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이자수익에 증권사 속속 출시…투자자에도 인기
‘위험요소 크다’ 업계 우려에도 금융당국 규제 안 내놔
급락장서 증권사 반대매매 시, 투자자 손실 가능성 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중대본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CFD거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중대본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CFD거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증권사들이 고위험성 파생상품인 CFD(차액결제거래)를 속속 출시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양도세를 피해 투자할 수 있는 절세상품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있어 시장을 혼탁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급락장에서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할 경우 투자 손실액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완화된 자격, 증권사 CFD 서비스 속속 등장

국내 전문투자자 조건 완화에 증권사들은 CFD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일반 주식 위탁수수료보다 높은 수수료와 이자수익 때문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CFD 거래가 가능한 전문투자자의 기본 요건을 기존 금융투자상품 최소 잔액 5억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인하하고 등록 업무를 증권사로 이관시켰다.

CFD는 주식 등 실제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격변동에 의한 거래만으로 최대 10배의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으로 주식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증거금만 있으면 된다.

예를 들어 주당 5만2천원(22일 종가)인 삼성전자 주식 1만주를 투자하기 위해선 5억2천만원이 필요하지만 CFD거래를 이용하면 5천200만 원만 있으면 된다.

완화된 정책으로 국내 전문투자자 수도 반년 사이 두 배로 급증해 지난해 11월 20일 3천571명이던 전문투자자는 지난 달 7천명까지 확대됐다.

지난 5월 말 기준 CFD 거래대금은 약 1조원으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73.4% 증가했다.

전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은 CFD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증권사에서 CFD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은 교보증권으로 지난 2016년 6월부터 3년간 시장을 독점해 왔다. 이후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DB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가 CFD 서비스를 출시했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연내 오픈을 목표로 CFD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별 CFD국내주식 거래가능 종목 수는 키움증권이 2천300여개로 가장 많았고 교보증권 2천여 개, DB금융투자 1천300여개, 하나금융투자 1천여 개 등이다.

증권사가 CFD 시장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높은 수수료와 이자수익이다.

증권사들이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주식 거래 수수료를 사실상 무료로 인하하고 있는 만큼 CFD에서 발생하는 평균 수수료 0.7% 수익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국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준으로 가산금리가 적용돼 통상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인 8~9%(1개월 기준) 수준으로 책정되는 CFD 매수 미결제 약정 대금 이자 비용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짭짤한 수익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최근 고객 모시기 경쟁이 불붙어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와 이자수익을 내는 CFD 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원을 자리 잡은 만큼 CFD서비스 출시를 고려하는 증권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높은 수수료 수익을 위해 CFD거래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하나금융투자>
증권사가 높은 수수료 수익을 위해 CFD거래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하나금융투자>

규제 없는 CFD거래

고위험성 파생상품인 CFD시장 규모가 최근 급격하게 커지면서 향후 시장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CFD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문투자자들이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어 시장 변질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문투자자 수가 반년 사이 두 배로 급증할 동안 금융당국은 CFD거래에 대한 어떤 규제도 내놓지 않았다.

금융위원회가 CFD 거래가 가능한 전문투자자의 기본 요건 완화 후 새로 등록한 전문투자자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들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파생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CFD를 주식 또는 파생상품으로 볼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아 규제도 없을뿐더러 양도세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돼있다.

CFD는 투자자가 직접 주식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회사를 통해 매매하기 때문에 거래 기록이 남지 않아 자금세탁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또한 지난 16일 기획재정부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대상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CFD거래를 통한 양도세 회피가 더욱 우려된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의 범위를 현재 종목당 10억 원에서 3억 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투자자는 22~33% 수준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고액자산가들이 주주명부 폐쇄일 직전 양도세 회피를 목적으로 보유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CFD를 활용하면 연말에 주식을 옮긴 뒤 다음 해 초 본인계좌로 다시 옮길 수 있어 주식을 매도할 필요가 없는데다 양도세까지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하루 빨리 관련규제를 내놓아야한다”고 말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감사에서 현행 규정상 “CFD 거래는 실질 투자자가 아닌 외형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지분 공시가 이뤄져 실질 투자자 관점에서 지분 공시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CFD가 불법 거래에 악용될 수 있어 관련 공시 규정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CFD 규제에 대한 내용이 논의 중이고 이르면 내달 중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 CFD 반대매매로 손해 볼 수도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을 때 CFD를 통해 주식을 거래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식이 급락하자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급락장에서 CFD 반대매매로 의심되는 투매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지난 3월 12일 CS 계좌에서 쏟아져 나온 호텔신라 30만여 주, 아나패스 16만여 주, 이오테크닉스 9만여 주 등 50만여주에 달하는 대규모 매도세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증거금 이상의 손실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CFD 거래의 프라임브로커인 CS증권이 반대매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CFD 반대매매가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들은 시장 하락폭보다 2~3배 이상의 폭락세를 보이며 거래를 마감했다.

국내 CFD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CS증권의 점유율이 높은 만큼 주가가 급락하면 CS증권 창구를 통해 대규모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증거금률이 20~40%인 경우 급락장에서 쉽게 반대매매 조건이 충족된다는 것이다.

CFD 계좌의 총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천억 원으로 일일 거래액은 300억 원 안팎 규모로 알려져 있다. 거래 규모 자체가 크진 않지만 최대 10배의 레버리지를 이용하고 급락장에서 단기적으로 물량을 쏟아내면 충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레버리지 효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와 같은 파생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반대로 큰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7천여 명 수준인 전문투자자가 40만 명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 CFD 주식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다”며 “다만 대량 손실위험과 공매도 거래가 몰리면 자칫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어 전문투자자라고 해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원은 “아무리 전문투자자라고 해도 손실이 날 경우에는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성이 높은 투자방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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