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홈플러스, 임차인이 원하지 않는 리뉴얼 추진…사유 제시해야”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홈플러스가 매장을 리뉴얼하며 임차상인들에게 강제적으로 매장 이전을 요구하고 새 점포의 인테리어 비용까지 떠넘겼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재판부가 홈플러스의 잘못이 크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는 홈플러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취소청구소송의 2차 변론을 14일 열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임대매장 위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면서 해당 매장 면적을 줄이고 신규 매장의 인테리어 비용 전부를 임차인에게 부담시켰다며 지난 5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천5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홈플러스는 2015년 5월부터 6월 구미점의 임대매장을 전면개편하면서 27개 매장의 위치를 변경했다.

홈플러스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4개 매장의 경우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사전에 충분한 협의나 적절한 보상 없이 기존 매장 보다 면적이 22~34% 좁은 곳으로 매장을 이동시켰으며 매장 변경에 따른 추가 인테리어 비용(8천733만원) 전부를 부담하게 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이 같은 처분에 불복해 이 소송을 냈다.

이날 변론에서 재판부는 “대규모 유통업법은 유통업체가 정당한 사유 없이 매장 임차인에게 계약 기간 중에 매장 위치·면적·시설을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일단 이 사건은 계약기간 중에 (매장을) 변경한 것으로 외관상으로 보면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매장 이전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변호인은 “유통업체는 점포를 새 건물처럼 (리뉴얼)해야 손님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산 임대계약기간이 1년인데 그 기간에 (매장을) 바꿔야만 할 결정적인 사유가 생길 수 있느냐”며 “5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1년만 기다리면 될 것을 얼마나 매출을 올려서 이득을 보려고 임차인들이 원하지 않는 매장 변경을 하는 것은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홈플러스는 ‘매장을 개편해야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게 정당한 사유라고 하고 ‘나(홈플러스)만 돈 버냐 임차인들도 돈을 번다’ 내지는 ‘임차인을 위해서 (리뉴얼)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좀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결국 홈플러스를 위해 리뉴얼하는 것인데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사유를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법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기존 매장 철거에 대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기존 매장 철거비용과 신규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모두 부담하면 ‘중복 보상’이라는 홈플러스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신규 매장 인테리어 비용도 지급해주면 ‘중복보상 아니냐’ 하는데 도배나 인테리어가 임차인 소유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중복 보상이라고 하느냐”며 “(임차인들은)기존 매장에서 영업을 잘하겠고 하는데 홈플러스가 필요해서 바꾸면서 돈까지 새로 들이라고 하면서 보상도 안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홈플러스는) 절차를 거쳐 여러 내용의 협의해서 매장을 이전했다고 하는데 이것을 말로만 협의했냐”며 “근거나 서면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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