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때와 달리 장기투자 성향 강해 긍정적 평가
“경기침체·외국인 매도세 감안하면 신중해야” 의견도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현대경제신문 이승용 기자] 국내 증시가 저점을 찍고 반등 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에 3월 한 달 간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금융위기 경험을 살려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외국인투자자들은 19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를 이어가며 12조5천54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11조6천530을 순매수 했다. 연초부터 3월말까지로 보면 3개월 동안 총 21조333억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들이 대부분 받아내면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투자자예탁금은 작년 말 27조원에서 2월말 31조로 확대된 후 3월 들어서는 14조원 급증한 45조1천69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투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증권사 계좌에 입금해 놓은 대기성 자금이다.

다수의 증권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최근 행보가 과거와 금융위기 당시와 대조되게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최대 화두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 주식 매집으로,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던 외국인의 대대적인 엑소더스에 맞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는 흥미로운 이벤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는 과거 개인투자자들이 처참한 성적표를 들고 물러났던 것처럼 부정적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투자 종목과 투자 기간이 단기 차익보다는 배당 및 안정적 이익을 꾸준히 추구하는 장기투자자 성격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몇 번의 경제 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저점에 매수를 하면 수익률이 상당히 괜찮게 나온다고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주가가 많이 빠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굉장히 많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개인 투자자는 기관·외국인 투자자보다 투자 정보 격차가 심하게 나면서 주식시장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을 기점으로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외국인 투자자간의 정보 습득 격차는 거의 없어지면서 정보력 발전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보다 냉철한 판단과 확신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폭락을 투자 기회로 볼 수는 있어도 주가 상승을 맹목적으로 과신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주가 폭락의 근본적 원인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아직 종식될 기미가 없는 만큼 증시가 추가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실물 경제지표의 침체와 기업 실적 하향을 감안해야 되고 현재로서 시장이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기는 이르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팔고 있다는 점도 향후 증시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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