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미래의 권력’에 통 크게 투자하다141. 천하통일(1)- 상인 여불위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3.23  08:30:4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以色事人者 色衰而愛弛 이색사인자 색쇠이애이
미모로 남을 섬기는 자는 미모가 시들면 사랑도 잃는다 <呂不韋列傳>
여불위가 자식 없는 화양부인에게 자초를 양자로 삼도록 권하면서 

550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최후의 왕국은 진(秦)나라다. 변방의 진나라가 중원의 문명국들을 제치고 천하통일을 이룬 것은, 태생적으로 열악한 지리적 문화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진 소왕의 재위기간은 56년이었다. 17세 어린 나이로 모후의 섭정을 받으며 왕위에 오른 뒤 양후 위염 등 등 왕족과 백기 범수 채택 등 인재들을 등용하여 대제국의 토대를 닦았다. 그러나 오래 재위하는 사이에 일찍 정해놓았던 태자가 먼저 죽어 둘째 아들인 안국군(安國君)을 태자로 삼았다.

두 남자의 천하를 건 밀약

안국군에게는 스무명의 아들이 있었으나 정작 정실인 화양부인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적자가 없으니 장차 후계를 놓고 공자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만일 쟁탈전이라도 벌어진다면 어렵게 구축해놓은 진나라의 위세조차 흐트러질 수 있었다.

위기는 곧 기회라 했던가. 장차 닥쳐올 위기를 내다보고 ‘미래권력’을 구상한 사업가가 있었다. 여불위(呂不韋)라는 인물이다. 그는 여러 제후국을 돌아다니며 산물을 사고파는 이를테면 ‘국제무역상’이었는데, 꽤 성공한 부호였다. 장차 전국을 통일할 가능성이 높은 진나라에 차차기 주인이 없음을 간파한 여불위는 안국군의 후계 서열에 있는 공자들을 하나하나 검토한 끝에 둘째 아들 자초(子楚)를 적임자로 점찍었다. 소왕 42년, 아직 안국군이 태자로 있을 때다.

당시 제후국들은 전쟁을 막기 위한 담보격으로 왕자들을 서로 교환하는 관례가 있었다. 마침 자초는 조나라에 인질로 가있는 상태였다. 자초는 본국에서도 서자에 불과해 별로 지원을 받지 못한데다, 진나라와 조나라 사이도 별로 좋지 않을 때라 혼자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여불위는 이런 조건에서 투자가치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여불위가 조나라에 물건을 사러 가면서 자초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저는 당신의 가문을 대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낯선 사람으로부터 뜬금없는 말을 듣고 자초가 크게 웃으며 대꾸했다. “우선 그대의 가문부터 크게 이루어야 나의 가문도 커지는 거요”. 그러자 여불위는 고개를 흔들면서 “잘 이해를 못하시는 모양이오. 저의 가문은 당신 가문이 커짐에 따라 커집니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자초가 알아듣고는 자리를 권했다. 두 사람 사이에 밀담이 오갔다.

여불위가 말했다. “진나라 왕은 이미 연로하셨으니 조만간 안국군께서 왕위에 오르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께는 적자가 없으니 그 뒤는 장차 누가 잇게 될지 지금으로서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당신은 스무 명의 아들들 가운데 둘째인데, 그동안 특별히 총애를 받지도 못했고 더구나 멀리 인질로 나와 있으니 부친께 눈도장 찍을 기회도 없습니다. 뒤에 아드님들이 승계를 놓고 다투게 되더라도 당신에게는 기회나 있을지 모를 일이죠.”

“그렇소만, 그렇다고 내게 무슨 뾰죽한 수가 있겠소?”
자초가 푸념하듯 말하자 여불위가 자신의 계책을 내놓았다.

“길이 아주 없겠습니까. 지금 안국군께서는 화양부인을 누구보다 총애하십니다. 비록 직접 낳은 아들은 없다 할지라도, 스무 명 아들들 가운데 한 사람을 천거할 수는 있죠. 원하신다면, 제가 비록 큰 재산은 없지만, 당신을 위해 천금을 가지고 진나라로 가서 안국군과 화양부인의 마음을 얻어 당신이 후사로 정해지도록 애써보겠습니다.”

“그대의 계략대로 잘 성사된다면, 이후에는 진나라를 그대와 나누어 누리도록 하겠소.” 자초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 나라, 아니 천하를 건 두 남자 사이의 협상이었다.

선물공세로 태자비의 마음을 사다

여불위는 자초에게 500금을 주어 조나라에서 사람을 널리 사귀는 데 쓰게 하고, 자신은 500금으로 진귀한 패물을 구입해 진나라로 들어갔다. 먼저 화양부인의 언니에게 접근해서 그 선물을 화양부인에게 보내며 이 물건들이 모두 자초에게서 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자초가 얼마나 현명하며 천하의 명망가들과 두루 잘 사귀고 있는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며 전한 뒤 덧붙여 말했다. “자초는 화양부인을 하늘같이 여깁니다. 밤낮으로 부친인 태자마마와 화양부인을 흠모하여 눈물을 흘린답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지만 이미 넘치도록 많은 선물을 받고 난 뒤라 화양부인은 가슴 벅찬 감동으로 기뻐했다. 이렇게 친분을 튼 다음에 여불위는 또 기회를 보아서 그 언니에게 말해두었다. “제가 듣기에 미모로써 섬기는 자는 미모가 스러지면 사랑도 사그러든다 합니다. 지금은 부인이 태자를 가까이 하며 대단히 총애를 받고 있으나, 아들이 없으니 차후가 보장될 수 없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니 일찌감치 여러 아들 중에 재능 있고 효성스러운 자와 모자의 연을 맺어 그를 후사로 삼게 하심이 좋을 것입니다. 부군이 살아계셔도 존중받고, 부군이 죽은 후에는 아들이 왕이 되어 의지할 수 있으니 결국 세력을 잃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 한마디 말로써 장구한 이로움을 얻게 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자초를 염두에 둔 말이었고, 화양부인의 언니도 그렇게 알아들었다.

화양부인도 그 말을 전해 듣고 옳은 말이라 여겼다. 곧 안국군에게 가서 눈물을 떨구며 청했다. “소첩은 다행히 후궁보다 훨씬 낫지만, 불행하게도 아들이 없으니 자초를 후사로 세워 장래 소첩의 몸을 맡길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 이미 이 시절에도 돈은 명성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던가 보다. 안국군도 여불위가 퍼뜨린 소문을 통해 자초가 훌륭하단 말을 이미 듣고 있던 터라 화양부인의 소청은 쉽게 성사되었다.

“조만간 안국군께서 왕위에 오르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께는 적자가 없으니 그 뒤는 누가 잇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제가 함양으로 가서 당신이 후사가 되게 하겠습니다.”

정해용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헤드라인 뉴스

국내 바이오기업 R&D 투자액, 중국 10분의 1 수준

국내 바이오기업 R&D 투자액, 중국 10분의 1 수준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중국의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 10조원이 넘는...
포토뉴스
만평 조민성의 그림판
[만평]조민성의 그림판
가장 많이 본 기사
1
애플페이 국내 도입 '임박'…지각변동 예고
2
비상 걸린 미국 ETF... 내년부터 PTP 투자자 '세금폭탄'
3
삼성·LG, XR 기기 시장 '눈독'...마이크로OLED 기술 경쟁 점화
4
한국투자저축은행, BIS비율 10% 아래로 떨어져
5
금투세 파장...채권시장으로 전염 우려
6
[기자수첩] 금투세 도입, 그때는 맞아도 지금은 틀리다
7
[기획] 식품업계, 이색 팝업스토어 오픈..마케팅 강화
8
“MZ 눈길을 잡아라”...래핑 항공기, 이색 마케팅 수단 주목
9
SK바사 vs 화이자 폐렴백신 기술수출소송 판결 임박
10
한국투자저축은행, 500억 규모 유상증자...‘운영자금 확보’
'相生'에서 '希望'을 찾다!

삼성전기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 개최

삼성전기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 개최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삼성전기가 전국 장애인 배드민턴대회를 28~29...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현대경제신문  |  제호:현대경제신문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4길 18, 3층  |  대표전화: 02)786-7993  |  팩스: 02)6919-1621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2356  |  등록일: 2012.11.23  |  발행일: 1996.7.1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조영환
Copyright © 2010 ㈜현대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