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냄출판사/ 조정래 지음

 
 

[현대경제신문 안효경 기자] 무기형을 선고받았던 남파 간첩 윤혁과 장기수 박동건은 강제 전향을 하고 풀려나지만 ‘전향자’라는 멍에에 괴로워하며 남한에도 북한에도 영원히 소속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인민을 위한 세상’을 꿈꾸었으나 빈곤과 부패로 점철된 ‘사상의 조국’ 소련과 북한의 실상을 접하며 그들은 자신의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충격과 절망에 빠진다. 그로 인해 박동건마저 죽고, 윤혁은 홀로 남게 된다.

윤혁은 한 고아원에서 ‘인간의 꽃’인 아이들과 말년을 보내게 된다.

그가 이념과 체제를 넘어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결말은, 분단을 딛고서 평화와 화합의 통일시대를 지향하는 저자의 의지이자, 이 책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6ㆍ25전쟁 70주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더 나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어떠한 ‘연습’을 수행하고 있고 그 결과는 어떠한지, 또한 그러한 조건 속에서 개인들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이다. 인간의 삶과 사회를 묵직하게 되돌아보는 계기를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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