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오보영 기자]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원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명성황후를 ‘민비’로 표현하고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에 대해서는 미화하는 의견을 펼치고 있어 역사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20일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전했다.

논란이 된 책은 이 원장의 ‘한국 역사 속의 여성들’로서 우리 역사 속의 중요 여성인물과 시대별 생활상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는 명성황후를 다루는 부분에서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던 명성황후 민비’라고 호칭한 이후 본문부터는 줄곧 민비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민비라는 호칭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명성황후를 비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임에 비춰볼 때 여성사학자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박 의원은 질타했다.

특히 친일행적으로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들에 대해서는 친일행적을 숨긴 채 미화하여 기술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활란의 경우, 이화여전 교장으로 재직 당시이던 1942년 12월 ‘징병제와 반도 여성의 각오’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이제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징병제라는 커다란 감격이 왔다. …(중략)… 이제 우리에게도 국민으로서의 최대 책임을 다할 기회가 왔고, 그 책임을 다함으로써 진정한 황국 신민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생각하면 얼마나 황송한 일인지 알 수 없다. 이 감격을 저버리지 않고 우리에게 내려진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위안부(정신근로대) 동원을 적극 독려한 바 있다.

최초의 조선인 여성 출신 비행사였던 박경원의 경우도 일본에서 친일활동을 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前총리의 할아버지인 고이즈미 마타지로(당시 체신대신)의 추천으로 도코로자와 육군비행학교로부터 비행기를 받기도 했고, 월북 무용수로 잘 알려진 최승희는 일제 강점기 말기에 일본군 위문 공연에 참여하고 여러 차례 거액의 국방헌금을 내는 등 일제에 협조한 행적이 있어 친일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 원장은 김활란에 대해 “나라를 빼앗기는 비운을 경험하고…일제의 극심한 회유가 교차되는 가운데 끝까지 이화를 지키려던 그는 크나큰 시련과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겪게 되었다”거나 박경원을 기술하면서는 “김치를 담그고 맵고 짠 경상도 음식을 개량하여 별미로 만들어 동료들에게 제공하면서 조선을 알렸다”는 식으로 이들의 친일 행적은 은폐하고, 오히려 이에 대한 불가피성만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민족문화를 담당하는 기관이 국사편찬위원회와 한중연인데, 국편위원장으로는 죽은 이승만 前대통령을 예찬하는 인물(유영익)이 임명되더니 한중연 원장에는 살아있는 대통령을 찬양하는 인물(이배용)이 임명됐다”며 “이들을 통해 친일과 독재가 미화되는 역사왜곡과 망동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즉각적인 퇴진과 대통령의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