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이 자리는 기자회견장 아니라 주주총회, 주주의견 그만 받겠다”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경영진이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주주들로부터 제기된 의문점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더불어 올해 뚜렷한 실적을 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개최된 엔씨소프트 주주총회는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으로 인해 진행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주총은 1시간30여분 뒤인 오전 10시30분에 끝났다.

가장 논란이 됐던 안건은 김택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다. 안건이 상정되자 소액주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김 대표를 포함한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주로 제기된 문제는 김 대표의 책임경영 의지 부족, 윤송이 엔씨웨스트(NCW, 북미‧유럽법인) 사장에 대한 경영능력 불신, NC다이노스 구단 운영에 따른 경영부담, 초기 작품 ‘리니지’에 의존한 불안한 성장세, 부적절한 거래 의혹이 남은 넷마블게임즈와의 지분 교환 등이다.

주주들의 불만이 계속돼 주총 진행이 원활하지 않자 급기야 김 대표는 “이 자리는 기자회견장이 아니라 주주총회”라며 “원만한 진행을 위해 더 이상의 의견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 소액주주, 윤송이 엔씨웨스트 사장 경영능력 불신

이날 주총에서 소액주주 백 모씨는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씨가 경영능력 검증 없이 NCW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택진 대표는 “NCW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매년 100억원 이상의 적자에 시달렸는데 윤 사장 취임 이후인 2012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며 “이를 통해 윤 사장의 경영능력은 검증됐다”고 답했다.

이에 또 다른 소액주주는 최 모씨는 “윤 사장이 NCW의 CEO로 취임한 2011년 11월경 길드워2가 개발이 거의 완료돼 그 다음해인 2012년부터 실적이 개선된 것일 뿐”이라며 “윤 사장은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 “김 대표 취미로 NC다이노스 구단 운영, 부적절”

윤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김 대표의 지분 매각, NC다이노스 구단 운영 등이 맞물려 김택진 대표가 책임경영을 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소액주주는 “김 대표가 주식을 주당 25만원에 처분한 이후 주식은 계속 하락해 10만원대로 곤두박질 쳤다”며 “본인 지분은 매각하고 주주가치 제고에는 소홀한 채 자신의 취미를 이유로 NC다이노스 구단을 운영하는 등 책임경영을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업은 재무적 가치만으로 주가가 형성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다”며 “NC다이노스 운영은 개인적인 취미로 한 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성공적인 마케킹 방법의 하나다”고 답했다.

◇ 주주 “넷마블 지분 교환 부적절” vs 김 대표 “적절했다”

이날 넥슨과 일부 소액주주들은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넷마블게임즈와 지분을 교환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넷마블 지분의 가치를 과도하게 평가해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김 대표는 “넷마블게임즈와의 제휴는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사업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양심을 걸고 경영 방어 차원에서 제휴한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CFO(재무최고책임자)는 “넷마블은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분에 대한 시장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제3자인 기관에 의뢰해 가격범위를 정했다”며 “가격범위 내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기 작품 ‘리니지’에 의존한 불안한 성장 전망

김 대표는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잠시 후 소액주주로부터 제기된 의견은 달랐다. 한 소액주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뤘다지만 초기 작품인 리니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후속 성공작을 통한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6천127억원 중 리니지 매출은 절반 수준인 2천713억원이다. 후속작 중 성공한 게임인 리니지2, 아이온, 와일드스타는 각각 441억원, 987억원, 170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블레이드앤소울이 매출 1천억원을 넘겼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는 종합선물세트같은 회사가 아니라 온라인게임 등 우리만의 강점이 있는 곳”이라며 “모바일게임 시장의 재편에 발맞춰 지속 성장을 위한 다각도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이터널, MXM, 길드워2 확장팩 출시 및 모바일게임을 신 성장동력으로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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