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이금영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이 16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전에 비해 3건 늘어난 숫자다. 국내 첫 임상시험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며 이어 4월에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부광약품이 ‘레보비르’의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이후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셀트리온이 차례로 임상을 시작했다. 이 같은 14건의 치료제 임상 외에도 국제백신연구소와 제넥신이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이다. [편집자주]

충북 청주 청원구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혈장 분획 공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GC녹십자>
충북 청주 청원구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혈장 분획 공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GC녹십자>

국내서 치료제 14건·백신 2건 임상 중
대다수가 기존 약물 이용 재창출연구
약물재창출 외 치료제는 녹십자 유일
제넥신, 국내 제약사 중 첫 백신 도전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이 16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일 발표한 ‘국내 코로나19 임상시험 승인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달 20일(13건)에 비해 3건 늘어났다.

가장 최근에 승인받은 곳은 GC녹십자다. 이곳은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약물재창출 연구 이외에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가 임상2상을 승인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임상은 영상학적 진단으로 확인된 폐렴 환자와 고령·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충남대병원, 연대 세브란스병원 등 6개 병원에서 연구 참여 의사를 밝혔다.

GC녹십자는 “이미 임상시험용 제제 생산이 완료된 만큼 가까운 시일 내 환자 투여가 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혈장치료제는 신종 감염병 발발 시 가장 빠르게 투약 가능한 의약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GC5131A는 현재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중 개발이 가장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 단백질을 분획해 만든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이라며 “고면역글로불린은 오랜 기간 인체에 사용돼 온 제제라서 개발 과정이 간소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C녹십자보다 앞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승인받은 국내 업체는 부광약품과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셀트리온이다. 백신 임상을 진행 중인 제넥신도 있다.

지난 4월 국내사 최초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승인받은 부광약품은 중등증 코로나19 환자에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레보비르는 부광약품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로 B형간염 바이러스 치료제로 지난 2006년 발매됐다.

이어 한달 뒤 엔지켐생명과학과 신풍제약도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을 승인받았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환자에서 EC-18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EC-18은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신속하게 집어삼켜 빠르게 제거하고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다고 알려졌다.

신풍제약은 국내 코로나19 환자 116명을 대상으로 ‘피라맥스’의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피라맥스 주성분인 피로나리딘은 현재 코로나19 치료 후보약물로 권고되는 클로로퀸과 화학구조가 유사하다. 또 클로로퀸과는 달리 동물실험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까지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신풍제약은 감염세포 시험에서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6월에는 종근당이, 지난달에는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웅제약, 셀트리온이 임상을 승인받았다.

종근당은 코로나19 폐렴으로 진단받아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CKD-314’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제약사가 상업화를 목적으로 나파모스타트메실산염의 임상을 승인받은 건 종근당이 처음이다.

또 CKD-314의 성분 나파모스타트메실산염은 이미 지난 4월 경상대병원의 코로나19 연구자 임상시험에도 사용되고 있다. 당시엔 SK케미칼의 제품인 ‘후탄’을 이용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대웅제약은 같은 카모스타트 성분의 약을 이용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 중이다. 각각 각각 ‘CG-CAM20’과 ‘DWJ1248’을 개발하고 있다.

카모스타트는 만성 췌장염과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세포 단계 시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활성을 억제했고 동물실험 결과, 쥐 모델에서 생존율 개선 효과를 보였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17일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CT-P59’의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CT-P59는 셀트리온에서 신약으로 개발 중인 유전자재조합 항체치료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와 결합하는 부위에 항체치료제가 대신 붙음으로써 감염을 막는다고 알려졌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백신은 제넥신의 ‘GX-19’가 유일하다.

제넥신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DNA 백신의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임상1상을 3개월 이내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 임상2상부터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국가를 포함해 글로벌 임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성영철 제넥신 대표는 “백신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넥스를 비롯한 여러 국내외 파트너사와 협력하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백신이 부족한 여러 국가에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