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아버지 유훈 따르라”...경영배제 불만 표출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을 상대로 공동경영 유훈 위배를 지적하고 나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사진= 연합>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을 상대로 공동경영 유훈 위배를 지적하고 나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 <사진= 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2019년 교수신문은 올해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했다. 공명지조란 한 몸에 머리가 두개인 새 즉 '목숨을 공유하는 새'를 뜻하며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모두 죽고 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명지조인 한진그룹 오너가(家)가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 분쟁을 시작, 그 결말에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업계 따르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한진그룹이 내분 위기에 휩싸였다.

가족간 공동경영이 아버지 유훈(遺訓)이었는데 동생이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게 조 전 부사장 주장이다. 업계에선 조 전 부사장 포함 그 측근들이 지난 연말 인사 당시 복귀는 포함 대거 물갈이 된 것에 대한 불만 표출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이 심화될 경우 조 전 부사장이 다른 가족들은 물론 적대적 M&A를 노리는 투자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3일 조현아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은 “선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생전 가족 간 협력을 통해 공동경영을 해나가라는 말을 남겼는데, 현재 한진그룹은 상속인간 실질적 합의나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이 이뤄졌고 조 전 부사장 복귀 등과 관련해서도도 어떠한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속속인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그룹 발전을 적극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진그룹 연말 인사를 앞두고 업계에선 이른바 ‘땅콩회항’ 후 사실상 경영에서 물러난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달 초 단행된 인사 결과 조 전 부사장 복귀는 동생인 조원태 회장 반대로 무산됐고 그 측근들까지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진그룹 남매 갈등이 시작된 것 관련 업계에선 향후 조현아 전 부사장이 누구와 손을 잡는지에 따라 그룹 경영권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오너가 총 지분율은 28.07%로,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을 가지고 있다. 이어 막냇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27% 등을 보유 중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막냇동생과 어머니 동의만 얻게 된다면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에서 쉽게 앞서 나갈 수 있는 지분 구조다.

일각에선 만일의 경우 조 전 부사장이 2대주주이자 그룹 경영권을 줄기차게 위협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와 손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KCGI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발표문이 나온 당일에도 한진칼 지분 1.31%를 추가 취득, 보유 지분율을 17.29%까지 늘려 놓은 상태다. 이는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10.0%)과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건설(6.28%)의 지분율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다만 이 경우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실익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가족 동의 없이 무엇도 혼자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니 가족간 타협을 우선 고려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조 전 회장 작고 이후 그룹 경영진과 임직원은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조 전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중요한 시점에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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