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박스 “주주 아닌 오너 위한 선택”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LG그룹의 구본준(사진) LG 고문 계열분리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계열분리에 대해 소액주주 가치 창출이 아닌 오너가(家)를 우선한 결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 헤지펀드의 경영권 간섭 사례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사모펀드 화이트박스는 LG그룹 이사회 앞으로 5개사 계열분리 결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지난 달 LG는 LG상사·LG하우시스 등 5개사 계열분리안 및 내년 5월 신생 지주사 설립안을 의결했다. 새 지주사는 구광모 LG대표의 작은 아버지인 구본준 고문이 맡을 예정이다.

화이트박스는 서한을 통해 “최근 발표된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며 “LG는 현재 순자산가치의 69% 수준인 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알짜 계열사 5곳에 대한 계열분리가 구본준 고문만을 위한 것일 뿐 주주 이익 제고에 도움이 안되는 주장으로, 화이트박스는 이들은 이 같은 결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속 배경이 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화이트박스는 현대차그룹과 갈등을 빚었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지니먼트 출신 사이먼 왁슬리가 이끌고 있으며, 3년 넘게 LG 지분 1% 내외를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트박스의 계열분리 반대 의견에 대해 LG는 “이번 분사로 그룹의 역량을 전자, 화학, 통신 등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분할 강행 입장을 밝혔다. 또 필요시 법정 대응에도 나설 예정이다.

재계에선 화이트박스 측의 계열분리 반대 의견 피력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외이사 감사위원 분리선임 때 개별 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 대주주 의결권이 기존 대비 크게 줄어들게 됐다. 반대로 소액주주 권리는 확대되며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침해사례가 늘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는데, 화이트박스가 그 첫 포문을 열었다는 의견이다.

소액주주인 외국 펀드 간 연대가 형성돼 이들의 국내 기업 경영권 간섭이 늘려나갈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차원의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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