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숲 작가

<삽화 = 조민성 화백>
<삽화 = 조민성 화백>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10장 버스킹 버스킹

 

커뮤니티센터는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었는데, 사 층 건물 한 채를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일 층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체험 방식의 교육 공간으로 이용되었고, 이 층은 다문화 가정 또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돌보미 공간이었다. 여자는 삼 층으로 나를 데려갔다. 쉼표에서 처음 마주했던 여자와 현재 내 앞의 여자는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였다. 한 가지 색으로 보이지만 칸마다 신비한 그림이 숨겨진 부채처럼 내면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사람 같았다. 문득 처음 여자에게서 느꼈던 존 바에즈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존 바에즈의 음악을 즐겨 듣던 엄마 덕분에 나 역시 그녀의 노래를 좋아했다. 그녀의 노래 중 ‘솔숲 사이로 강물이 흐르고…’ 라는 곡을 들을 때마다 마치 엄마가 노랫말에 등장하는 메리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자를 따라 나는 유리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입구 왼쪽에 설치된 바 안에서 젊은 여자가 커피를 뽑다 인사를 했다. 몇 개의 테이블을 지나 안쪽으로 갔다. 통유리로 분리해 놓은 공간이 있었다. 안쪽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의 남자아이들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한 아이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라고 하자 나머지 두 아이들도 인사를 했다. 안쪽에는 두 개의 강습실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컸다. 강의도 하고 공연도 하고 회의나 세미나를 열기도 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스무 명 가까이 앉을 수 있게 긴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고, 한쪽에 앰프와 스피커 장치도 보였다. 여러 대의 기타와 하모니카 탬버린 등등의 보조 악기들도 진열돼 있었다.

나는 기타 한 대를 들고 한쪽 의자로 갔다. 기타연습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마치 그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은 기분을 들뜨게 했다. 조율을 한 뒤 유라이어 힙의 ‘July Morning’을 연주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브라보! 브라보!”

나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감각하는데 수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여자와 아이들이 흥분한 얼굴로 박수를 치며 앵콜을 외쳤다.

“아저씨 유명한 기타리스트예요?”

“이름이 뭐예요?”

“코타로 오시오 ‘트와이라잇’ 연주할 줄 아세요?”

아이들은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뭐? 트와아라잇? 악보가 있으면.”

“에이 모르세요? 기타 치는 사람이라면 코타로 오시오 모르면 간첩인데. 진짜 몰라요?”

내가 고개를 젓자 아이들은 아쉬워했다.

“얘들아, 다음 수업부턴 이 아저씨가 너희들과 함께 하실 거야. 선생님은 바쁜 일이 생겨서 말야.”

와아, 진짜요? 아싸, 예에, 아이들은 소리를 내질렀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여자를 돌아보았다. 여자가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밴드 연습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갚으셔야죠, 빚!”

빚? 내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여자는 농담이라며 웃었다.

여자가 아이들에게 빨리 연습하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한 곡만 더 연주해달라고 졸랐다.

 

*

어느덧 한여름이라니. 3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자각을 못할 정도로 바빴다. 여자의 일을 돕느라 말리의 식당 일은 자연스럽게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식당은 일손이 크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일주일에 네 번은 커뮤니티에서 학생부와 성인부 수업을 했고, 틈나는 대로 공연을 위한 연습을 했다. 계획과는 달리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구보아저씨를 설득하여 기타의 정체를 확인하는 게 목표였지만 어쩌다 보니 일상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나마 성과가 있다면 두 달 전부터 구보아저씨가 연습에 합류한 것이다. 신경을 되찾은 아저씨는 기타실력을 유감없이 펼쳐 나를 경악하게 했다.

여자의 도움으로 27클럽 회원들의 행방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어렸을 땐 베일에 가려진 신비한 클럽이라 믿었지만 추적을 하다 보니 그야말로 십 대들의 유치한 클럽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드디어 첫 버스킹!

 

말리와 여자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소리를 질렀다. 말리는 여자의 차에 타고 나는 구보 아저씨의 낡은 포터 트럭에 악기와 장비를 싣고 버스킹 장소로 갔다. 오후 4시가 넘었지만 더위는 절정을 향해 가듯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런 날 버스킹이라니, 이렇게 더운 날! 이미 답사를 마친 여자는 버스킹 장소로 최고라고 했다. 여자는 일을 할 때만큼은 결벽처럼 꼼꼼하면서도 세심했고, 때로는 여름 소나기처럼 갑작스럽고 엉뚱한 면을 보이기도 했다. 첫 버스킹 의견이 나왔을 때 말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나는 여자와 약간의 충돌을 했다.

“버스킹은 왜 하자는 겁니까. 연주 영상을 편집해도 될 걸 굳이 왜 거리공연을 고집하냐구요.”

“일단 연습 삼아 해보자는 거예요. 동네를 벗어나 불특정 다수 앞에서의 경험도 쌓고 좋잖아요.”

“아직은 버스킹을 할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는 것도 아니잖아요.”

“실내공연을 야외로 이동할 뿐인데… 좋아할 줄 알았는데? 요즘 분위기가 다운돼서 야외에서 기분을 내는 것도 좋지 않아요? 사람들 반응도 살펴볼 수 있고.”

“반응은 왜 살펴요? 음반이라도 내시게요?”

“형님! 가끔은, 그냥 좀 따라주면 안 되나? 그냥요 그냥. 다 좋은 게 좋은 거, 그런 거, 예?”

구보아저씨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건 아직 무리라는 판단에 이번 버스킹은 빠지기로 했다. 나는 구보아저씨가 함께 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 버스킹은 싫다고 버텼다.

“기타가 빠지면 그게 무슨 공연이야. 의리 없이 뭐 그러냐? 형님 혹시 겁쟁이였어?”

밴드는 자고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등등 두 사람은 나를 설득하기보다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소리로 자주 놀렸다.

“구보아저씨한텐 왜 그렇게 집착하실까? 그런다고 아저씨가 기타를 쉽게 넘겨줄까요?”

이유는 묻지 말라고 하자 여자는 구보아저씨를 다음 버스킹엔 꼭 합류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조건! 가면을 써보면 어떻냐고 했다.

“하여간 그냥 되는 게 없다니까!”

말리가 투덜대자 여자는 굿 아이디어라며 손뼉을 쳤다.

“으아악, 그건 진짜 아닌데. 너무 유치하잖아요, 이 더위에 가면이라니. 게다가 힘들어하는 구보아저씨까지 억지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어요?”

“너무 그러지 마. 우빈 씨 부탁이 아니라도 구보아저씨 요즘 기타 엄청 열심히 치시는 거 알지? 게다가 우리 원래 계획이었잖아.”

“예? 그래도 아직 아저씨는 좀 이른 거 아닌가?”

“꿈을 접는다는 게 얼마나 슬프고 억울한 일인지… 그건 날개 잘린 새나 다름없지. 여기 두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쨌든 아저씨의 인생을 되돌려 줄 순 없지만 우리가 최대한 도와줬으면 해.”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의 의견에 공감했다. 말리는 그렇죠, 꿈을 잃는 것도 슬프지만 억지로 접는 건 억울한 일이죠, 하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을 쓰는 것도 괜찮은 의견 같아. 구보아저씨도 가면을 쓰면 함께 하시지 않을까.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하여간 누님은 우빈 형 말이라면 무조건 다 오케이래.”

“어어, 너 그거 질투니?”

“질투는 무슨, 누님이 뭐 여잔가요?”

“그럼 남자니?”

“에이 그냥 멋진 누님이죠! 헤헤.”

 

버스킹 장소에 도착하자 늦은 오후가 됐지만 여전히 기온은 뜨거웠다. 장비를 대충 갖추긴 했지만 무리없이 작동이 될지 걱정이 됐다. 여자는 메인 보컬을 담당하면서 보조 악기들을 다루었다. 나는 메인 기타를 담당했고 말리는 키보드를 맡았다. 음악 경연대회라도 나가는 것처럼 떨리고 설레었다. 바캉스 철이 코앞이라 대부분 여행과 관련된 곡들을 선정해서 들뜬 분위기를 유도하기로 했다. 중간에 나와 말리가 공동작업을 한 노래도 두 곡 추가했다. 창작곡은 빼자고 했지만 여자의 강력한 주장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떠나요’로 첫 곡을 시작하기로 했다. 선곡을 할 때 말리는 첫 곡을 너무 식상한 걸 고른 거 아니냐고 투덜댔다.

“모든 음악은 꿈을 꾸게 하는 마력이 있어서 이 세상에 식상한 노래는 존재하지 않아.”

나는 여자의 말에 꼬리를 달았다.

“대신 우리가 진심으로 즐겼을 때!”

여자가 나를 보며 박수를 쳤고 말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와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는 어떤 곡을 선곡하든 상관없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버스킹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한 상태였으니까.

장비를 설치하는 동안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거나 주변을 산책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가면을 쓴 우리의 모습에 사람들은 호기심을 보였다. 아직은 해가 완전히 기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햇빛의 기운은 식지 않았고 호수에서 올라온 습도가 더해져 공기는 끈적거렸다. 가면 안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폭발할 것처럼 위태로운 날씨였다. 마치 여름의 핵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다행인지 도심의 공원이었지만 무더운 날씨에도 공원에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아이들은 더위에도 뛰어다녔고, 몇몇 어른들이 돗자리를 들고 우리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자 이 순간만큼은 내 삶이 꽉 찬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곡이 이어질수록 긴장이 풀렸고 점점 탄력이 붙기 시작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눈을 감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뜨거운 햇빛이 정수리를 쪼아댔지만 나는 점점 자유로운 기분에 휩싸였다. 이제야 조금씩 내 삶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나를 봉인했던 루시퍼의 영혼에서 서서히 풀려나는 기분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세계에서 바람이 불어와 가슴을 푸르게 채우기 시작했다. 내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내 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바람이 내는 푸른 소리만이 가득할 뿐. 눈을 감고 가슴으로 세계를 느끼는 게 얼마 만인가.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왔던 순간인가. 내게 이런 감정의 선들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열 개의 손가락이 기타의 현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며 음을 내뿜었다.

어느 순간 여자가 내 팔을 툭툭 건드렸다. 나는 깜짝 놀라 나만의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술 취한 두 명의 중년 남자가 비틀거리며 춤을 추었고, 다른 한 명의 사내는 여자와 작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여자의 앞에 있는 마이크를 사내가 가져가려고 했고 여자는 안 된다고 막고 있었다. 가면으로 여자는 표정을 감추고 있었지만 분명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을 터였다. 말리는 연주를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와 여자 쪽으로 고개를 번갈아 보며 묻는 듯 했다. 사내는 술 냄새를 지독하게 풍기며 막무가내였다.

“마이크를 줘야 노래를 할 거 아냐. 얼마야, 노래하는 데 얼마냐고?”

나는 사내에게 공손하지만 큰 소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공연 중입니다. 마이크는 드릴 수 없습니다.”

“얼씨구? 그럼 그 가면이나 줘봐, 재밌겠네. 나도 한 번 써보자고.”

사내는 내 얼굴에서 가면을 억지로 벗기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사내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사내가 욕설을 퍼부으며 머리를 때렸다.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사내의 손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사내는 계속 달려들었다.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었다. 나도 모르게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어쭈 이런 병신 새끼 봐라, 패려고? 어? 이 병신새끼가 사람을 패려고 하네.”

나는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세게 주었다. 사내의 동료들이 말로 하라며 내 팔을 붙잡았다. 문득 좀 전까지 가슴을 채우던 푸른 바람이 어느새 사라지고 후덥지근하고 텁텁한 공기가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사내가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아버지의 욕설을 떠올렸다. 그토록 아름답고 숭고하던 순간이, 푸르게 빛나던 열정의 순간이, 또다시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속박에 휘둘리고 있었다. 사내의 멱살을 쥔 손아귀에 힘이 풀렸다. 아버지를 거부하면 할수록 나라는 존재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회의가 더욱 큰 수치감을 불러왔다. 이제는 정말이지 아버지의 속박에서 그만 풀려나고 싶었다. 내 손으로 속박을 끊지 않으면 진정한 해방이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내의 얼굴을 가격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억눌렀다. 그 사이 사내가 내 얼굴을 가격했다. 나는 괴성을 질렀다. 이런 식으로 아버지를 거부하는 건 비겁했다.

“덤벼, 덤비라고!”

사내는 튀어나온 배를 들이밀며 계속 시비를 걸었다.

“그만하시라구요!”

나는 소리 지르며 사내의 몸을 붙들었다. 사내가 내 몸을 붙들고 밀치는 바람에 나와 사내는 한 덩어리가 되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내와 몇 초간 엉켜 있었고 문득 이런 일상이 환멸처럼 다가왔다. 어디에 있더라도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속박이 나를 단단하게 묶고 있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아버지와 얽힌 이 세계를 견디는 것이 내 인생에서는 언제나 중대한 일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술 취한 사내의 갑작스러운 시비를 견디는 것만큼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었다. 아버지가 묶고 있는 속박은 아버지의 몫일 뿐 나의 것은 아닐 터였다. 나는 아버지가 틀어쥔 그물망에서 이미 빠져 나왔다 여겼고, 한 번 빠져나온 그물망은 더 이상 나를 붙잡지 못할 것이다. 나는 간신히 사내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몸을 일으켰다.

여자가 내 팔을 붙잡고 앰프 쪽으로 끌고 갔다. 그사이 말리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사내를 막아섰다. 사내의 일행들이 술 취한 사내를 잡아끌고 다른 쪽으로 데려가려고 애썼다. 술 취한 사내가 이번에는 말리에게 시비를 걸었지만 말리는 정중하게 사내를 어르고 달랬다.

“야, 병신 새끼도 이런 걸 하는 세상이네? 어이구 세상 좋아졌구만. 가만 보니 니들 다 병신들이지? 어?”

말리는 끝까지 웃는 얼굴로 사내를 설득했다. 여자는 내 팔을 더 세게 잡으며 참으라고 했다. 버스킹에서 이런 일은 종종 있는 일이고 이 역시 버스킹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으니 시비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음악 안에서 자유를 찾아야 해요. 시비에 휘말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어차피 사내는 일행들에게 이끌려 이미 다른 쪽으로 가버린 상태였다.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구경거리가 쉽게 끝나 실망스럽다는 듯 빠르게 흩어졌다.

여자가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음 곡의 전주 부분을 연주했다. 말리 역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합주를 했다. 나는 찜찜한 마음으로 연주를 이어갔다. 장소가 바뀌고 관계가 바뀌었다 해서 내 세계가 달라질 건 없었다. 일상이란 어디서든 이어졌고 방식만 다를 뿐 견뎌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질긴 고리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끊어내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새롭게 실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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