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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모르겠네”150. 진시황④-승상 李斯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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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1  08: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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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太山不讓土壤 能成其大 태산불양토양 능성기대
태산은 한 줌의 흙을 사양하지 않으므로 그 높이를 이루었다. <李斯列傳> 
진시황이 외국출신 유세객들을 몰아내려 하자 이사(李斯)가 반대하면서     

진시황이 신민(臣民)을 의심하는데다 신선 행세까지 하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몇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를 안과 밖에서 한시도 놓치지 않고 보필하며 바깥세상과 황제 사이를 연결하는 환관 조고(趙高)는 황제의 눈이자 귀이자 입을 대신하게 되었다. 환관 조고의 전횡은 뒤에 듣기로 하고 또 한 사람의 권력자인 승상 이사(李斯)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사는 시황제의 조정을 이루고 있는 진나라 공적 기구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비록 그 자신이 황제는 아니지만 진시황을 대신하여 가혹한 법을 만들고 혹독한 공포정치를 부추겼다. 

쥐에게서 처세술을 깨우친 야심가 

이사는 본래 초나라 평민출신이다. 젊어서 지방의 하급관리로 일했는데, 어느 날 관아의 변소에서 놀라 달아나는 쥐를 보고 처세의 원리를 깨달았다. 큰 창고 안에 살면서 곡식을 먹는 쥐는 사람이 나타나도 놀라지 않고 마치 제 것인 양 태평하게 곡식을 먹었으나, 변소에서 사는 쥐는 사람이나 개가 나타나면 놀라서 달아나고 숨으며 비굴하게 살고 있었다. 

이사는 이를 보고는 “사람의 잘나고 못난 것도 쥐와 같으니, 이는 스스로 처한 바에 달렸을 뿐이다”라며 탄식했다. 이를 계기로 자신도 기왕이면 큰물에서 놀겠다고 마음먹고는 당대에 존경받던 현자 순경(荀卿=荀子)을 찾아가 제왕의 통치술을 배웠다. 

야망이 큰 이사는 초나라가 결코 큰 나라가 될 수 없음을 간파하고 천하의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진나라로 향했다. 장양왕이 막 죽고 어린 진시황이 즉위하던 무렵이다. 그는 문신후 여불위를 찾아가 가신이 되었으며, 곧 여불위의 눈에 들어 시위관이 되었다. 

“지금 함곡관 동쪽의 여섯 나라들은 흩어져 있으며 진나라가 승세를 타고 제후들을 통제한 지가 벌서 6대에 이르렀습니다. 대저 진나라의 강대함과 대왕의 현명하심이라면 부뚜막을 청소하듯 제후들을 멸망시키고 황제의 대업을 성취하실 수 있으니, 이는 만년에 한번 있을 기회입니다. 지금 게을리 하여 성취하지 않고 있다가 제후들이 다시 강해지고 합종이라도 한다면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사는 이렇게 유세하여 문신후 휘하의 장사(長史)라는 벼슬을 얻었다. 모든 관리의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중책이었다. 진나라는 그의 술책에 따라 금과 옥을 지닌 밀사들을 각 제후국에 파견했다. 밀사들은 각국의 명사들과 접촉하면서 뇌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에게는 후한 뇌물을 쓰고, 녹록하게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날카로운 비수로 찔러 죽였다. 각국의 군주와 신하 사이를 이간질하는 계책도 썼다. 이사의 방법으로 전국제패의 기회가 한층 가까워지자 진왕은 그를 객경으로 삼았다.  

정치적 위기도 있었다. 

한(韓)나라 사람으로 진나라를 위하여 수로 공사를 감독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진나라에 온 본래 목적은 진나라를 돕는 척 하면서 큰 토목공사를 일으키게 하여 진나라의 국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진나라 왕족과 대신들이 떠들어댔다. 

“제후국에서 진나라를 섬기러 온 사람의 대다수는 그 본래 목적이 진나라를 위하는 척하면서 국력을 약화시키고 내부를 이간질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모든 빈객들을 축출하셔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사 역시 기려지신(羈旅之臣: 외국에서 와서 신하가 된 사람)에 불과했으므로, 그의 지위도 위태로워졌다. 이사가 왕에게 긴급히 상소를 올렸다. 

“빈객을 축출하려는 논의는 잘못입니다. 옛날 목공께서는 널리 천하의 인재를 등용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하셨습니다. 서쪽에서 유여를 데려오고 동쪽에서 백리해를 얻었으며, 송나라로부터 건숙을 맞이하고 진(晉)으로부터 비표와 공손지를 불러들여, 주변의 20여 나라를 병합하고 마침내 서융을 제패하여 오늘의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효공께서는 상앙의 변법으로 국가를 개혁하자 백성들은 부유해졌고, 혜왕께서는 장의(張儀)를 채용하여 중원을 호령하였으며, 소왕께서는 범수를 얻어 양후를 폐위시키고 화양군을 축출함으로써 오늘날 진나라로 하여금 황제의 대업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신이 듣건대 땅이 넓으면 곡식이 늘어나고, 나라가 크면 백성도 많아지며, 병력이 강하면 병사는 더욱 용맹스러워진다 합니다. 태산은 한줌의 흙도 거절하지 않음으로 그 높이에 이른 것이며, 바다는 한 줄기 물이라도 가리지 않음으로 그 깊이를 이룬 것입니다(太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집안 잔치에 문무백관이 쇄도하다 

왕은 즉시 빈객을 축출하려던 방침을 취소하고 이사의 벼슬을 보장하였다. 이사의 직위는 더욱 강화되었다. 진왕이 황제가 되고 나서 이사는 승상이 되었다.  

이사의 아들들은 모두 황제의 사위가 되고 큰아들 이유(李由)는 삼천군의 대신이 되었다. 한번은 이유가 휴가를 오게 되어 이사가 잔치를 베풀었는데, 조정의 고관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축수하였다. 대문과 뜰에 모여든 말과 수레가 수천이나 되었다. 

이사가 스스로 탄식했다. “스승 순경께서는 사물이 지나치게 가득해지는 것을 금하라(物禁大盛)고 가르치셨다. 대저 나는 평민으로 태어난 보잘 것 없는 백성일 뿐인데, 폐하께서 나의 어리석음을 알지 못하시고 발탁하시어 지금에 이르도록 해주었다. 신하들 가운데 나보다 윗자리에 있는 자가 없으니 부귀가 극에 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극에 이르면 쇠퇴할 뿐이거늘, 내가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모르겠구나(物極則衰 吾未知所稅駕也).”  

말 그대로 그는 멈출 곳을 알지 못했다. 쇠해가는 진시황과 더불어 쇠망의 급류에 휩쓸렸으되 벗어날 기회를 찾지 못했다. 황제를 인의 장막에 가둬놓고 권력을 전횡하는 환관 조고와 함께 원흉으로 불리게 되었다. 절정임을 깨달았을 때 물러나야 했으나, 교활한 자와 한 배를 탄 이상 그도 무사히 내려서기는 틀린 일이었다. 

“신하들 가운데 나보다 윗자리에 있는 자가 없으니 부귀가 극에 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극도에 이르면 쇠퇴할 뿐이거늘, 내가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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