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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함께읽는 고전 사기(史記)]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107. 떠도는 공자(6)
정해용  |  p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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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01  09: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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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용 시인·상임논설위원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인자한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있는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論語>述而편)

55세의 공자가 조국을 떠나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위(衛)나라였다. 수제자 자로의 고향이다. 공자가 왔다는 말을 듣고 위나라 군주 영공(靈公)이 공자를 초청했다. 그는 공자가 노나라에서 대사구로서 조 6만두의 녹봉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똑같은 녹봉을 주면서 위나라에 객경으로 머물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청했다.

위 영공의 감시를 받다

대사구의 녹봉이란 작은 대우가 아니다. 그만큼 후한 대우를 한다면, 그에 걸맞은 직분도 주어지지 않을까. 공자가 후한 대우를 받아들인 것은 이런 기대 때문이었다.

“이제야말로 나의 이상에 동조하는 현명한 군주를 만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순조롭기만 한 일은 없다.

위 영공은 우선 착실하게 노력하는 군주가 아니었다. 다만 천하에 명성 높은 공자가 찾아왔으니 그를 후대하여 자신의 명성이 올라가기를 바란 것뿐이었다.

영공은 공자를 만나는 게 따분했던지 그를 자주 찾지 않았다. 시간이 반년이나 지났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대부의 녹봉을 누리고 있으니 공자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게다가 그런 공자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영공에게 모함하기를 “공자가 많은 제자들을 이끌고 불쑥 찾아온 것은 불순한 야심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명성이 높은 사람이므로 그를 따르려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만약 갑자기 반란을 일으키기라도 하면 어쩌시렵니까. 그를 철저히 감시하다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처치하겠습니다.”

영공은 귀가 얇았다. 공손여가라는 자가 영공의 허락을 받고 칼을 찬 채 공자의 거소를 드나들며 감시하기 시작했다. 공자는 마침내 제자들에게 짐을 꾸리게 하여 위나라를 떠났다. 그를 받아줄 나라는 어디일까. 공자는 송(宋)이나 진(晉)나라를 염두에 두었다.

가는 도중 광(匡)이란 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길잡이를 맡은 제자 안각이 광 땅에 들어서면서 감회가 깊은 듯 말했다. “예전에 양호를 따라 이곳에 온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저 무너진 성곽 사이로 들어왔었죠.” 양호는 노나라에서 쫓겨난 뒤 진(晉)의 조간자에게로 갔다가 조간자의 명을 받고 위나라 경계까지 침공해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광은 양호의 군사들에게 피해를 입었다.

안각이 무심코 하는 말을 광 사람이 들었다. 서로 방언이 다르니 제대로 말을 알아들었을 리는 없고, 단지 무너진 성곽을 가리키며 ‘양호’ 운운하는 소리만 들렸을 것이다.

“양호가 또 쳐들어왔다.” 소문은 이렇게 퍼져나갔다. 광 사람들이 무장을 하고 몰려들어 공자 일행을 포위했다. 서로 말이 다르니 해명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눈에 두목으로 보이는 공자의 모습은 훤칠한 대장부여서 언뜻 예전에 본 양호와 달라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공자 일행은 낡은 객점에 닷새 동안이나 갇혀있어야 했다.
 
포위망이 좁혀들어와 제자들이 긴장하자 공자가 말했다. “하늘이 이 땅에서 문(文)을 없애고자 했다면 우리로 하여금 주공(周公)의 문을 계승하게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하늘이 문을 없애고자 하지 않는데 저 사람들이 나를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옛 성현들의 문을 계승하는 학자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한 말이었다. 위나라에 사람을 보내 도움을 받고서야 공자 일행은 포위에서 풀려났다.

황하를 건너려다 다시 위나라로

일행은 포(蒲) 땅으로 갔다. 거기서 진(晉)으로 건너가고자 하였으나 진나라 또한 한-위-조 세 대부의 세력이 제후의 권력을 능가한 때여서 도의를 펴기에 알맞은 상황이 아니었다.

망설이는 마음으로 매일 강가를 거닐며 때를 가늠하고 있을 때, 진나라 실력자인 조간자가 명독과 두주를 죽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명독과 두주는 진나라의 현인들이었다.

“도도히 흐르는 황하여 아름답구나. 아름다우나 건널 수 없으니, 이것이 운명인 게로구나.” 
공자는 분노를 누르면서 말했다.

“조간자는 뜻을 이루기 전 명독과 두주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권력을 잡고 나서 두 사람을 죽여버렸구나. 만약 어린 짐승이나 연못의 물고기를 함부로 죽인다면 기린은 다시 교외로 오지 않을 것이며 교룡이 나타나 비를 내리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집이나 새알을 깨뜨린다면 봉황도 날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짐승일지라도 같은 종류가 해를 입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사람도 어찌 다르겠느냐.”

때마침 조간자의 가신 필힐(佛肹)이란 사람이 중모성을 점거하고 조간자에게 반란하였다. 필힐은 공자가 조간자에게 실망한 즈음 사람을 보내 공자에게 협력을 제안했다.

공자의 마음이 다시 흔들렸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아직도 때를 얻지 못하였으니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이미 큰 세력을 가진 제후들은 오만하여 그의 뜻을 따르지 않고, 반란을 일으킨 혁명가들은 소인배처럼 거칠었다. 조간자도 필힐도 그가 섬길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공자는 다시 때를 기다리기 위하여 위나라로 돌아갔다.

“공자가 많은 제자들을 이끌고 찾아온 것은 야심 때문입니다. 갑자기 반란을 일으키기라도 하면 어쩌시렵니까. 그를 감시하다가 조금이라도 수상하면 곧바로 처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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