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 확대, 장기 불황 우려
항공·IT·언론까지 이종(異種) 진출 활발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건설사들의 타(他) 업종 진출이 늘고 있다. 건설업에 대한 시장 불안이 확대되며 그에 따른 경영위기 우려까지 늘자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래 유망 사업에 대한 각사 전망이 다르다 보니 진출 영역은 제각각인데, 기존 업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종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업체 인수 또는 회사 설립을 통한 신규 참여 등 진출 방식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편집자주]

25일 업계 따르면 건설사들의 신사업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부동산 규제 강화 속 주택시장 경기 회복이 단시일 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조만간 닥칠 인구절벽 및 그로인한 건설경기 장기 불황 전망이 늘며 서둘러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쟁에 있어 중국 업체들과 시공능력 격차가 줄고 자금 동원 능력에 있어선 오히려 우리 기업들이 밀리고 있다 보니 이 또한 건설업계 신사업 진출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제2 주력업종 선택에 있어선 본업인 건설과 시너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업체가 있는가 하면, 전혀 새로운 분야로 진출을 구상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경계의 구분을 크게 두지 않는 4차 산업 특징이 건설업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변화 및 도전에 대해선 긍정적 기대와 우려 섞인 전망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오른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답변 중이다.<사진=HDC현대산업개발>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오른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자간담회에서 답변 중이다.<사진=HDC현대산업개발>

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 우선협상 지위 확보

2019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9위(5조2천370억원) 업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입찰가로만 2조5천억원 가량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컨소시엄을 주도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부담액은 지분 50% 이상을 확보한다고 볼 때 최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이 회사의 현금보유액 규모가 수천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파악, 인수대금 마련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예측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항공사 인수에 나서게 된 배경과 관련해선 새로운 시장 진출에 대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강한 의중 때문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시 HDC그룹 전체 재무건전성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에도, 건설경기 불확실성 및 항공업 미래 수요에 대한 정 회장의 기대감이 커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그룹 외형을 단숨에 몇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정 회장이 과감한 배팅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아시아나항공 매출은 약 7조원으로 HDC현대산업개발 매출액(6조5천억원)을 넘어선다. 양사 합병 시 HDC그룹의 재계 순위 또한 30위권에서 10위권 중반으로 급상승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과 연관성이 높은 부동산업 및 유통·레저사업 육성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에는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부동산 114를 인수했고, 올해 8월에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을 사드렸다. 업계에선 HDC현대산업개발의 이 같은 시도가 좋은 땅을 고르고 직접 개발에 나서는 부동산 개발사업자로서 역할 확대 차원으로 보고 있다.

▲  GS건설이 스마트팜 집중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  GS건설이 스마트팜 집중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픽사베이>

GS건설, 스마트팜·수처리업 사업목록 추가

2019년 시공평가 4위(10조4천52억원) 업체인 GS건설의 경우 최근 스마트팜(Smart Farm)을 신규 사업 목록에 추가했다.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이나 가축이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농장을 말한다.

또한 GS건설은 수처리산업 역시 집중 육성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GS건설은 자회사인 GS이니마의 지분 19.6%를 887억원에 인수, 이 회사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GS이니마는 스페인 국적의 세계 10위권 수처리업체 이니마 지분 79.62%를 보유하고 있다.

▲ 대우건설이 장비임대업을 시작, 베트남 건설사와 MOU를 체결했다. <사진=대우건설>
▲ 대우건설이 장비임대업을 시작, 베트남 건설사와 MOU를 체결했다.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장비대여업 진출

시공평가 5위(9조931억원) 건설사인 대우건설은 장비대여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우건설은 해외공사 현장에서 고가의 대형장비를 사용하고 난 뒤 인근 다른 건설현장에 돈을 받고 빌려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항만공사 시 활용하는 바지선 등이 주요 대여장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우건설은 최근 베트남 건설사와 현지에서 장비 대여업을 함께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우건설은 부동산 간접투자인 리츠(REITs)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예비인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이 석유화학사업 강화에 나선다. 사진은 대림산업이 경영권을 인수한 미국 크레이튼사 공장 시설 전경. <사진=대림산업>
대림산업이 석유화학사업 강화에 나선다. 사진은 대림산업이 경영권을 인수한 미국 크레이튼사 공장 시설 전경. <사진=대림산업>

대림산업, 석유화학 강화 나서

시공평가 3위(11조42억원)의 대림산업은 석유화학사업부문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대림산업은 전 세계 수술용 고무장갑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미국 크레이턴사(社)의 캐리플렉스 사업부를 5억3천만 달러(한화 약 6천2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대림산업은 이 회사의 브라질 공장과 원천기술, 판매 인력 및 영업권까지 확보키로 합의했다. 인수 완료 시기는 내년 1월로 예상된다.

대림산업이 해외 사업체에 대해 지분 참여가 아닌 경영권 자체를 인수한 건 창립 80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대림산업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그룹 내 매출 및 영업이익 비중이 각각 12.3% 9%인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하고 석유화학 디벨로퍼로 도약까지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고부가치산업인 석유화학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호반건설, 전방위 사업 확장

시공평가 10위(4조4천208억원) 호반건설은 레저·유통·금융 등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그룹 산하 유통 계열사인 호반프라퍼티가 대아청과를 인수, 농산물 유통 사업에 진출했다. 대아청과는 가락시장 내 도매시장법인 중 하나로 가락시장에서 농산물 경매와 수의계약을 통한 농산물 도매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호반프라퍼티는 2011년 판교의 스트리트형 쇼핑몰 ‘아브뉴프랑’ 론칭을 시작으로, 2015년 아브뉴프랑 광교점 2018년 아브뉴프랑 광명점 등도 선보였다.

레저사업의 경우 2016년 제주퍼시픽랜드에 이어 지난해 리솜리조트를 인수하는 등 꾸준히 사세를 넓혀 나가고 있다. 현재 호반건설은 덕평CC, 서서울CC 등 국내에만 7곳, 해외 1곳의 리조트·골프장을 보유 중이다.

아울러 호반건설은 최근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 이 회사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과거 건설사들의 경우 언론사 창간 및 지분 참여가 비일비재 했으나, 지난 몇 년 사이 언론사에 직접 투자한 건설사는 호반건설 외 중흥건설을 제외하면 찾기 힘들다. 중흥건설은 최근 헤럴드경제 지분 47.8%를 684억원에 인수 이 회사 최대주주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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