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혁 금융부장
차종혁 금융부장

“금융권은 고금리, 경기둔화로 인한 서민경제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다양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해 적극 추진 중이다. 대출 원리금 상환부담 경감 등 상생금융으로 소비자가 받게 될 혜택은 총 1조 1,47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8월말까지 소비자가 받은 혜택은 4,700억원에 달하며, 관련 취급금액은 63조 9,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혜택을 받은 소비자 수는 은행권 기준 약 174만 명이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상생금융 추진 성과 및 향후 계획’으로 이같이 발표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앞서 발표한 상생금융 방안을 조기에 집행 완료하는 한편 향후 상생금융이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은행권을 비롯해 전 금융사에 전방위적으로 가해지는 가운데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끓는 기름에 물을 붓는 격이 됐다.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말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의 대출상환 부담이 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후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상생금융안 구체화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이 가운데 올해 금융지주의 올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약 7,000억원 늘어난 16조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의 부담은 더 커졌다, 당시 금융을 제외한 대다수 타 업종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호실적을 보인 금융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았다. 

결국 지난 2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및 20여개 은행장들이 모인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감담회에서 은행권의 민생금융지원 규모가 ‘2조원+α’로 확정 발표됐다. 은행권은 수차례에 걸친 논의를 통해 올해 추정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인 2조원을 공통 프로그램과 자율 프로그램의 재원으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상생금융액 2조원은 이미 앞서 은행권 내에서 논의됐던 수준이다. 추정 당기순이익의 10%로 2조원을 맞췄다고 하지만 짜맞추기식 수치일 뿐 실제 추정 당기순이익의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또 ‘+α’를 더했다. 금융당국의 눈높이에 맞춘 결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애초에 당국의 입맛에 맞춘 ‘관치금융’이다 보니 상생금융의 기준도 앞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기준으로 정해진 틀에서 이뤄진 모양새다. 은행권은 이번 공통 프로그램을 통해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가 1조 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상생금융액 4,000억원은 ‘자율 프로그램’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할 계획이다. 상생금융이라지만 지원 대상은 일부 개인사업자와 취약계층에 국한된다.

금융당국의 ‘횡재세’ 도입 움직임에 은행들이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 형태로 상생금융안을 내놓았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10일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권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 헌법상 재산권 침해, 이중과세 금지 위반, 평등권 침해 등 법률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금융수장들은 이번 상생금융안으로 대단한 성과를 냈다고 과시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조원은 지금까지 은행권의 민생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기여에 있어 가장 큰 규모이다”며 “모든 은행이 진정성 있게 방안 마련에 참여해 이뤄낸 성과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조원 규모의 지원 방안은 그 규모도 크지만, 고금리를 부담한 차주분들에게 직접 이자를 환급함으로써 실제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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