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저성장 기조에 가성비 트렌드 확산
라면 4사, 기본에 충실한 실속형 제품 선보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모델들이 ‘삼양 국민라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모델들이 ‘삼양 국민라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현대경제신문 박수민 기자] [편집자주] 최근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소비재 시장 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국민식품으로 불리는 라면시장 내에서도 이같은 트렌드가 확산되며 저가형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짜왕’ 등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가 과거에 비해 시들해진 데다가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의 라면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탓이다.

이에 라면4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는 기본에 충실한 실속형 제품을 선보이며 가격 경쟁에 나섰다. 농심이 오뚜기 ‘진라면’보다 더 저렴한 ‘해피라면’을 내놓자 오뚜기는 이보다 더 싼 ‘오!라면’을 출시하며 다시 한 번 저가 경쟁 불씨를 당겼다. 삼양식품과 팔도는 유통사와 협업해 최저가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들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라면시장은 농심이 점유율 51.5%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오뚜기(22.8%), 팔도(11.6%), 삼양식품(10.8%)이 뒤따르고 있다.

오뚜기, 개당 460원꼴 ‘오!라면’ 선보여

오!라면. <사진=오뚜기>
오!라면.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가성비를 앞세운 ‘오!라면’을 이달 초 선보였다.

오뚜기 ‘오!라면’은 가장 기본적인 라면의 맛을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가격은 4개입 멀티(할인가) 기준 1천850원으로 개당 약 463원 꼴이다.

정가로도 4개입 기준 2천480원(개당 620원)이라 자사 제품인 ‘진라면(개당 750원)’이나 농심의 ‘해피라면(개당 700원)’보다 저렴하다. 

‘오!라면’은 면발에 감자전분을 넣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살리고 야채액기스를 적용해 국물과의 어울림성을 좋게 했다.

국물은 사태와 양지를 푹 우려내 진하게 우려낸 쇠고기 육수에 풍부한 양념맛과 감칠맛이 조화된 정통 라면의 맛을 자랑한다.

특히, 파, 계란, 김치, 고추 등 라면의 단골 부재료와 더욱 잘 어울리도록 개발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라면의 기본적인 맛을 살렸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의 ‘오!라면’을 출시했다”며 “오!라면은 최상의 맛과 가성비로 라면의 본질을 추구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농심, ‘해피라면’ 부활로 가격경쟁 가세

해피라면. <사진=농심>
해피라면. <사진=농심>

농심은 추억의 ‘해피라면’을 재출시하며 가격 경쟁에 가세했다.

‘해피라면’은 지난 1982년 출시됐다가 1990년 단종된 제품으로 신라면 전성기 이전까지 ‘까만소’와 함께 농심의 주력 라면이었다. 진한 소고기국물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재출시된 ‘해피라면’은 순한맛과 매운맛 2종이다. 제품 패키지는 1980년대 첫 출시 당시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뉴트로(새로운 복고) 감성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해피라면’은 저가라면을 경쟁 타깃으로 재출시됐다. 편의점 기준 한 봉지당 700원으로 기존 주력 제품인 ‘신라면(830원)’보다 20%가량 저렴하며 경쟁 제품 ‘진라면’보다 약 50원 더 싸다.

이로써 지난 2008년부터 11년간 가격을 유지해 가성비 라면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은 오뚜기 ‘진라면’과의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삼양·팔도, 유통사 협업해 최저가 도전

이마트24 민생라면. <사진=신세계>
이마트24 민생라면. <사진=신세계>

삼양식품과 팔도는 유통사와 협업해 최저가 라면을 기획, 제조했다. 이들 제품은 심플한 포장 사용, 마케팅 및 유통 과정 간소화 등을 통해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6월 홈플러스와 협업해 ‘삼양 국민라면’을 출시했다.

‘삼양 국민라면’은 삼양식품의 50년 라면 제조 노하우와 홈플러스의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객에게 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고자 양사가 공동 기획한 상품이다.

삼양식품 라면 특유의 쫄깃한 면발과 대중적인 매운맛을 조화시켜 품질을 높이면서도 원가를 절감하는데 집중했다. 5개입 기준 2천원(개당 400원)이라는 가성비를 앞세워 출시 2개월 만에 130만봉지가 판매됐다.

삼양식품과 홈플러스는 ‘삼양 국민짜장’도 선보였다.

삼양식품과 홈플러스가 협업한 두 번째 제품으로 ‘삼양 국민라면’과 마찬가지로 5개입 기준 2천원이다.

이 제품은 삼양식품의 50년 라면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쫄깃한 면발과 진하고 깊은 짜장소스의 맛을 구현했다. 특히 일반 분말스프가 아닌 춘장의 비중을 늘린 액상스프로 깊고 진한 짜장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10월 팔도와 협업해 PL(자체 브랜드) 제품인 ‘민생라면’을 내놨다.

‘민생라면’은 이마트24가 자체 MD(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치솟는 소비자 물가 부담을 덜어주는 식품을 개발해 판매한다는 취지에서 업계 최저가로 선보였다.

출시 당시에는 가격이 개당 550원이었으나 약 3개월만에 가격을 390원으로 인하, 이후 3주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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