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영 산업부 기자
이금영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한미약품그룹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모친 송영숙 회장과 절연을 선언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통합 지주회사를 만드는 데 반기를 들면서 송 회장과 다투고 있다.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투입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인수하고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이 OCI 지분 10.4%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이번 통합은 2020년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별세 이후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960년 설립된 중견제약사 부광약품이 지난 2022년 2월 지분 11%를 OCI에 매각한 것과 같은 양상이다.

당시 부광약품 창업주인 김동연 회장도 세 자녀에게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증여한 후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계약으로 OCI는 부광약품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통합에 장·차남이 반발하면서 한미약품그룹 상장사들의 주가가 연일 요동치고 있다.

회사 주가에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인 호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사이언스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 실현을 기대한 개인 투자자가 몰리면서 회사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바로 다음날부터는 3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지속된다면 2020년 한진칼처럼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향후 지속적인 변동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만 해도 임종윤 사장과 송 회장의 특수관계가 해소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전날보다 10.03% 오른 4만3900원에 마감했다.

그러는 사이 주주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네이버 주주토론방을 보면 입에 담기 힘든 욕설부터 환호성까지 혼재돼 있다.

아무리 경영권 분쟁이 주가를 뒤흔드는 이슈라도 이런 혼돈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적과 전망, 청사진으로 움직여야 할 주가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오르고 큰 악재가 없음에도 급락한다면 주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주식 투자자들에게 혼돈만 주는 경영권 분쟁은 필요 없다. 주가를 띄워 차익을 볼 생각이 아니라면 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 주가가 널뛰면 한미사이언스는 도박판이 될 뿐이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