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임원 인사·상반기 공채 연기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도 불투명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사진=연합>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두 번째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죄 등의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삼성은 창사 79년 만에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된 셈이다.

삼성 측은 이날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 남긴 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차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무사히 넘겼지만 2차에서 발목을 잡혔다. 전날만 해도 ‘기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패배하고 말았다.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3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이 부회장은 지난 해 10월 27일 사내 등기 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경영 전반에 나섰다.

책임경영을 본격화 하겠다는 각오로 사내 등기 이사로 취임했지만 지난 100여일간은 사실상 특검에 대응하느라 경영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총수를 잃은 삼성은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지난 해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약속했던 미래전략실 해체는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단행됐어야 했던 사장단 인사나 조직개편 또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고, 매년 3월에 시행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공식화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은 올 상반기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 작업 또한 올스톱 됐다. 삼성은 지난 2014년부터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준비해왔다.

삼성전자 지분율이 낮은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공 들여온 전장사업 부분도 타격을 입는 것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 해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80억달러(한화 9조6천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만은 한국시각으로 이날 저녁 11시에 이사회를 개최하고, 삼성과의 인수합병안을 의결한다.

이사회에서 50% 이상의 주주들의 동의를 얻은 뒤, 미국·EU·중국 등 주요국 정부기관의 반독점규제 관련 승인을 거치면 올해 3분기 안에 인수합병이 마무리된다.

하만 일부 소액주주들이 하만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며 반대하며 집단소송을 낸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악재가 겹쳐 하만 인수의 성공 여부는 예측이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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