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한창희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헌법은 날치기로 통과한 적이 있어도 선거법은 날치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선거법은 야당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법은 그야말로 선거의 를(Rule)이다. 싸움 즉 경기를 하는데 규칙을 정하면서 약자의 주장을 무시하고 강자 마음대로 룰을 정할 수는 없다. 약자의 동의없이 강자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하면 게임이 성립되질 않는다. 약자의 주장을 강자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야당의 동의없이 여당 마음대로 선거법을 정할 수는 없다.

야당인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즉 새누리당의 공약이기도 하다. 대선후보들의 공통공약이 될 만큼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치혁신 중의 하나다. 국회의원들의 엄청난 기득권을 내려놓는 그야말로 정치적인 대혁신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의 국회의원들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기초의회인 구의회를 없애고 광역의회가 이들의 업무를 담당케 한다는 등 엉뚱한 주장을 펴면서 질질 끌기 작전을 펴는 듯하다. 속내는 정치개혁특위 활동시한을 넘겨보자는 것이다. 정당공천폐지 하기는 하는데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법 합의를 못 이뤄 곤란하고 좀 더 철저히 준비하여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며 어물쩍 넘겨보자는 속셈인 것 같다.

그러면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돈도 들지 않는 공약도 지키지 않는다며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공격할 명분을 찾아서 좋고,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아무리 떠들어도 안철수 신당도 생겨 야당이 분열되는 마당에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확실히 승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엄청난 정치적 꼼수다.

새누리당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보수안정세력이 60~70%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안위가 위태로울 때는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뭉친다.
국정원 댓글사건이 불법이래도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 때문에 지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냉담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바보처럼 보수안정세력을 단결시키는 행동만 하며 1년을 보냈다.

만약에 민주당이 보수안정세력을 단결시키는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았다면 현정부는 요즘 엄청난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을 것이다.
사실 현재 중산층의 국민들이 너무 어렵다.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다. 불만을 터트릴 기회를 민주당이 박탈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정치싸움 때문이다. 민주당의 인기가 형편없이 땅에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자기들이 잘해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고, 대선공약을 파기해도 민주당이 죽을 쑤고 있으니 지방선거 무조건 승리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잘해서 지지한 것 아니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대선공약인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어물쩍 넘겨 버리거나, 엉뚱한 선거법을 만들어 날치기를 시도하면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지난 1년간 민주당의 멍청한 발목잡기 정치활동, 국민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역풍이 거셀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시도하다 역풍을 맞아본 새누리당이 역풍의 무서움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새누리당은 교만심에 빠져 꼼수 쓰려 하지 말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갑자기 생각난다.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한 창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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