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 3천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
코로나19 여파에 채권 재분류도 늘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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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임대현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오는 2023년 시행 예정인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뿐만 아니라 채권 계정 재분류 작업을 실시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이달 회사 첫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나선다. 신한생명은 지난 3일 2천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천58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발행 주관은 미래에셋대우가 맡았다.

신한생명은 5년 콜옵션이 붙은 이번 영구채 발행에 나서면서 희망금리밴드를 3.2~3.8%로 제시했다. 다만, 투자가 집중된 덕분에 신한생명은 3.58% 수준에서 목표 수요인 2천억원을 모두 채웠다. 이에 신한생명은 발행규모를 3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신한생명의 경우 올해 3월말 기준 RBC비율이 233.1%로 당국 권고치를 훨씬 상회해 당장의 건전성 제고 목적 보다는 IFRS17 도입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나손해보험은 1천260억원의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난 4월 하나금융지주 편입 이후 첫 자본확충이다. 하나손보는 지난달 28일 최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신주 3천22만6천주를 주당 4천168원에 발행했다.

앞서 하나손보는 이사회를 열고 약 1천8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었다. 다만 하나손보의 지분 30%를 보유한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증자에 불참해 전체 4천318만주에서 하나금융지주 지분인 70%에 해당하는 3천22만6천주에 대해서만 신주발행이 진행됐다.

하나손보의 전신인 더케이손보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이 127.67%까지 떨어졌지만 이번 증자로 280%대까지 개선될 전망이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보험회사의 각종 리스크를 고려한 자본량인 ‘가용자본’을 보험사의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의 손실금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보험업법에서는 RBC비율을 10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의 권고기준은 150%다.

올 상반기 국내 보험사들은 코로나19 여파와 업황 악화 등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본확충을 실시한 보험사 중 롯데손해보험과 흥국화재는 수요예측에서 모집물량을 맞추지 못했다. 푸본현대생명과 MG손보는 공모채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얻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사모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했다.

이에 채권발행 대신 보유하고 있는 채권 자산을 회계상 재분류하는 방안으로 RBC비율 올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DGB생명은 지난 5월 말 보유 중이던 4조원의 만기보유증권 전액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 조정하면 만기보유증권 매입시 금리와 현재 금리를 비교해 평가손익이 발생한다. 현재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만기보유증권 중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면 평가익이 높아진다.

올해 초 한화손보도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대폭 끌어올린 바 있다.

NH농협생명 역시 올 하반기 보유하고 있는 채권 자산을 회계상 재분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1분기 말 기준 RBC비율이 191.63%에 불과해 자본확충 필요성이 자주 거론돼왔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9월 중 이사회에서 관련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 재분류도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금리가 상승 분위기로 전환되면 독이 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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