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콜옵션 행사가격이 시장가격 보다 낮다면 콜옵션 행사한다고 봐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중 징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회계처리를 잘못했다고 반박했다.

서울행정법원 3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취소청구소송의 1차 변론을 15일 오전 열었다.

이날 변론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은 “증선위의 처분이 각각 (두차례) 내려져 두 개 다 다투고 싶은데 모호하다”며 “제제처분 중 임원 해임 요구 등이 겹친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 회계기준 변경..이재용 부회장 수혜

이 소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지분을 회계 상으로 잘못 처리했다고 증선위가 밝히면서 시작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2년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설립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회사다. 2012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85%, 바이오젠 15%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50%-1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콜옵션 사실을 공개하지 않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변경하면서 기업가치를 장부가액(2천905억원)에서 시장가격(4조8천806억원)으로 바꿨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허가권에 진입하는 등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1년 이후 4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단행된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2014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는 지분 45.65%를 각각 보유한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었다.

이후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 2015년 9월 두 회사를 합병시켰다. 합병 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던 핵심 계열사였다.

합병비율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각 1대 0.35였다. 이 덕분에 옛 삼성물산 지분이 전혀 없고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갖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 회사의 지분 16.5%를 일거에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으로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라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키운 셈이다.

◇증선위 “지배력 변경 위해 회계 기준 위반”

이에 대해 증권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잘못됐다고 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콜옵션의 존재를 고의적으로 숨겼는 판단이다.

증권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명백한 회계 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또 같은해 11월에는 2차 제제를 내렸다.

당시 증선위는 “증거자료와 당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발하고 김태한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내렸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두 처분에 반발해 이번 소송을 냈다.

◇삼성 “증선위 처분사유 불분명”…증선위 “콜옵션 행사한다고 봐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호인은 이날 변론에서 “복수의 처분을 했다면 처분청에서 (그 이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변호인은 이어 “증선위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가 부분적”이라며 “통상 (행정)처분서를 보면 사유가 명확해야 되는데 (이번 사건의 처분서는 사유가) 명확하지 않아 사실관계나 근거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증선위가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증선위 변호인은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증선위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분식회계의 기준은 이 콜옵션을 어떻게 보느냐”라며 “(초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85%를 갖고 있었고 나머지 15%는 바이오젠이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콜옵션 행사가격이 시장가격(공정가격)보다 낮다면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에서는 ‘사업 초기단계라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게 불가능했다’고 하는데 시장가치를 측정 못한다고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 단정하지 못 한다”고 강조했다.

또 “1차 처분과 2차 처분은 사유가 다르다”며 “1차 처분 이후 새로운 자료를 발견했고 모든 자료를 보고난 뒤 2차 처분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이사회 멤버 중 4명을 주도해 단독지배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증가해 바이오젠과의 공동지배로 보고 지분법 상 시장가격으로 회계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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