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리포터’ 통해 작지만 특별한 이야기 전해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이 책은 20세기와 21세기 두 세기를 걸쳐 살아온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국전쟁 후 베이비붐(1955~1963년) 시대에 태어나 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한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을 담았다”

지난 5월 출간된 ‘베이비부머 리포트’는 베이비부머 56명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저자 김호일(사진)은 1959년생으로 부산일보 서울지사장과 그 자회사인 BS투데이 사장 등을 역임했고 한국영화기자협회 초대 회장을 맡기도 한 언론인 출신이다. 얼마 전 부터는 퇴직연금개발원 산하 휴먼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김호일 소장이 동년배들의 이야기를 리포터 형식의 책으로 출간하게 된 계기는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2017년 BS투데이 대표에서 물러나며 30년 언론인 생활 중 처음으로 ‘안식년’을 맞게 됐다. 두어 달 쉬면서 몸도 추스를 겸 미국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애틀랜타에서 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하는 고교동창을 30년 만에 재회했고, 그 친구와의 상봉 스토리를 친구들 단톡방에 올렸더니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잊고 있던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 탐방기 혹은 방문기를 이어갔는데 그렇게 모인 작은 스토리가 한권의 책이 됐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현대사 발전의 근간이자 산 증인이다. 한국전쟁 직후 경제적 어려움을 몸소 체험했고 이후 산업화의 주축을 일궜으며 IMF 외환위기 극복의 최선두에 섰던 이들이 베이비붐 세대다. 김 소장은 베이비붐 자체가 우리 사회 발전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 책에는 스타가 없다. 평범한 사람들뿐이다. 베이비부머라면 신분의 높고 낮음,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오늘날 한국을 세계 10대 강국으로 이끌었다 본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헌사가 아닐까 한다”

‘베이비부머 리포트’ 집필에는 총 2년 2개월이 소요됐다.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누구인지 쉽사리 알지 못했던 평범한 개인의 이야기를 책으로 집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8년 3월 첫 원고를 탈고한 뒤 2년을 더 집필했다. 개인의 역사를 듣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이 언론에 소개되거나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이야기가 활자화된다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가졌고 그러다 보니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상대를 다독이며 어렵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탐방기가 나오자 자신의 글을 삭제해 달라고 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베이비붐 세대 상당수는 현역 은퇴의 기로에 놓여있다. 김호일 소장은 세상이 그들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추천사를 남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베이비붐 세대가 연구 사각지대 놓여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이 책은 베이비부머들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탐방기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베이비부머의 노고에 비해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배려는 부족했다고 본다. 학술적으로 이들을 연구한 보고서도 많지 않다. 베이버부머가 서서히 ‘잊혀진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보니 이런 점을 환기시키고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고 베이비붐 세대가 이렇게 고생했으니 좀 봐달라고 투정하며 쓴 책은 아니다. 단지 그들의 노력과 수고에 비해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언론사 퇴직 후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김호일 소장은 작가라는 호칭은 극구 사양하면서도 글쟁이로서 삶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책 한권으로 다 전하지 못한 베이비부머 이야기 또한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작가란 표현은 과찬이다. 여전히 기자 출신 글쟁이일 뿐이다. 30년 동안 운명처럼 기자로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걸어가지 않을까 한다. 이제는 좀 더 세상을 여유 있게 바라보며 글을 쓰고 싶다. 휴먼경제연구소장으로서 은퇴나 퇴직을 맞는 베이비부머와 그 다음 세대에 작지만 보람된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러다 보면 베이비부머 리포트 2탄도 자연스레 집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이번에도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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