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소희 기자] 오랜 불황을 끝내고 수주 랠리를 이어가는 조선업계에 다시 그늘이 지고 있다. 수주잔량은 쌓여가지만 배를 만들 인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국내 조선소 현장 기능 인력 부족 수가 올해 9월 9500여명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다.

2016년 전후 ‘수주 절벽’을 겪은 국내 조선사들이 현장 인력 위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2014년 20만 3441명에 달하던 현장 인력 수가 2021년 9만 2687명까지 급감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수주가 폭증하며 이제는 인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조선업 인력난이 현실화되자 정부에서도 지원에 나서고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지난달 외국인 채용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특정활동(E-7) 비자 발급 지침을 개정하고 용접·도접공에 대해 운영한 쿼터제를 폐지, 고용 가능 인력을 기존 최대 900명에서 4428명까지로 늘렸다.

다만 업계에선 외국인 노동자 고용 확대가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 해결책은 되기 힘들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 대거 채용이 장기적으로 볼 때 국내 조선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과거 일본이 값싼 노동력을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 확대 채용하며 오늘날 기술인력 단절을 겪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조선업 종사자의 재취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를 떠난 숙련공 상당수가 처우가 더 나은 수도권 건설 현장 내지 해외 선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숙련공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노동 강도 대비 낮은 임금 탓에 신규 인력 유입 확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내 조선사는 현재 글로벌 조선사로서 입지를 굳히는 중이다. 선박 교체 시기가 돌아오고 있고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로 LNG선 발주가 기대되는 등 업황 자체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나, 수주 호황이 길어질수록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수 밖에 없다. 이는 국내 조선업에 대한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조선소 현장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나, 여전히 조 단위 적자를 기록 중인 조선사로선 이를 감내할 여력이 없다.

그렇기에 새 정부가 조선업 재도약을 진정 기대하고 있다면 외국인 고용확대를 넘어 구체적이며 대대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 보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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