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에 ‘찬물’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7일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이 부회장의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해 파장이 일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고, 국민연금도 지난 2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찬성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마저도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약 25년 만에 등기이사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인양 굳혀졌다.

모두가 ‘찬성’이라고 말할 때 서스틴베스트 홀로 첫 반대 의견을 제시한터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24일 "이 부회장은 삼성에스디에스(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이기 때문에 사내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는 더 나은 거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에서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행위에 책임이 있거나 그로 인해 혜택을 입었다고 판단되는 지배주주 일가는 주주가치 훼손 이력 및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삼성SDS는 계열사 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기준 85% 이상에 달하며,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과거 10년간 평균 약 35% 수준으로 삼성전자 주주가치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스틴베스트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를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계열사 내에서 가장 높고, 특수관계자 매출 많아서다.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2000년 1조2천억원 수준이던 삼성SDS 매출은 계열사 거래를 통해 15년만인 작년에 7조9천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에버랜드에 대해서도 삼성물산과의 합병 전 계열사 상대 매출이 45%를 초과했고, 삼성전자가 주요 매출처인 점을 들어 일감 몰아주기의 수혜를 봤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될 경우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반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의 걸림돌이다.

서스틴베스트는 "작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공정 합병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며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러한 내용이 골자인 의안 분석 보고서를 지난 21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발송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상법상 경영의 책임이 등기이사에게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책임 경영 관점에서 긍정적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기업이사회는 전문성과 경영능력 외에 윤리 기준 충족이라는 요소도 중요하다"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인사의 이사 선임에는 꾸준히 반대 의견을 권고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관된 기준으로 반대 권고안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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