만큼 파견검사는 소송 행위를 할 수 없다"며 파견검사의 소송 행위도 문제 삼았다.

이에 특검 측은 "국가공무원법은 소속 공무원을 다른 행정부처나 국가기관에 파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 조문은 파견 공무원이 파견된 국가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씨 측에 총 433억원의 금전 또는 이익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 등이 있다고 보고 그를 구속기소했다. 이 부회장 측은 박 대통령의 협박에 가까운 강요에 의한 것이라며 '피해자 프레임'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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