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상황은 좋지 않지만 더 나빠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반면 미국은 상황이 꽤 좋지 않지만 중립적입니다. 심한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고, 조금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전세계가 미국보다 유럽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앞으로 미국에서 더욱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아나톨 칼레츠키는 8일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에서 열린 하나대투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 비즈니스와 금융 문제를 다뤄왔다. 현재 타임스의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럽 위기는 적절히 해결되고 있다. 유럽 때문에 시장 변동성 증가하고 있지만 상승과 하락 밴드는 줄어들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유럽 상황은 정리가 되면 됐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유로존 국가들이 2년 내에 재정동맹을 설립하겠다고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정치적인 결정 기간이 1,2년 정도 걸린다"며 "유로 위기에 대한 최종 해법이 내년에는 가시화되지 않겠지만 유로존의 붕괴도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부각된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우려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유럽중앙은행(ECB)이 자금을 회수하고, 유럽연합(EU)의 붕괴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탈리아 정부는 입장을 바꾸고, ECB는 이탈리아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역시 10월을 기점으로 경기 침체의 고비를 넘어섰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65년간 2분기 이상 GDP가 2% 미만을 기록했을 때 경기 침체 국면으로 넘어갔다. 올해 3분기 역 미국이 2% 미만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로 가지 않겠냐는 예측이 난무했었다.

그는 "지난 여름 GDP와 실업률이 좋지 않지만 10월 들어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를 비롯해 실업률 등이 회복되고 있다"며 "미국에 재앙이 올만한 경기 침체나 정치적인 마비 사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50% 이하"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내년 하반기에 경기 침체가 나타나면 실업률은 9%에서 11%로 오르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실업률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다가간다면 전세계 경제에서 수요가 줄어들고, 특히 거품이 일고 있는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중-미 무역분쟁이 일어나 세계 경제에는 안좋은 소식"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 시장이 많이 흔들고 있지만 시장 전체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반대로 미국은 변동성 밴드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GDP가 2% 이상 올라오지 못하고 있고, 상승 쪽으로 좋은 소식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자본주의 4.0에 대해서는 "책을 다시 쓴다면 다음 자본주의 붕괴는 아시아에서 진화를 이루면서 미국과 유럽으로 번져나갈 것이라고 쓰겠다"며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중국 중심의 경제가 부상하고, 이것이 주변 국가에는 우려가 될 것이다. 한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들이 창의적인 답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서를 통해 자유방임(1.0)과 정부 주도의 수정 자본주의(2.0), 신자유주의(3.0)를 거쳐 자본주의 4.0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 4.0은 정부와 시장의 역할 가운데 하나만 강조했던 것과 달리 정부와 시장이 모두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 정치와 경제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인식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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